방송계가 총성없는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벌써 수 년간 유료방송 시장의 해묵은 쟁점으로 남아있는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전송 문제로 경쟁 매체간 대립이 또 한 번 극한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은 최근 스카이라이프의 지상파 방송 재전송을 저지하기 위해 각 지역 지상파 방송 중단을 결의했고 위기의식을 느낀 스카이라이프와 지역방송협의회는 일단 협의 자체를 중단했다. 이로써 12일 최종 결론에 이를 것으로 기대됐던 지역방송과 스카이라이프의 재전송 합의는 다시 시기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전국 1000만 가입자를 무기로 초강경 카드를 제시한 케이블TV 업계에 일단 스카이라이프가 한 발 물러선 셈이다.
‘생존권 확보’ 논리를 내세우며 맞선 케이블TV 진영의 입장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방송계는 씁쓸한 뒷맛을 감추지 못했다. SO업계는 지상파 재전송 문제가 마무리될 조짐을 보일 때마다 실력행사로 이를 저지했다. 그 때마다 지역 지상파 방송은 케이블TV 대 위성방송 갈등의 볼모로 전락했다.
케이블TV 업계는 통신사업자와 번들상품 출시를 통해 시장을 확대하려는 위성방송에 위협을 느껴 이같은 방법을 선택했다고 주장한다. 스카이라이프는 적어도 250만 가량의 가입자를 확보할 때까지 안정적인 가입자 확대를 위해 지상파 재송신은 필수라고 맞선다. 양측의 주장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한 치도 좁혀지지 않고 평행선을 달려온 이들 중 어느 한 쪽의 양보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현 상황에서 재송신 승인권을 쥐고 있는 방송위의 현명한 선택에 기댈 수 밖에 없게 됐다. 그동안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방송사들의 압력에 밀려 결론을 미뤄온 방송위가 이번에야 말로 매듭을 지을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제는 한시적 유예든 종합편성채널의 재송신이든 한쪽에 피해를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책적인 판단을 내릴 때가 온 것만은 분명하다. 위성방송 대 케이블TV의 갈등이 결국은 방송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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