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게임이 국내 게임시장을 주도할 정도로 급성장하면서 게임 관련 커뮤니티가 수십 만개에 이를 정도로 많이 생겨났다. 게임 매니아들의 자발적인 모임인 게임 커뮤니티는 ‘제2의 개발자’라고 불리며 게임정보 공유는 물론 게임의 기획, 개발 단계에서부터 게임 서비스 종료 때까지 게이머들과 게임개발사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가 됐다.
게이머가 일방적으로 게임을 소비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스스로 창조에 참여하는 성숙한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게임개발사가 제공하고 관리하는 게 아니라 게이머들이 자발적으로 만들고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진정한 의미의 게임 커뮤니티들이 생겨난 것은 인터넷 보급이 활성화된 90년대 말부터다. 96년 ‘바람의 나라’를 시작으로 제1세대 MMO(Massively Multiplayer Online) 롤플레잉 게임들이 선보이기 시작하자, 게임 커뮤니티들의 초기 버전도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온라인게임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온라인게임 환경이 기존의 PC통신 기반에서 인터넷으로 확장돼 이에 따라 게임 커뮤니티들도 인터넷으로 이동하면서 게임 커뮤니티들은 폭발적인 도약기를 맞았다.
플레이포럼, 루리웹, 4LEAF, 나르카스, PgR21 등의 대표적인 게임 커뮤니티들이 생겨난 것이 이즈음이다. 대부분의 커뮤니티는 게임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활성화되기도 하며 4LEAF과 같이 기사단을 조직해서 공동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아바타 시스템의 레벨업을 통해 하나의 또 다른 게임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온라인게임과 게임 커뮤니티들은 태생기 때부터 예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온라인게임산업, 온라인게임문화’라는 새로운 영역을 함께 창조해낸 두 개의 큰 축으로서 거침없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건강하게 지속하면서 지금까지 성장해 왔다.
게임 커뮤니티가 막강한 힘을 갖고 온라인게임의 존폐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이유는 타게임 장르와 다른 온라인 게임만의 고유한 특징들 때문이다. 우선 온라인 게임은 혼자서 즐기는 기존의 게임과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게임에 참여함으로 인해 다양한 선택이 이루어지고 이는 다른 게이머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뿐더러 간접경험을 할 수 있어 게임의 흥미를 더해준다. 또 온라인게임은 게이머들의 사회성을 신장시킨다. 게이머들은 온라인게임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사귈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입장의 게이머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사람의 모임인 길드를 형성하기도 한다. 온라인게임에는 특별히 정해진 시나리오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온라인게임에는 규칙은 있으나 시나리오는 존재하지 않는다. 짜여진 시나리오가 없으므로 참여자는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서로의 기술력뿐만 아니라 새로운 전략까지도 겨룰 수 있어 기존의 게임보다 더 많은 사고력을 요구한다. 기존 게임과는 달리 오락적인 요소와 더불어 상호 학습적인 요소가 잘 어우러져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대부분의 청소년 게이머들은 스스로의 의식적인 커뮤니티 활동과 게임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나 경제 활동 개념, 협동과 경쟁, 타협과 합의 등을 배워 자연스럽게 사회화를 진행해 나가고있다.
물론 온라인게임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들이 나타난다. 온라인게임에 사용되는 아이템을 현실세계에서 거래하는 행위나 아이템 판매 사기, 플레이어 죽이기(PK), 게임중독 등의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게임이 당면한 이러한 문제들은 앞으로 건강하고 비판적인 게임커뮤니티들과 게임개발사들이 함께 힘을 모아 풀어야 할 숙제다.
왜냐하면 한국에서뿐 아니라 전세계적 차원에서의 온라인게임 산업과 게임문화의 미래가 현재 게임을 즐기면서 적극적으로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하고 바람직한 게임문화를 고민하는 한국의 게이머들과 세계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국내 게임개발사들의 어깨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깨어있는 커뮤니티 없이는 온라인게임의 미래도 없다.
◆정영희 소프트맥스 사장 young@softmax.co.kr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2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3
AI돌봄로봇 '효돌', 벤처창업혁신조달상품 선정...조달청 벤처나라 입점
-
4
롯데렌탈 “지분 매각 제안받았으나, 결정된 바 없다”
-
5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6
美-中, “핵무기 사용 결정, AI 아닌 인간이 내려야”
-
7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
8
美 한인갱단, '소녀상 모욕' 소말리 응징 예고...“미국 올 생각 접어”
-
9
아주대, GIST와 초저전압 고감도 전자피부 개발…헬스케어 혁신 기대
-
10
국내 SW산업 44조원으로 성장했지만…해외진출 기업은 3%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