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포털 사이트들이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개설되고 있다. 지금까지 온라인상에는 게임 정도가 있었는데 이제는 오프라인 콘텐츠인 영화, 음악, 혹은 스타들을 온라인으로 끌어들여 다양한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게임 포털 중에는 국내 오프라인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합병하는 사례도 보이고 있다.
최근 디지털 매체에는 놀이의 요소를 지닌 콘텐츠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인들은 이동전화를 노래방 이용, 음악 다운받기, 게임 등에 할애하는 시간이 늘고 있다. 또 통신수단으로 이용할 때도 업무연락보다는 친지간에 친밀감 확인, 잡담하기 등 재미의 요소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경향이 보인다.
왜 이렇게 요즘 사람들은 ‘재미’를 추구하는 것일까.
교육에도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요, 심지어 정치도 재미있게 하자고 폴리테인먼트를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과 조직에 재미의 요소가 필수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는 정보통신의 발달이다.
인터넷은 본질적으로 ‘정감의 공동체’이다. 인터넷에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학연, 지연, 혈연으로 뭉치거나 이해 관계 때문에 모이지 않는다. 축구를 좋아해서 붉은 악마 동호회에 들고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 커뮤니티에 등록한다. 네티즌들은 고착된 가치관이나 이해관계 없이 집중된 구경거리에 순수한 감성으로 집중하기 때문에 그 힘은 무한하며 매력적이다.
즉, 영상 세대답게 감성적이며 직관적인 이들이 인터넷의 정감적 속성과 맞물리면서 온라인상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때 그들의 감성은 ‘놀이성’으로 대변된다. 나에게 필(feel)이 꽂히는 것, 즉 내게 재미있는 것이 추구된다.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강한 집합적 정서에 응집하면서 오프라인으로 몰려간다. 월드컵, 촛불시위, 대통령 선거에서 네티즌들이 하나의 이슈에 재미로 반응하면서 오프라인으로 그 힘을 응집하는 위력을 보았을 것이다.
인터넷과 디지털 매체가 구현한 영상의 세례로 한껏 감성적이 된 젊은 세대들은 오프라인에서도 그 ‘놀이성’을 구현한다.
최근 영화를 본뜬 놀이가 인기라고 한다.
예를 들어 한 ‘매트릭스’ 온라인 동호회에서는 코엑스몰 앞에서 네오와 스미스 요원의 격투 장면을 재현하는 놀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또 게임의 캐릭터를 본떠 코스프레를 하고 축제를 벌이는 ‘오타쿠’들이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디지털 영상의 강한 몰입성 때문에 디지털 매체에서의 ‘놀이성’을 현실공간에 적용하고자 하는 욕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에서 ‘오락적 요소’를 강조하게 된 것도 이 젊은 세대의 디지털적 감수성 때문인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레저나 오락을 즐길 뿐 아니라 물건을 살 때도 재미있고 자신에게 감동을 주는 것을 선택한다.
그런데 이제 엔터테인먼트 포털이 생긴단다. 디지털 매체로 소통하던 방식이 오프라인에 재미의 요소를 선사하고 그래서 형성된 엔터테인먼트의 현실 공간이 다시 디지털 매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서로 주고 받으며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된 이 디지털 세상은 가상 공간과 현실 공간이 중첩을 일으키며 두 공간을 다시 ‘놀이성’으로 통합하고 있다.
단언하건대 엔터테인먼트 포털 사이트들은 기업 경영의 문제점 등으로 일시적으로 쇠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 사업은 대세의 흐름에 맞는 것이다.
물론 디지털 매체에 강한 영향을 받은 현실의 놀이 공간이 다시 온라인의 놀이 공간을 풍요롭게 하는 이 구도가 ‘매트릭스’의 악몽이 아닌 유토피아의 세상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최혜실 KAIST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choi@mail.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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