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불법 정치자금 문제가 세간을 뒤흔들고 있지만 여전히 어느 한쪽에선 세상을 보듬는 기업들의 따뜻한 손길이 있다. 천지간의 차이처럼 큰 장벽이 되버린 정보격차를 허물기 위한 기업들의 ‘배려’가 늦가을 시린 가슴을 데워온다. 지난 9회 동안 해외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을 소개한데 이어 이번 회부터 2회간 IT소외의 그늘을 밝히려는 기업들의 활동을 소개한다. SK텔레콤, KTF 두 회사 직원들의 `아름다운 실천`을 쫓아가 본다.
지난달 30일 은평구의 대안학교인 씨앗학교에서는 조촐한 잔치가 열렸다. KTF가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지난 8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BiGi IT공부방’ 설치 프로젝트가 3호째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전용선이 연결된 PC 설치에서부터 인터넷 활용 교육까지 KTF의 사내 봉사단이 도맡아 처리한다.
지난 8월 서울 봉천동 대안학교 ‘별’의 1호방을 시작으로, 9월 태풍 ‘매미’ 피해지역인 여수의 ‘갈릴리 공부방’의 2호에 이어 벌써 3곳이나 이런 IT공부방이 만들어진 것이다. 공부방이 만들어지는 지역의 구성원 모두 반가워할 일이지만 누구보다 아이들의 기쁨이 크다. 인터넷에서 과제물도 준비하고, 간간히 게임도 즐길 수 있는 ‘그들만의 PC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은평구 3호방 설치작업에 직접 참여했던 KTF 박성수 과장은 “IT공부방이 만들어진 다음 아이들이 만족해하는 눈빛을 보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쁨을 느낀다”며 “미래의 주인공들에게 우리 회사의 슬로건처럼 ‘좋은 시간 되세요(Have a good time)’의 마음을 심어주는 것이 더없이 보람된다”고 말했다.
KTF는 아름다운재단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IT공부방을 매월 한곳씩 추가 설치해 올해 안에 5호방까지 낸 다는 계획이다.
IT공부방 설치 이외에도 정보화와 관련된 KTF의 봉사활동은 다양하다. 홈리스나 노령층 대상 복지활동에 주력하는 ‘사랑의 전화 복지재단’을 통해서 휴대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휴대폰을 단순한 통화수단이 아니라, 복지구현의 사회적 매체로 승화시킨 셈이다.
또 자체 모바일 상거래서비스인 ‘K머스’를 통해서는 스타들의 소장품 경매를 실시해 그 수익금을 국제 빈민국 집짓기운동인 `해비타트`에 전달하는 활동을 지난 3월 이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KTF 내에선 가장 맹렬적인 봉사활동 멤버로 통하는 이옥향 차장은 “기업들의 사회적 역할도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지고 있는데, 가장 큰 변화는 해당기업의 특성에 맞는 분야로 사회환원을 전문화한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그는 “KTF의 봉사활동도 IT 불평등 해소, 정보화 소외지역 대상의 정보화 지원 등에서 큰 강점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 IT봉사활동의 방향을 제시했다.
TV CF ‘이미 세상은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로 유명한 SK텔레콤도 국내 최대 이동전화사업자답게 통큰 IT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98년 IMF라는 피 마르는 고비속에서 SK텔레콤은 정보화 소외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봉사활동 내용중 가장 주력한 부분은 정보화 인프라 구축과 정보화 교육분야이다.
이중 지난 99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 벌써 5회째를 맞은 ‘장애청소년 정보검색대회’는 한국을 대표하는 정보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지난 6월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열린 5회 대회에는 온라인 예선을 거친 전국 137개 특수학교 출신 123개팀, 246명의 청소년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장애부문에 따라 정신지체,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등 4개로 나눠 경합을 벌인 끝에 선발된 25명의 입상자들에게는 미국, 캐나다 등의 IT기업과 대학, 장애인복지시설을 견학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SK텔레콤 사회공헌팀 정대인 과장은 “장애우들이 각자의 신체적 불편을 극복하고 정보화대열에 함께 동참할 수 있는 길을 조금이나마 터주는 것에서 봉사의 의미를 되새긴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장애우들에게 참여기회가 돌아가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SK텔레콤의 `장애인 사랑`은 끝없는 실천으로 이어졌다.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매년 `장애 청소년 유무선 인터넷 서바이벌 대회`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으며, 2001년에는 한국장애인정보격차협의회와 공동으로 1년여 동안 정성을 쏟아부어 장애인 전용 인터넷 전자도서관인 `오픈 디지털`을 개관하기도 했다.
또 시각장애인들이 인터넷을 쉽게 쓸 수 있도록 시각장애인용 음성인식프로그램 ‘이브(EVE)’를 자체 개발해 전국의 11개 시각장애 특수학교에 무상기증하기도 했다.
정 과장은 “장애인들이 인터넷에서만큼은 어떤 장애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라며 “막힘 없는 인터넷 세상, 소외 없는 정보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사회적 실천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올 연말에도 대형 봉사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12월중에 전국의 대안학교 10곳을 선정해 각 학교에 정보화 인프라 구축, IT교육 프로그램 운영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지원규모는 1개 학교당 최대 3000만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 기업의 사회봉사 걸림돌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초 국내 239개 기업과 78개 기업재단의 사회공헌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활동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사회공헌 업무에 대한 전문인력 미비와 교육체계 미흡, 정보부족 등이었다.
필요성은 널리 확산돼 있지만 사회공헌에 대한 기업자체의 준비정도는 개선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특히 일부 기업의 경우 사회공헌 활동을 회사 홍보를 위한 도구 정도로 여기거나 정략적인 사업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까지 있다는 지적이다.
IT가 특정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생활, 경제, 문화, 정치 등을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기반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기업들의 IT봉사는 그래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IT불균형이 사회적 병폐로까지 인식돼면서 이를 치유하기 위한 기업들의 `공공적 노력`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굴지의 대기업조차 여전히 사회공헌이라고 하면 불우이웃돕기에 성금 조성만을 떠올리는 낡은 습관이 우리 기업들에 만연돼있다.
아름다운재단 한태윤 사회공헌팀장 “기업들의 사회공헌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는 많이 높아지면서, 기업내에 사회공헌 전담자를 두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들 공헌담당자들간의 네트워크도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변화상이 실감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공헌을 기업홍보의 곁가지로 활용하는 편협한 발상에서 벗어나 전담자를 둠으로써 제도화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름다운재단은 KTF와 공동으로 IT공부방 사업을 진행하는 것과 함께 최근에는 SK텔레콤과 통화후 *+011, *+017 번호를 눌러 통화료 중 일부를 기부하는 ‘아름다운 통화’ 프로그램을 운영중에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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