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일본시장)는 120%의 완성도를 원한다. 그러나 한국업체들은 50%의 완성도로 시장에 내놓은 뒤 오류를 수정한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일본시장 진출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완벽한 품질을 요구하면서 내놓는 까다로운 요구들 때문이다. 한 벤처업체 사장은 “브로셔에 오자라도 하나 있으면 제품의 하자로 해석하더라”며 혀를 내두른다. 이같은 일본 시장의 높은 장벽은 5일 막을 내린 한·일 비즈니스 협력 콘퍼런스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100% 이상을 원하는 일본시장에서 50%인 우리 상품은 ’기본도 안된’ 시도로 비쳐질 수 밖에 없다는 것. 오죽하면 “이번 콘퍼런스의 결론은 ’일본시장은 역시 어렵다’”는 평까지 나왔을까.
이러한 점때문에 우리나라는 비교적 만만한(?) 중국, 동남아 시장에 눈높이를 맞춰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IT기업이 눈앞의 이익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일본 시장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미국·일본 시장에서의 성패는 우리 기업의 향후 명운을 가른다. 더욱이 IT표준전쟁에서 패배를 거듭해 온 일본과는 전략적 제휴가 필수적이다. 협력을 전제로 한 ’동북아경제중심국가’가 국가적 목표라면 더더욱 그렇다.
냉정한 현실과 함께 해답의 실마리도 역시 콘퍼런스에서 나왔다. 일본이 모험적이고 역동적인 한국 IT산업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 것. 오까 요시히코 고베커뮤니티엑스체인지사 사장은 “일본에서 상용화에 2년이 걸린 상품이 이미 한국에선 시장에 자리매김했더라”며 “첨단 서비스의 테스트베드격인 한국 IT시장에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국을 버리고 비싼 미국기업의 소프트웨어를 받아들이는 것은 바보짓이다. 모바일 게임, 정보보안 솔루션 등 한국에서 괜찮은 상품을 선별해 오는게 현안”이라는 긍정적인 발언도 이어졌다.
120%의 완벽성이 정석이라면 50%의 신속성과 도전정신도 또 하나의 강력한 수순이다. 일본 시장에 끊임없이 발 들이며 둘 사이의 접점을 찾는 것이 이제 숙제다.
<효고현(일본)=IT산업부·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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