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반도체에 생명을 불어넣은 사람들1·2

 ◇반도체에 생명을 불어넣은 사람들(전 2권)

 밥 존스턴 지음

 박정태 옮김

 굿모닝북스 펴냄

 

 패전의 잿더미에서 출발해 세계 초일류 전자산업을 일궈낸 일본의 기업인과 엔지니어들은 누구인가? 이들의 불타는 의지와 열정, 창의력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아직도 끝나지 않은 세계 반도체 기업간의 신기술 전쟁,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일본 전자산업을 일궈낸 창조적 기업가들의 성공스토리를 묶은 이 책에는 이런 의문들에 대한 해답이 아주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다. 또 아이디어의 태동에서 기초소자의 최초 발명, 실용성 있는 제품화에 이르기까지 기술 개발의 역사적 과정을 자세히 추적한다.

 특히 저자는 오늘날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기업가와 연구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그들의 성공 스토리와 일본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소개했다.

 1947년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벨 연구소는 이 기술을 라이센스 받은 소니사에 “가격이 워낙 비싸 보청기용으로나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지만, 소니의 연구원들은 트랜지스터의 성능을 높이는 한편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춤 으로써 휴대용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만들어 냈다.

 액정디스플레이(LCD)의 첫 발명도 웨스팅하우스에서 이뤄졌고 LCD TV의 시제품을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은 미국의 RCA였지만, LCD TV를 시장에 내놓은 것은 미국 기업들이 아니라 일본의 세이코와 샤프였다.

 책에선 이러한 최초의 발명과 제품화가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을 극적인 드라마로 다뤘다. 이 드라마에는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최초의 휴대용 계산기를 만들어낸 샤프의 창업자 하야카와 도쿠지는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9살 때부터 금속세공품 가게의 실습생으로 일한 인물이며, 세이코를 세운 하톨 긴타로는 14살의 나이에 시계상의 견습공으로 들어가 21살에 창업을 한 인물이다. 이들이 갖고 있었던 것은 세공 기술만이 아니라 끊임없이 도전하고 창조하려는 정신이었다.

 산부인과 전문의 출신의 ‘미타라이 다케시’는 오로지 독일의 라이카에 견줄 수 있는 카메라를 만들기 위한 목표에 매달렸으며 결국 캐논의 초대 사장이 됐다. 캐논은 이후 카메라뿐 아니라 다양한 첨단 기술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캐논은 ‘복사기는 기업용’이라는 통념을 깨고 레이저 기술을 응용, 개인용 레이저 프린터를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이 책은 이밖에 소니의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터널 다이오드를 발명한 공로로 197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에사키 레오나도, 13살에 기름 깡통을 수집하는 회사의 사환으로 취직했던 카지오의 창업자 카지오 다다오, 피아니스트를 꿈꾸다 23살의 나이에 롬을 설립한 사토 켄 등 일본의 창조적 기업가와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이들 모두 일본 전자산업을 일궈낸 창조적 기업가들의 전형”이며 “이들의 열정과 노력이 반도체에 생명을 불어넣음으로써 ‘고도의 기술’에 머물러 있던 반도체를 혁신적인 ‘생활의 이기’로 탈바꿈시켰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성공 스토리뿐 아니라 실패 사례도 수없이 나온다. 왜 실패했는가를 알게 되면 어쩌면 더 큰 교훈이 될 것이다. ‘칼은 부러지고, 남은 화살도 없어진 순간’의 참담함을 맛본 뒤에야 성공은 찾아온다는 사실을 이 책의 주인공들은 말해주고 있다.

 한편 과학과 기술, 첨단 기업분야의 전문기자로 20년간 활동해 온 저자는 이 책을 쓰는 데 5년 이상의 시간을 투자했고 이 책의 주인공들과 100회가 넘는 인터뷰를 했다. 그래서인지 책 속에 담긴 내용들은 깊이가 있으면서도 마치 직접 듣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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