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꼬리내린 엔씨소프트

 온라인게임 선두업체인 엔씨소프트가 지난달 30일 영등위의 비합리적인 심의관행과 등급강화 조치에 반발하는 성명서 발표현장에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택진 사장은 리니지 18세 등급 판정 이후 자사 홈페이지와 CEO 모임에서 영등위의 심의제도에 대해 강도높은 비난을 퍼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업계 공동의 성명서 발표에는 타깃이 되는 것을 우려해 슬그머니 발을 뺐다. 영등위와 대립각을 세우다보면 별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을 내렸음직 하다.

 사실 김 사장은 CEO 모임에서 영등위의 각종 패치에 대한 원칙없는 심의에 대해서는 심의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성명서 발표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주인공이다. 그런 그가 최종모임에 불참했다는 것에 대해 업계의 실망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와 리니지2를 기준으로 삼아 영등위가 심의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데도 정작 문제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는 결정적인 순간에 말을 뒤집고 알아서 머리를 숙이는 꼴은 차마 눈뜨고 봐줄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측은 “성명서 취지는 동감하나 방법상 문제가 있었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공감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특히 업체들은 엔씨소프트의 단순 불참이외에도 게임업계의 대표격인 엔씨소프트가 불참함으로써 모임의 성과 자체가 과소 평가되는 것에 대해 더욱 분노하고 있다.

 리딩업체는 좋은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 수출 확대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기업을 말한다. 이와함께 업계 공동의 이익과 현안에 대해 앞장서는 도덕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국내 매출은 월등하지만 수출 성적이 미미하고 업계 현안을 풀어가는 책임성적(?)은 더더욱 저조하다. 엔씨소프트가 리딩기업이라는 명예를 달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리딩기업이 없는 산업계는 정부의 과도한 보호와 규제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 리딩기업의 ‘나’에 앞선 ‘우리’라는 인식이 아쉬운 게임시장이다.

 <류현정 기자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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