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정보문화를 만들자](30)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네팔(하)

 네팔 카트만두 시내에서 오토바이로 40여분 떨어진 도카 마을. 도로 양옆으로 논이 펼쳐지고 아낙네가 물소떼를 몰고 지나가는 한적한 농촌 마을이지만 이곳도 행정구역상 엄연히 수도 카트만두에 속한다. 비포장 자갈길. 우기라 일반 승용차는 길이 험해 드나들지 못하고 오토바이나 대형 버스들만 간간이 다니는 이 소박한 마을의 아이들이 난생 처음 컴퓨터를 경험하게 된 것은 지난 여름 한국의 ‘해외 인터넷 청년 봉사단’이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도카 마을 허름한 건물에 마련된 PC 교육장에서 눈을 반짝이며 한국인 청년 선생님의 컴퓨터 강의를 듣고 있는 아이의 이름은 사파나(Sapana)였다. 그녀의 이름의 뜻은 ‘꿈’이다.

 그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서 부지런히 마우스를 움직이는 친구는 12살의 식시야(Shikshya). 식시야란 말은 네팔어로 ‘교육’이란 뜻이란다.

 문득 학생들의 이름 뒤에 담긴 부모의 마음이 전해졌다. 자신의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 ‘꿈’을 펼치며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소망이 담긴 것이리라. 네팔에 온 한국 청년들 ‘e히말라야’팀은 아이들을 볼 때마다 오지까지 와서 땀을 흘리는 의미가 이런 소망에 물을 주는 것이어야 함을 깨닫는다. 그들의 활동도 단지 1회성 행사로 그쳐서는 안된다는 것도 여실히 느낀다.

 e히말라야팀의 컴퓨터 주강사로 활약한 정지희씨는 “아이들이 꿈을 찾고자 할 때 우리 교육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고 말한다.

 e히말라야팀의 컴퓨터 교육은 희망을 찾는 네팔 사람들로부터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이 팀이 처음 도카 마을에서 교육을 준비할 때 인근 4개 학교에서 지원자들이 몰렸다. 시설은 한정돼 있는데 인원은 넘쳐 불가피하게 학생들을 돌려 보낼 수밖에 없었다. 팀장 한라나씨는 제비뽑기로 교육 대상 학생을 추첨한 것을 못내 아쉬워 한다.

 처음에 마을 아이들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PC 교육장 앞에 한참 서서 안을 들여다 보며 신기한 듯 쳐다보곤 했다. 어떤 어머니는 두 딸을 데리고 직접 교육장에 찾아와 자신의 아이들도 수업에 넣어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교육에 참여한 학생들도 수업에 적극적이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설명하는 윈도와 워드프로세서가 처음에는 다소 어색한 듯했으나 곧 익숙해졌다. 교육을 맡은 정지희씨와 진찬희씨는 “네팔 아이들이 머리가 좋고 이해가 빠르다”며 칭찬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컴퓨터를 무척 재미있어 하고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선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컴퓨터나 인터넷을 실생활에서 사용해 본 적이 거의 없고 주위에서도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라케시 세레스터 학생은 “장차 무역업을 하고 싶고 그 사업에 컴퓨터를 활용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컴퓨터나 인터넷을 자신의 사업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감을 잡지 못했다. 12살 락스미 라마는 “PC를 쓰면 정보들을 보다 잘 조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어른스러운 대답을 하지만 PC로 조직할 만한 정보가 아직은 없다.

 학생들이 자신의 삶과 일에 컴퓨터와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이들의 삶도 또 네팔의 힘도 그만큼 나아질 것이다. 이런 환경을 만드는 일은 곧 네팔의 전반적인 사회경제적 상황을 개선시킨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그래서 네팔 학생들과의 생활은 자연히 네팔의 발전을 위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정지희씨는 “네팔과 우리나라는 삶의 방식이나 행복의 기준이 많이 다른 만큼 우리 방식을 무조건 따르라고 할 수는 없다”며 “다만 아이들이 바라는 꿈은 모두 펼칠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지언론을 통해 최근 네팔이 경제후퇴와 부패 만연 등의 소식을 접하면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에 담긴 배움에 대한 열정를 생각하면 희망을 접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컴퓨터를 배운 네팔 아이들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운 사람들은 바로 e히말라야팀에 참여해 봉사한 그들 자신이다. 진찬희씨는 “사실 처음에 올 때는 특이한 해외 경험 한번 해본다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네팔에서 봉사하며 “나도 뭔가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값진 느낌을 얻게 됐다.

 이는 네팔 아이들이 e히말라야팀에 준 가장 큰 선물이며 ‘해외 인터넷 청년 봉사단’을 통해 한국이 알아야 할 그런 마음 아닐까.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 `네팔의 미래` 가상대담

 네팔 현지에 있는 사람들은 실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네팔에서 만난 한국인 봉사자·기업인, 네팔 현지의 학자·공무원들과의 만남을 통해 듣게 된 네팔의 솔직한 현실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기자가 진행하는 가상대담 형식으로 엮어본다.

 사회자=오늘 자리는 네팔의 상황, 특히 정보기술(IT)·통신 분야의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개선 방향을 생각해 보는 시간입니다.

 조승연(한국국제협력단·카트만두대학)=네팔에서 제일 놀랐던 건 산업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어요. 경제 활동이 어떻게 이루어지나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한라나(e히말라야팀)=당연히 인터넷, 통신 같은 것도 거의 보급되지 않았고요. 현대인에게 있어서 정보접근권은 가장 기초적인 권리인데 그런 부분이 많이 뒤떨어진 것 같아요.

 정지희(e히말라야팀)=시내 PC방 가보세요. 56Kbps 모뎀을 10명이 나눠쓴다니까요. 초고속인터넷은 꿈도 못 꿉니다.

 사회자= 전화는 동네 전화방 가서 해야 되죠.

 한라나= 굳이 네팔에서도 시골 마을을 택한 것은 누구에게나 정보접근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어요.

 감비르(e히말라야팀)=요새는 네팔에서도 이동통신이 많이 보급됐어요. 대리점 가면 삼성 휴대폰도 인기예요.

 크리슈나(네팔 정보통신부 과장)=아직 네팔의 전화보급률은 3% 정도입니다. 앞으로 2008년까지 마을마다 개발위원회를 두고 2회선씩 설치해 기본적인 통신 서비스는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김대훈(LG전자 네팔지사장)=이동성을 제한하고 가격을 낮춘 CDMA 기반의 WLL 이동통신도 곧 시작됩니다. 제2 이통사도 생겼고요.

 오택일(한국국제협력단, 카트만두대학)=통신과 인터넷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니예요. 전력 공급도 문제입니다. 산이 많아서 전력을 전국 곳곳에 보내기도 힘들고. 그래서 저는 지금 마을 단위로 구축하는 소규모 수력 발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요. 전력 소모가 적은 백색LED도 연구 중이고요.

 사회자= 전체적으로 전력, 통신, 도로 등 국가 기반 시설이 미비한데요.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만연한 공직사회의 부패와 무능 때문에 해결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진찬희(e히말라야팀)=개발도상국에서 흔히 겪는 과정일 수도 있지만 이는 국가 조정기능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고…. 게다가 마오쩌둥 반군 문제도 해결할 걱정스런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시타람 아드히카라(카트만두대학 부총장)=지금의 문제 때문에 네팔에 희망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는 반대입니다. 지금 나라가 시끄러운 것은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입니다.

 감비르(e히말라야팀)=공무원들 자세가 문제예요. 자기한테 돌아오는 것 없으면 나라에 도움 되는 일이라도 안 해요. 해외 원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도 있고.

 크리슈나=공무원들이 부패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PC, 복사기처럼 선진국에선 당연한 장비들도 거의 없으니 효율성이 떨어지긴 하죠.

 조승연= 산업 마인드, 자본주의 마인드를 키우는 것도 시급합니다. PC 장비를 사러 가면 단골이 될수록 오히려 슬쩍 속이려는 경우도 있었어요.

 아드히카라=네팔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적응력이 좋습니다. 자원도 풍부하기 때문에 곧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관광, 헬스케어, 교육의 중심지로 발전하는데 IT가 큰 역할을 하리라 기대합니다. 한국 같은 IT 강국의 도움도 절실하고요.

 한라나=저희들의 활동이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좋겠어요.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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