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자정부 출범 1년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행정정보 공동이용 확대

 ‘안방민원 시대의 개막’을 선언하며 출범한 전자정부 서비스가 11월 1일 탄생 첫돌을 맞는다. 국민과 기업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행정의 생산성과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 전자정부의 궁극적인 목표. 지난 1년간 빠르고, 정확하고, 편리한 정부를 지향해온 전자정부의 성과와 과제를 긴급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행정 민원 하나로 수많은 관공서를 방문하고, 똑같은 서류를 매번 제출해야 했던 번거로움은 이제 옛날 얘기가 됐다.

 대한민국 전자정부 사이트(http://www.egov.go.kr)에 접속하면 관공서를 찾지 않고도 집이나 사무실에서 인터넷으로 주민등록 등·초본 등 각종 행정민원 서류를 신청하고 발급받을 수 있다. 수수료는 신용카드나 무통장 입금, 전자화폐 등으로 지급하면 된다. 발급된 행정 서류는 우편 등을 통해 수령하고 토지대장, 주민등록 등·초본 등 일부 민원서류는 자신의 프린터로 곧바로 출력해 사용할 수도 있다.

 과거 민원 첨부서류로 요구하던 주민등록 및 호적 등·초본과 토지대장 등 20종의 민원서류는 더 이상 제출할 필요가 없다. 담당 공무원이 직접 온라인으로 내용을 조회한 후 해당 업무를 처리한다. 납세증명과 같은 세금 관련 민원서류도 인터넷 조회비밀번호를 금융기관에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부동산을 구입할 때 등기소에 들러 직접 등기부 등본을 확인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졌다. 인터넷 등기부열람서비스(http://registry.scourt.go.kr)를 통해 24시간 등기부 내용을 열람할 수 있기 때문. 행정정보의 공동 활용으로 1회의 전입신고만 마치면 차량, 보건복지 등 주민과 관련된 10여개의 주소가 자동으로 변경된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http://www.neis.go.kr)은 취학대상 아동의 명단이나 전·출입사항을 온라인으로 일괄 처리한다.

 기업들은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http://www.g2b.go.kr)을 통해 기관방문 없이 사무실에서 업체등록, 입찰, 계약, 대금 수령 등 조달관련 모든 절차를 처리할 수 있다. 과거 두툼한 책자로 발간되던 조달관보는 더이상 발행되지 않는다. 조달의 모든 과정이 온라인으로 진행돼 납품업체와 공무원이 직접 만날 이유가 없다.

 종합국세서비스(http://www.hometax.go.kr)를 이용하면 총 50여종에 달하는 국세관련 민원을 인터넷으로 처리할 수 있다. 특히 사업자등록증명, 납세증명과 같이 금융거래에 흔히 사용되는 증명민원 6종류는 해당 금융기관에서 직접 조회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종이서류로 발급받을 필요가 없다.

 과거 직장이나 사업장을 옮기면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을 별도로 신고하던 번거로움도 사라졌다. 어느 기관에나 한번만 신고하면 출생·혼인·사업장변경 등으로 인한 각종 보험자격 관련 신고업무가 해결되고 신고에 필요한 각종 신고서식과 첨부서류도 크게 줄었다.

 특허 출원, 심사, 결과 발송 등 모든 특허 관련 행정업무도 특허넷(http://www.kipo.go.kr)을 통해 온라인으로 처리된다. 특허청을 방문해 유료로 이용해야 했던 특허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특허관련 공개공보나 등록공보 등도 인터넷으로 발간된다.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나라살림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재정정보시스템(http://www.nafis.go.kr)을 통해 세금이나 각종 부담금 등 모든 국가수입이 자동으로 집계되고 재정 집행 또한 발생 시점에 기록된다. 공무원 인사기록카드도 전자서류로 대체되고 인사평정·출장·교육 등을 위한 서류업무도 전자적으로 처리된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안방 민원의 편리함을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기까지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전자정부 서비스의 이용률 하락이다. 전자정부 서비스가 일반 민원에 비해서도 크게 불편한 것이 민원인들의 가장 큰 불만. 이에 따라 지난해 개통 초기 월평균 400만건에 달하던 G4C 접속건수는 최근 150만건 수준으로 줄어들고 G4C를 이용한 민원신청도 월 평균 2만3000여건에 머물고 있다.

 또 개별 업무 또는 기능 중심의 정보화로 인해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반드시 풀어할 과제다. 일하는 방식 개선과 전면적 업무 재설계 없이 정보시스템 구축 위주로 전자정부를 추진해 국가적인 행정 체계 개선 효과 역시 기대 이하다.

 특히 전자정부 사업 대부분이 중앙부처 중심의 ‘푸시(push)형’으로 진행되다 보니 자치단체별 특성에 맞는 시스템 개발도 부족하다. 부처간 협조 미흡과 집단 이기주의의 팽배는 국가 정보 공유체계를 흐뜨리고 있다. 기득권 상실을 우려하는 이해 당사자들의 반대와 정보 오남용의 가능성 등을 내세운 시민단체의 반발도 풀어야할 과제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 참여정부의 전자정부 추진 전략

 전자정부의 성패는 결국 국민들이 얼마나 전자정부 서비스를 잘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인터넷상에 대민 서비스 창구를 개설하는 것만으로는 전자정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모든 서비스 제공 채널을 통합해 보다 편리하고 쉬운 접근이 보장돼야 한다.

 전자정부 전문가들도 “단순히 인터넷으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정부의 의사결정과 대민간 행정서비스 관련업무 처리과정을 통째로 개편하고 온라인 행정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혁신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도 전자정부 로드맵을 통해 24시간 온라인 행정서비스의 활용도 제고와 관청 방문횟수 대폭 감축, 그리고 모든 행정업무의 전자화 및 공유를 통한 정보자원 통합·관리 등을 전자정부 사업의 주요 목표로 설정했다. 이같은 목표아래 대부분의 민원 및 기업관련 업무를 관청 방문없이 처리할 수 있게 하고 행정업무 전자화 및 정보공유를 통해 실시간 행정이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또 행정정보를 능동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정책참여를 활성화하고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통제권을 강화, 국민이 안심하고 전자정부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15%대에 머무르고있는 민원업무 온라인화율도 85%까지 끌어올려 모든 민원을 전자적으로 신청·신고·처리하고 주민등록등본·토지대장 등 각종 증명서도 인터넷으로 발급할 계획이다. 2005년부터는 지식관리시스템 연계를 통해 정부부처별로 보유하고 있는 주요 정책정보의 상호공유가 의무화된다.

 특히 G4C시스템 확충을 위한 선행사업(BPR/ISP)을 통해서는 온라인 민원서비스의 개선과 고도화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중장기 발전계획이 마련된다.

 G4C, 시군구시스템, G4B, G2B 등 각급 행정기관의 분야별 포털·민원서비스간 연계 방안과 행정기관 내부 민원처리시스템, 인터넷 민원처리공개시스템, 전자결재시스템 등 각종 정보시스템간 단계별 연계·표준화 방안도 수립될 예정이다.

 전자정부 관련법령도 대대적으로 정비된다. 우선 연말까지 전자민원 관련법령,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국가계약법령 등의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내년에는 개인정보보호기본법, 통합전산센터운영규정 등이 제정되고 전자적 처리원칙 확립 법령정비와 로드맵 개별과제 관련 법령정비도 추진된다.

 특히 정보화 투자 및 관리에 대한 법적 권한과 책임을 구체화하고 정보화사업을 효율적·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공공정보기술관리혁신법(가칭)’ 제정도 추진중이다. 기존 정보화촉진기본법만으로는 다양한 정보기술 관리 전략과 방법·기준 등을 담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이같은 기본 전략아래 △정부서비스 전달체계의 혁신을 통한 네트워크정부 △행정의 효율성과 투명성 향상을 통한 지식정부 △진정한 국민주권 실현을 통한 참여정부를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 인터뷰 - 행자부 정국환 행정정보화계획관

 “전자정부를 국민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만든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봅니다. 각종 민원서류의 확인 및 발급서비스, 홈텍스 서비스가 가능해짐으로써 전자정부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체험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내년초 주민등록 등초본 발급 서비스가 본격 개시되면 전자정부 홈페이지 이용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될 겁니다.”

 DJ정부 시절 전자정부특별위원회 위원으로서 전자정부 홈페이지(http://www.egov.go.kr) 개통의 실무 총책임자이기도 했던 정국환 행정자치부 행정정보화계획관(48·국장)은 그동안의 성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전자정부 사업은 사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행정 개혁과 업무 프로세스 혁신 및 정부 부처간의 원활한 정보공유 등 행정 패러다임의 변화가 중심축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국민이 직접 피부로 느끼고 그 변화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전자정부의 성공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기에 국민과 접촉하는 핵심창구가 될 전자정부 홈페이지는 그 의미가 크다.

 그러나 전자정부는 이제 겨우 시작일 뿐, 서비스 개선과 이용율 제고 등 넘어야할 산이 적지 않다.

 “사실 지난 해 홈페이지 개통시 전자정부가 모두 완성된 것처럼 알려지면서 국민에게 과잉기대를 갖게 한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겨우 초석을 놓았을 뿐인데 말이죠. 공직사회의 관습과 관행을 타파하고 제도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한편 국민들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다양하게 보급해야 하는 등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특히 정 국장은 국민들의 민원 서비스 이용율을 끌어올리고 전사서명 이용을 확산시키는 데 전력을 쏟을 계획이다. 서비스를 개발했는데도 이용자가 외면한다면 국민이 낸 귀중한 혈세를 쓸데없이 낭비하는 셈이다. 최근들어 문제가 된 G4C 서비스 위변조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 암호화 과정을 추가토록 한 것도 이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전자정부 홈페이지는 말 그대로 전자정부의 얼굴입니다. 그 속에 전자정부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모두 담겨있는 셈이지요. 정부개념의 근간이 바뀌는 어마어마한 변화를 내포하고 있는 만큼 너무 서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정 국장은 “전자정부는 하루 아침에 완성되지 않을 뿐 아니라 어쩌면 영원히 계속될지 모를 네버 엔딩(Never Ending)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