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PCㆍ주변기기 `불티`

경기침체 장기화로 알뜰 구매족에 인기

 경기 침체로 알뜰 구매가 자리를 잡으면서 중고 PC와 주변기기의 판매가 활기를 띠고 있다. 집단 상가의 중고품 전문 매장과 벼룩 시장을 비롯해 온라인 중고품 거래 사이트가 활성화되면서 거래 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인터넷 경매업체 옥션(http://www.auction.co.kr)은 올들어 판매한 컴퓨터 수량 6만대 중 40%에 육박하는 2만1000여대 이상이 중고 PC가 차지한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해까지 20%대에 머물던 중고 PC 거래 비중이 올 들어서는 1분기 32.5%, 2분기 36.3%, 3분기 37.2%로 증가했다. 특히 노트북은 중고품의 비중이 신제품을 압도했다. 올들어 2만5000대 가량 판매된 노트북 중 75%가 넘는 1만9000여대가 중고 노트북이었다.

 미디어윌이 운영하는 상품 직거래 사이트 파인드유즈(http://www.findused.co.kr)에는 올들어 현재까지 1만9200여건의 PC·주변기기가 등록돼 지난해 대비 300% 넘는 증가세를 보였다. 이 가운데 데스크톱 PC는 총 1만5500여건이 등록돼 지난해 2400여건에 비해 540%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는 등 교체 주기를 맞은 상당수 PC가 중고 장터의 매물로 쏟아졌다.

 주변기기업체 케이아이에스티도 중고 쇼핑몰(http://www.msd.co.kr)을 오픈한지 1주일 만에 100여장이 넘는 주기판을 판매했다. 수입 유통업체인 이 회사는 당초 판매시기를 놓친 재고품이나 샘플 제품을 처분하기 위해 중고몰을 오픈했으나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자 주기판 외에도 중고 노트북·베어본 PC 등으로 거래 품목을 확대했다.

 온라인 거래의 성장 속도에 비해 다소 뒤쳐지지만 집단 상가의 중고품 거래도 마니아 사이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중고품 판매 상가가 바로 용산 선인상가 21동에 밀집한 ‘북간도’다. 상가의 후미진 구석에 위치해 속칭 ‘북간도’로 통하는 이곳에서는 각종 중고 PC에서 일반 상가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구형 부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어 연일 손님이 북적인다. 또 나진상가에서 매주 주말 열리는 벼룩시장도 중고품 거래장터로 각광받고 있다.

 중고품 거래가 활기를 띠면서 최근에는 효용가치를 잃은 구형 PC를 개도국에 수출하는 사업까지 등장했다. 온트랙코리아는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매입한 PC를 동남아·남미·아프리카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이달에 선적한 PC와 모니터가 각 500대에 달할 정도다. 국내에서는 폐기 대상인 펜티엄2급의 PC를 재포장해 해외에 수출한다는 측면에서 환경보호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옥션 박주만 상무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중고품을 적당한 가격을 받고 매도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연간 100만대 이상의 폐컴퓨터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중고 컴퓨터 거래의 활성화는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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