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모적인 과열경쟁은 그만하자

 과학기술부·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 등 3개 부처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각 부처의 세부 과제들이 중복되는 등 부처간 과열경쟁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하니 걱정이다. 차세대 성장동력은 한국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범정부적 프로젝트로 정부 부처는 물론 산업계 연구계가 모두 힘을 합쳐 이른 시일내 개발해야할 사안인데도 이를 주도할 정부 부처부터 과열경쟁 양상을 보이는 것은 자금, 시간, 인력 등 추진동력의 분산을 가져올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을 선정할 때도 부처간 과열양상을 빚어 청와대 주도아래 수개월 동안 조정작업을 거쳤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세부 추진 과정에서 또 똑같은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3개 부처의 세부과제 중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경제부를 중심으로 관련 부처 장관이 모여 조정작업을 벌였는데도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하니 당초 합의한 부처간 역할 분담체계가 허물어질까 우려스럽다.

 차세대 성장동력의 아이템 개발 여하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라지기 때문에 각 부처가 성장동력으로 개발 추진하고자 하는 세부과제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또 기업의 입장에서는 정부가 개발할 과제를 많이 찾아 가능한 한 연구비까지 지원해 주겠다는 데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러나 저마다 개발할 세부과제를 많이 찾아내기 위해 영역을 확대하다 보면 결국 발굴되는 과제가 중복될 수밖에 없다. 물론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자체가 산업과 기술이 혼재돼 있는 데다 기술 컨버전스시대여서 중복을 피해 과제를 찾는 것도 어렵고 자칫 놓칠 우려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중복경쟁이 오히려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부처들이 이처럼 영역을 확대하면서까지 과제를 찾는 속셈은 무엇보다 내년 정부 조직개편을 앞두고 사전에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기 위해서라 볼 수 있다. 이는 결국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어 모양새가 좋지 않다. IT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고 기존의 다른 기술이나 사업과 융합돼 새로운 영역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영역 싸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관련 부처가 수시로 중복 또는 대립되는 사항에 대해 협의해 산업발전을 전제로 조정하면 풀 수 있다고 본다. 잘 알다시피 소모적인 싸움의 피해자는 국가경제와 국민이기 때문이다.

 특히 차세대 성장동력프로젝트는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도 그 성공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과열경쟁에 따른 중복개발보다는 협력투자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범부처 조정기구를 상설기구로 설치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향한 새로운 정책사업으로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는 부처별 역할 조정을 기획단계에서부터 향후 추진과정에 이르기까지 체계화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처간 공동 태스크포스팀 구성도 유력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이제 소모적인 경쟁에서 벗어나 차세대 성장동력 프로젝트 성공에 필요한 재원조달 방안을 구체화하고 지적재산권 등 제도정비와 국제표준화 활동에 신경써야 한다. 이와함께 현재 단순히 부를 창출하는 데만 관심을 두고 있는 성장동력 산업을 키우기 위한 선진국다운 국가로서 비전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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