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도입안하나…"변화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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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이 조직의 경영혁신 수단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공기업 및 정부산하기관들만이 도입에 소극적이어서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정부는 중소기업에 자금지원까지 하면서 ERP 보급에 나서고 있으나, 정작 400여 공기업 및 정부산하기관들은 대부분 관심을 나타내고 있지 않다. 현재까지 ERP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한국조폐공사·한국마사회·한국산업단지공단·한국수력원자력 등 10개 내외의 기업·기관정도다.
◇‘변화’가 두렵다=ERP 구축 후 맞게 될 업무변화를 달갑지 않게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ERP 구축이 기업(기관) 정보화의 고도화 뿐만 아니라 업무프로세스 전반에 큰 변화를 따르게 하기 때문이다. ERP 구축을 추진하다 최근 유보한 한 공기업 관계자는 “기존 업무 프로세스 가운데 일부를 없애야 하는 등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지적됐다”며 유보 배경을 밝혔다. 이미 ERP시스템 가동에 들어간 한국수력원자력의 관계자도 “업무 프로세스 변화로 일부 직원들이 적응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업무체계의 투명화와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인력조정에 대한 우려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에 대해 노조에서 반발할 것이라는 선입견도 강력한 추진을 주저하게 하는 배경으로 알려져 있다. ERP를 도입키로 한 공기업 관계자는 “개인별로 업무 부하에 대해 점검이 가능해져 자연스럽게 조직개편과 인력조정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대해 노조측에서도 상당한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선진국에선 크게 늘어=전문가들은 공기업과 산하기관 등이 ‘변화’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RP솔루션 공급업체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는 공공기관의 ERP시스템 도입이 크게 늘고 있다”며 “공기업 경영쇄신 차원에서도 적극 채택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이들 공기업과 기관이 ERP시스템 구축에 소극적이라는 것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실제 기획예산처는 지난해부터 공기업 경영혁신지침을 통해 ERP구축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산자부의 관계자는 “몇년전 공공부문부터 정보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각계의 요구와 함께 ERP시스템 구축이 이슈로 떠오른 적이 있다”며 “공기업 경영혁신 차원에서 ERP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나서야=공기업 및 산하기관은 조직의 특성상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집중적인 육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 공기업 전산실 담당자는 “정보시스템 담당자로서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사장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연세대 임춘성 교수도 “공기업 평가기준에서 정보화가 너무 낮게 책정돼 있으며 특히 정보화에 배정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가 ERP 구축을 통한 공기업 투명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