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400짜리로 싸게 사고 싶은 데 좋은 곳 알려주세요.’
"남대문 수입상가 OO매장이 싸더군요." "나는 메사 앞 OO에서 OO원에 구입했습니다."
디지털카메라 전문 웹사이트 게시판이나 구매가이드 코너에 자주 오르내리는 네티즌들의 글이다.
이곳에서는 흔히 말하는 ‘전자제품의 메카’ 용산 전자상가나 테크노마트 등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다. 오히려 디지털카메라(이하 디카)의 명소로 남대문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남대문 시장권역에 포함된 ‘숭례문 지하상가’와 ‘굿앤굿’ 두 곳을 말한다. 남대문시장 입구 왼쪽에 있는 숭례문 지하상가에는 65개의 디카 전문매장이, 패션몰 메사 맞은편의 굿앤굿에는 32개의 디카 전문매장이 성업 중이다. 최근 평일 낮 시간에 이곳을 찾았을 때에도 교복을 입은 학생과 청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전자제품 시장의 대명사인 용산과 테크노마트 등 집단전자상가를 따돌리고 이곳이 디카 쇼핑의 명소로 떠오른 이유는 뭘까. 정답은 값이 싸기 때문이다. 일본 현지 내수용 상품이 일명 ‘보따리상’을 통해 들여와 이곳에서 대량으로 거래되고 있다. 상인과 디카 마니아층은 이 같은 제품을 ‘정품’(정식 수입용 제품)과 구분해 ‘내수’(일본 내수용 제품)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실제로 이곳에서 거래되는 디카의 80%는 ‘내수’ 상품이다. 정품과는 적게는 4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한글 매뉴얼이 포함된 것 말고는 차이가 없어요. 몇 만원 차이면 메모리를 추가하고 여분의 베터리까지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곳을 찾은 고등학교 2학년생의 설명이다.
일본 내수용 상품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소문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숭례문 수입상가와 굿앤굿은 디카를 구입하려는 10대와 20대가 가장 많이 찾는 상가가 됐다. 군대에 가기 전에 여자친구와 사진이나 많이 찍어두려고 왔다는 K씨(21)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됐어요. 대부분 이곳을 추천하던데요”라고 말했다.
숭례문 수입상가 지하 1층은 이미 30년 이상 아날로그카메라 도매 전문상가로 널리 알려져 카메라 매니아들에게는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2∼3년 전부터 디카 수요가 크게 늘면서 대부분이 디카 매장으로 변했다. 일부는 아날로그 카메라도 함께 취급하고 있지만 매출의 대부분은 디지털 카메라가 차지한다.
디카를 판매하는 매장 상인에게 이곳의 장점에 대해 물어보니 “첫 가게부터 마지막 가게까지 가격을 물어보며 돌아다니는데 1시간 밖에 안 걸린다. 비싸게 받을래야 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숭례문 수입상가 148호 신성사의 신덕선 사장은 “사전에 인터넷에서 가격을 조사한 후 이곳에 나와서는 어떤 모델을 가격까지 정해놓고 줄 수 있느냐, 없느냐고 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숭례문 수입상가와 달리 굿앤굿은 남대문 시장 일대에 산재해 있던 카메라 매장들이 하나둘씩 모이고 용산 등 다른 지역 상가의 디카 상인들까지 가세하면서 약 1년전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된 상가다. 숭례문 상가에 비해 깨끗하고 통로도 넓어 시원스럽다. 각각의 매장 규모도 비교적 크다.
굿앤굿은 상가의 원래 이름이고 이전에는 새로나 백화점이었다. 건물주 굿앤굿은 디카의 명소로 알려진 것을 기회로 아예 1층 전체를 정보기술(IT) 관련 제품매장으로 꾸밀 계획이며, 이를 위해 최근 상가명칭도 ‘디지털새로나’로 바꿨다.
◆정품과 내수품
‘정품과 일본 내수용 제품의 차이는 무엇인가.’
디지털 카메라를 새로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처음 부딪히게 되는 의문점이다.
디지털 카메라의 새로운 명소 숭례문 수입상가와 굿앤굿에서 거래되는 디카의 80%는 일본 내수용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정품은 지정된 업체를 통해 정식 수입통관 절차를 거쳐 들어오는 것이고 일본 내수용 제품은 일본내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개인이 사서 들여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제품 자체에 차이는 없다. 정품 박스 속에는 한글 매뉴얼이 들어 있고 첨부된 각종 설명서가 영어로 된 반면 내수품은 일본어로 돼 있다는 차이뿐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애프터서비스(AS)다. 정품 취급 상인들은 “내수품을 구입해 사용하다 문제가 발생하면 막대한 수리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이 높다”고 주장한다. 반면 내수품을 판매하는 상인은 “웬만한 수리는 판매한 매장에서 다 해준다”며 “AS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면 내수품이 그렇게 많이 팔리겠느냐”고 일축했다.
정품과 내수품을 동시에 취급하는 한 상인은 “10대와 20대는 대부분 내수품을 찾고 30대 이상으로 가야 정품을 찾는 경우가 늘어난다”며 “싸게 구입했으면 그만큼 일정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에서 내수품 AS로 인한 분쟁이 외부로 크게 드러난 경우는 많지 않다. 내수품을 구입한 한 학생은 “친구가 알려줘서 왔는데, 고장나면 수리해준다고 들었기 때문에 샀다”고 말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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