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우리가 바꾼다.’
어느덧 사회의 중진세력으로 자리한 386세대들의 뒤를 이어, 397세대가 우리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신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397세대란 통상 70년대 출생에 90년대 학번, 30대인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2030세대와 386세대의 중간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정확히는 30세에서부터 34세까지가 여기에 해당되지만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를 아우른다고 볼 수 있다. 386세대가 정치적인 혼란기를 거치며 사회개혁과 변화를 갈망했다면, 397세대는 거창한 이념보다는 자아발전을 꿈꾼다.
90년대 초, 배낭을 짊어지고 무작정 세계로 떠나던 이들. 바로 그들이 397세대다. 밤마다 아르바이트 뛰며 여행비를 마련하던 젊은이들은 배낭여행을 통해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진리를 몸소 체험하고 진정한 글로벌인이 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지금도 이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외국어 한 두 개는 기본이고, 자기계발 차원에서 운동도 필수다. 외향보다는 실속을 추구하기 때문에 ‘실리파’, 또는 ‘또순이족’이라는 별명도 붙어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비난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397세대가 점차 성숙해지면서 서로를 존중하고, 공동체의 의미를 공유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미래상이 밝게 점쳐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세상의 중심은 나
“구조조정이요? 글쎄요. 저와는 별로 관계없습니다. 그리고 설혹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더라도 다른 직장을 찾으면 되죠, 뭐.”
SBS드라마플러스의 김민환 PD(30).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위기감이 직장인 사회에서 최대 이슈가 되고 있지만 김 PD는 ‘별반 관련없다’며 시원스레 답변한다. 물론 이는 직장인의 체감 정년이 36.5세라는 조사 결과에서도 나왔듯 30대 초반의 397세대가 구조조정이라는 칼날에 빗겨져 있는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상대적인 자신감과도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397세대에는 자신감이 용솟음친다. 이전 세대와 달리 비교적 풍족하게 자란 데다, 실패를 경험하지 않은 탓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업무면 업무, 외국어면 외국어, 컴퓨터면 컴퓨터 모든 분야에서 ‘준비된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김 PD는 바쁜 와중에도 일본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고, 루이비통코리아에서 수퍼바이저로 일하는 이지은씨(30)도 틈틈이 프랑스어 과외를 받고 있다. 영어는 기본.
건강한 체력이 자산이라는 생각에 운동도 빼놓지 않는다. 피트니스센터에서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것은 물론이고, 등산과 여행으로 인생을 즐기는 것도 397세대를 규정하는 특징이다.
#쇼핑은 알뜰하게, 재테크는 과감하게
소비적인 관점에서 보면, 397세대는 가장 구매력이 떨어지는 집단이다. 신세계백화점 홍준상 과장은 “10대와 40∼50대에 비해 30대는 구매력이 낮은 편”이라며 “그나마 레저 스포츠용품을 제외하고는 구매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한다. 대신 재테크에 보이는 관심은 대단하다. 최근 보험상품을 판매한 현대홈쇼핑의 경우, 30대 초반의 종신보험 가입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약간은 의외다. 풍족하게 자랐고, 지금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만큼 소비성향도 넉넉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증권사에 근무하는 이경환씨씨(32)는 ‘불확실한 미래’를 꼽는다. 능력이 있는 것과 미래는 별개라는 것. “어쨌든 샐러리맨이잖아요. 가능할 때 많이 벌어서, 많이 저축해야죠.”
김 PD의 경우 매달 월급의 50%를 적금으로 넣는다. 소비내역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지은씨도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참고로 온라인 가계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지데이(http://www.ezday.co.kr)도 서비스 이용고객 3만5000명 가운데 54%가 26∼35세라는 이례적인 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397세대의 쇼핑 철학은 합리성. 제품 품질과 가격 비교는 필수다. 애니필 마케팅 이사인 박수지씨(33)는 “보통 이태원 보세제품을 구입하고, 백화점에는 절대 가지 않아요. 다른 곳이 훨씬 싸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어떻게 백화점을 가요. 다만 사업상 명품 한 두 개가 필요하긴 한데, 그건 외국에서 50∼70% 세일하는 아울렛 매장에서 구입하곤 하죠”라며 알뜰족의 비결을 전했다.
루이비똥코리아 이지은씨도 마찬가지. “백화점에서 명품을 구입하진 않아요. 해외 출장갈 때 면세점을 이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예요.”
#주관으로 똘똘 뭉쳤다
“선배 세대를 보면 가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저는 아직 미혼이어서 그런지, 저에대한 관심이 더 많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리고 남는 시간은 최대한 레저를 즐기며 살고 싶어요.”
타인에 피해주지 않으면서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다. 김 PD는 자신의 인생관을 이렇게 말한다.
‘나눔의 미덕’`을 강조하던 이전 세대와 달리, 397세대는 개인의 행복과 발전을 최우선 목표로 여기는 셈이다. 그렇다고 공동체적 삶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삶의 방식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점에서 배타적인 관계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397세대는 이제 시작이고, 고유의 색깔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모습이건, 우리사회가 한 단계 성숙하는 자양분으로 작용할 것임에는 분명하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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