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터넷 대란 책임 판결 파문

 전국의 인터넷망이 마비된 ‘1·25 인터넷 대란’으로 인해 네티즌이 이용하지 못한 시간 요금을 KT 하나로통신 두루넷 온세통신 등 초고속인터넷업체들은 배상해야 한다는 통신위원회의 판결은 인터넷 사고에 대한 통신업체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시사하는 바 크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툭하면 끊어져 애를 먹이는 인터넷 불통사고에 경종을 울리는 것은 물론 인터넷 이용자의 권익을 크게 신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 인터넷 가입자 1000여만명이 모두 피해자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뿐만 아니라 참여연대 등이 별도로 진행중인 인터넷 대란 관련 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가 이번 판결을 예의 주시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란 판단에서다.

 녹색소비자연대가 네티즌 23명을 대리해 신청한 1·25 인터넷 침해사고 손해배상 요구에 대해 통신위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그동안 1·25 인터넷 침해사고가 불가항력이었다고 주장해왔던 사업자들이 면책요건인 불가항력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외국에서 들어온 바이러스로 인해 인터넷 대란이 발생했지만 관련 업체의 서버나 시스템이 피해를 최소화할 만큼 정상적이지 않아 배상을 의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의 책임이 슬래머웜 바이러스를 유포한 자와 SQL서버를 잘못 관리한 사용자들에게 있고, 외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서버를 타고 전파된 인터넷의 구조적 특성이 인정되는 만큼 국내 사업자들만의 책임이라고 보기 어려워 일반적인 경우(서비스 중단 시간의 최고 3배까지 배상)와는 달리 실제 서비스 중단시간만 배상토록 결정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손해배상범위는 약관에 규정된 피해시간 요금의 3배가 아니라 피해시간만큼(KT 3시간44분, 하나로통신 5시간5분, 두루넷 4시간, 온세통신 5시간 3분)의 요금 수준으로 조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초고속사업자들은 전기통신법 제40조에 의해 60일 이내에 지급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지급을 결정할 경우 23명에 대해 업체별로 인터넷이 마비된 시간(3시간44분∼5시간5분)만큼의 이용료 각 100∼300원을, 손해배상을 요청하지 않은 일반 가입자 1000여만명에 대해서도 인터넷이나 전화 신청을 받아 같은 금액의 손해액을 월 이용료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사업자들이 통신위 결정에 불복, 이의신청을 할 경우 사태는 더욱 복잡하고 지루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불가항력에 대한 법리논쟁이 불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신위가 1·25인터넷 침해사고가 외국에서 발생된 것이고 국내 사업자들만의 책임이라고 보기 어려워 서비스 중단시간의 최고 3배까지 배상토록 돼있지만 실제 서비스 중단시간만을 배상토록 했다는 것은 이번 사고가 어느 정도는 불가항력이었다는 점을 인정한 부분이다.

 어찌됐던 이번 결정은 향후 인터넷 사업자와 가입자간의 관계에 있어 중요한 선례로 남게 됐다. 신청인들에게 돌아갈 배상액은 120∼300원 수준이지만 이번 결정은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인터넷 중단사고에 대해 통신업체 책임을 인정함으로써 보안의식과 안전장치 없이 가입자만 경쟁적으로 늘려온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경종을 울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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