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세계 최소 조각품 만든다

양동열 교수 `나노 사이즈`에 도전

 1000조분의 1m 단위를 나타내는 펨토초 레이저 초미세 가공기술로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복제품을 제작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조각품이 첨단 나노기술(NT)에 의해 탄생할 전망이다.

 정교한 형상 복제에 관한 한 전문가의 경지에 오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1호 박사인 양동열 기계공학과 교수가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인 10㎛ 크기의 복제품 제작에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양 교수가 나노 크기의 초소형 복제품 구현에 도전하는 것은 펨토초 레이저 기술 응용 분야다. 양 교수는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복제품을 10㎛ 크기로 제작, 예술의 나라 프랑스 박물관에 기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 교수가 조형장치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최근 3차원 CAD 모델 데이터로부터 실물 형상을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값싸게 제작할 수 있는 이른바 ‘가변적층 쾌속조형 공정 및 장치(VLM-ST)’를 개발하면서부터다.

 양 교수는 지난 98년부터 과기부로부터 66억원을 지원받아 국책연구개발사업으로 이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 복제할 경우 발포폴리스티로폼을 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쾌속조형공정과 비교해 최대 70분의 1까지 싸게 제작할 수 있다.

 제작속도도 기존 기술보다 50배나 빠르다. 양 교수는 “광주에서 올라온 어느 수석가가 1억원짜리 수석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수 없다며 똑같은 모형제품을 만들수 있겠느냐는 제안을 해와 즉석에서 문제를 해결해 줬다”고 소개했다. “모형 제작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도 각각 40분에 재료비 2만원이 들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KAIST 전자공학과에서 비행체 개발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모형을 제작해야 하는데 모형제작 비용이 1000만원이나 들어 걱정이라는 하소연을 하자 10분의 1도 안드는 80만원 정도의 재료비만 받고 복제해 줬다. 이러한 경험들이 바탕이 되어 이제 아예 나노 형상 구현에 나서게 된 것.

 양 교수는 KAIST 박사 1호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부분의 연구가 국내 처음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조형장치 분야에서 ‘쾌속’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도 그랬고, 이와 관련된 기술 도입도 그랬다. 이에 기술 확산 및 인력 양산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한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자동차는 물론이고 휴대폰 등 전자제품을 개발하는 데에는 반드시 시제품을 만들기 전에 실물크기의 모형을 만들어봐야만 합니다. 제품으로부터 오는 느낌이나 잘못 설계된 부분을 쉽게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죠.”

 양 교수는 “연간 1조원에 달하는 쾌속 조형 시장에서 수입대체효과는 물론 건축모델 등 못 만드는 것이 없기에 새로운 시장 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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