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 사퇴 앞둔 ETRI `연구공황 상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조직개편이 한 달 가까이 공전되고 있는 가운데 연구원들이 아예 일손을 놓는 등 연구공황 상태를 보이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2일 ETRI에 따르면 정보통신부가 향후 우리 나라를 먹여 살릴 10대 신성장동력엔진에 맞춘 ETRI의 조직개편을 강력하게 추진해온 가운데 원장사퇴 논란 및 산하 9개 성장동력단의 단장 공모 지연, 권한을 둘러싼 산업기술연구회의 반발이 이어지고 직원들은 사실상 공황상태에 빠져 있는 등 현장은 침체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선 ETRI의 수족이 따로 놀고 있는 상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예산을 집행하는 정통부가 조직개편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으나 실상 ETRI는 국무총리실 산하 산업기술연구회 소속기관이란 점이 연구원들의 최대 불만 사항으로 꼽힌다. ETRI 뿐만 아니라 산업기술연구회측에서도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조직개편 과정에서 경영권을 주장하는 기관 및 상급기관과 정통부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산업기술연구회 관계자는 “연구회 산하 기관의 조직을 단지 예산을 준다는 이유로 좌지우지하는 것은 기관장의 자율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연구회의 존재 이유를 정통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예산을 집행하는 수요자의 입장에서 보면 연구 생산성을 최적화하는 정도의 주문은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ETRI의 조직개편은 스스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추진해온 것이지 정통부가 그리 크게 관여해온 사항은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10대 신성장동력엔진 사업에 포함된 연구원이나 그렇지 않은 연구원, 소장이나 부장급 등 보직자들 모두 크게 불안해 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원천기술연구소의 경우 20여년 간 2000여억원을 투자해온 실험기기 등의 반도체 팹시설이 나노종합팹을 추진 중인 KAIST 등 다른 기관으로 옮겨 가거나 KT, 국방과학연구원(ADD) 등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파운드리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면서 연구원들의 사기는 크게 가라앉는 분위기다.

 IT기반기술연구소에는 9개 성장동력단 연구인력을 제외한 대부분이 연구인력이 포함돼 규모가 1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어 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그러나 ETRI 연구원들의 불안감 내지 공황상태는 오는 15일께 판가름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기관장의 사표 제출 여부에 따라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ETRI 관계자는 “연구원들이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뿐”이라며 “지금까지 투자해온 연구과제가 신성장동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없애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