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스토리](22)한일 애니메이션 비즈니스 워크샵

 필자는 지난 9월초 일본에서 열린 한일 애니메이션 비즈니스 워크숍에 참석했었다. 도쿄 사진박물관에서 진행된 이 행사는 한국의 문화콘텐츠진흥원과 일본의 동경 아니메페어 조직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한국에서는 15개사가 참가했다. 일본 제작 및 기획사들도 관심이 높아 60여개 업체가 세미나에 참석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상황에서 보면 대단한 관심과 참여였다고 한다.

 1부 주제 발표가 있은 후 2부에서는 한일 양국 제작사의 신작 기획 프레젠테이션이 있었다. 사실 이 행사의 백미는 이 순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3개사, 일본에서 4개사가 각각 작품을 소개했다. 한국 작품들은 3D가 다수 소개됐고 데모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었다. 일본측 사회자가 헐리우드 수준의 데모 제작과 프레젠테이션이라고 극찬했을 정도였다.

 일본에서는 소학관과 매드하우스 등의 프레젠테이션이 있었는데 소학관은 영상물이 없어 기획안을 소개하며 한국의 투자자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매드하우스는 자신들의 데모를 공개했으며 한국 제작사와의 동반자적 관계를 갖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일 양국의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서로 파트너가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한 자리였다.

 그런데 왜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 제작사들이 우리와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싶어할까? 그것도 소학관이나 매드하우스 같은 흥행 제조사들이.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는 제작비의 리스크 분산과 시장을 넓히고자 하는 의미에서 일본측이 적극성을 보이는 것이다.

 둘째는 일본 제작사들의 열악함 때문이다. 사실 일본 제작사들은 몇 개 회사를 제외하면 무척 어렵다고 한다. 왜냐하면 일본 제작사들은 작품에 투자할 여력 없이 투자자들이 모아주는 제작비로 단순 제작하는 정도의 일만 계속해 왔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제작사들이 기획단계부터 적극적으로 한국과 공동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도 이제는 투자를 하고, 투자를 받아 당당히 산업의 주체로 서고 싶다는 열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러한 일본 제작사들의 움직임은 동북아의 애니메이션산업이 재편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 제작사들도 일본과 협력에 적극적이다. 중국은 정서상 아직은 일본 제작사들과 공동으로 작품 제작을 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하지만 한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매우 적극적이다. 바로 이러한 측면이 동북아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산업이 주도권을 갖는 기회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

 EU와 같이 동북아에서도 경제 공동체 얘기가 자주 나오고 있다.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강하게 감지된다. 분명히 새로운 애니메이션산업 발전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때부터 한국 애니메이션산업의 가능성에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정부의 정책이 오늘따라 미덥기만 하다.

 <이교정·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전무 lkc@koreaanimat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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