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기 시장 임베디드 상용 OS `기지개`

셋톱박스ㆍ스마트폰 등…전문 제품 구매 잇따라

 통신기기, 가전, 공장설비 등 각 산업에 두루 쓰이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에도 상용 운용체계(OS) 바람이 불면서 임베디드 시장이 OS업계의 새 수요처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제까지는 대부분 자체적으로 개발한 전용 OS를 사용해온 임베디드 기기 업체들이 최근에는 전문업체가 개발한 상용 OS를 공급받는 물량을 대폭 늘리기 시작한 것.

 임베디드 기기에 상용 OS 비중이 높아지는 까닭은 임베디드용 프로세서가 32비트 환경으로 업그레이드되자 이를 지원하는 OS도 단순한 수준을 넘어 복잡한 기술을 요하는 플랫폼으로까지 기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베디드 기기업체들은 OS를 직접 개발하는 대신 전문 업체 제품을 구입해 필요에 맞게 변경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전환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임베디드 상용 OS시장을 놓고 마이크로소프트, 리눅스, 유닉스 등 각 진영에서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한판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데스크톱PC와 서버 위주로 구성돼 온 기존 OS 시장이 기술 진화 속도나 수요 면에서 일정 수준 정체에 다다르면서 업체들이 돌파구로 임베디드 시장을 선택한 것도 시장 경쟁을 부추기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 기반의 전통적인 산업 구조에 최근 모바일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 온 한국은 아시아에서 일본에 버금가는 임베디드 OS 시장으로 평가되면서 그 어느 나라보다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업체는 PC 운영체계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온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본사에서 모바일·임베디드 분야를 총괄하는 스콧 혼 이사가 방한해 임베디드 OS사업 전략을 밝히고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 방침임을 시사했다.

 스콧 혼 이사는 한국의 임베디드 시장에 대해 “한국이 모바일·임베디드분야에서 갖고 있는 기술과 능력을 매우 높이 사고 있으며 한국은 MS가 전세계적으로 중점을 두고 있는 몇 개 안되는 시장 가운데 하나”라며 “정확한 투자 금액과 규모를 공개할 수 없지만 임베디드 분야 개발인력의 상당규모를 한국에 두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바일·임베디드 사업은 마이크로소프트 7개 전체 사업영역 가운데 지난 몇 년간 가장 시장 성장 속도가 빠른 분야이며 투자 비중도 점차 올라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삼성, LG, 현대 등 국내 대기업과 임베디드 분야에서 제휴를 맺고 시장 진입 채비를 마쳤다. 삼성전자와는 스마트폰, 차세대PDA, 포터블 미디어플레이어제품군에서 제휴를 맺고 있다. 얼마 전에는 삼성전자가 포켓PC 폰에디션을 윈도 기반으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기도 했다. 스마트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LG전자, 삼보와 협력하고 있으며 셋톱박스 분야에서는 코스트론, 티컴 등이 파트너사다. 이밖에 MP3로 유명한 아이리버와 포터블미디어플레이어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자동차 임베디드사업에도 현대와 긴밀히 제휴하고 있다.  

 산업자동화기기 임베디드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잘 알려진 몬타비스타소프트웨어는 지난 8월 국내 법인을 설립하고 한국 임베디드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임베디드 리눅스 전문업체 몬타비스타소프트웨어 코리아는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을 주 공략대상으로 삼고 네트워크장비·이동전화단말기·PDA에서부터 디지털TV·셋톱박스 등 정보가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계약을 맺고 셋톱박스·PVR 등에 임베디드 리눅스를 공급하기도 했다.

 한국 법인 설립 당시 방한한 짐 래디 몬타비스타소프트웨어 사장은 “한국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시장은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큰 시장이며 향후 2∼3년 안에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제조업 강국인 한국은 리눅스업체들에 매력적인 투자대상이자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업체로는 리눅스전문기업인 미지리서치(대표 서영진)가 임베디드OS 분야에서 발군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와 스마트폰 OS 계약을 맺고 중국에 수출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자사 임베디드 OS를 납품하기도 했다.

 서영진 사장은 “임베디드OS 가운데도 가장 전문적인 기술을 요구하는 스마트폰OS에서 기술력을 검증받은 후 셋톱박스, 가전 등 다각적인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웃 일본에서는 이미 마쓰시타·소니·히타치 등 일본 업체 주도로 네덜란드 필립스와 우리나라 삼성전자 등 가전업체들이 CE리눅스포럼 결성에 나서는 등 임베디드 OS 분야에서 국제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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