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꿈은 이루어진다

 “꿈은 이루어진다.”

 결코 낯설지 않은 작년 월드컵의 간판 유행어이다. 우리 국민에게 그렇게 많은 감동과 희망을 선사했기에 유행어라 하기엔 너무 아깝기도 한 이 구절이 일년이 지난 요즈음 진짜 한때의 유행어가 되어가고 있다. 바로 경제불황 때문이다.

 수년간 지속되는 세계적 경기불황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경제성장률 둔화, 실업자 증가, 신용불량자 양산 등 갈수록 국민경제를 어려움에 빠지게 하고 있다. 그 동안 많은 세계 일등상품을 배출하며 우리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던 정보기술(IT) 산업도 이번에는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경제 메시아의 복음이 기다려지는 이때에 얼마 전 정부가 이에 버금가는 국가 비전을 발표했다. 바로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의 조기달성’이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서 향후 5∼10년 뒤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릴 10개의 신성장동력 산업을 선정했다. 10개의 유망 산업 중에서 9개 분야는 IT종사자들의 책임이자 몫이다.

 돌이켜보면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달성한지도 벌써 8년째이다. 혹자는 국내 산업경쟁력의 하락과 더불어 중국 등 신진세력의 부상 속에서 이대로 한국 경제가 성장 한계에 직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섣부른 비관론을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경제를 발전시킨 사례가 많다. 동란, 석유파동, IMF 외환위기 등 굵직굵직한 위기 때마다 우리 국민은 단합된 힘을 통해 이를 극복하였고 또한 경제의 체질개선도 상당히 이루어졌다고 평가한다.

 특히 IT 종사자로서, 세계 IT산업은 장기적 사이클로 보면 이제 겨우 시작 단계이며 여전히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으로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경기불황과는 별도로, 현재 세계 IT패러다임은 일정한 방향성을 형성하면서 변화하고 있다. 우선 지식정보사회로의 이행과 더불어 IT산업은 단순한 기술응용 분야가 아니라 모든 산업의 활성체가 되는 기반산업으로서 그 중요성이 점점 더해가고 있다. 또한 사회가 복잡해지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욕구 또한 복잡 다양해짐으로써 IT기술도 지능화, 광대역화되고 복합화 추세에 있다.

 그리고 지금은 통신과 가전이 부분적으로 결합하는 생활혁명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머지않아 IT산업은 통신, 방송, 인터넷, 금융 등 산업 모든 분야에서 대통합을 이루는 본격적인 컨버전스 국면에 진입하여 이를 토대로 한 커다란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IT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계획은 바로 이러한 IT패러다임의 변화를 전제하고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이 국가경제와 국민소득에 이바지하기까지는 어쩔 수 없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데, 여기서 IT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단기적이 아닌 중장기적, 시장친화적 산업정책의 시행을 강조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하나의 분야에서 일등만 하면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여러 분야의 요소를 적절히 엮어 새로운 핵심적 고객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이 성공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 정책도 고유영역이 무너지면서 각 분야의 시너지 효과가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컨버전스산업을 육성, 지원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또 하나는, IT신성장동력 산업은 단기간에 많은 투자가 성공의 관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칫 정부예산의 무리한 전용이나 대규모 기금조성의 수반이 우려된다. 이보다는 오히려 사업자가 스스로의 사업성 판단 하에 기존의 금융 채널을 활용함으로써 기 형성된 산업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IT 신성장동력 산업 발굴, 육성은 국민에게는 꿈을 심어주고 사업자에게는 개척정신과 소명을 일깨워주는 대사임에는 틀림없다. 이 국가적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기업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제도 정비 등 환경 유도가 긴요하며 기업은 핵심기술 개발과 수익모델 발굴 등에 경주해야 한다. 그래서 월드컵 슬로건 “꿈은 이루어진다”가 경제 분야에서도 다시 부활되도록 하자.

◆장병수 KT 마케팅기획본부 컨버전스팀장 bschang@k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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