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만원대 중저가 기획상품 앞다퉈 제시
TV홈쇼핑 채널이 판매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PC업체의 격전장으로 다시 부상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삼보컴퓨터·한국HP·LGIBM·현주컴퓨터 등 주요 PC업체들은 홈쇼핑 전용 상품으로 120만원대의 중저가 PC를 기획하는 등 비수기를 넘기 위해 TV홈쇼핑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PC업체는 지난해까지 신유통채널의 핵심으로 부상한 홈쇼핑을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판매에 나섰으나 오프라인 대리점의 반발, 수익성 하락이라는 악재로 최근까지 홈쇼핑 판매를 자제해왔다. TV홈쇼핑업체들도 매출 기준이 수수료 중심으로 바뀌면서 PC 상품을 편성할 매리트를 잃어 지난해에 비해 주당 방송편송 횟수도 크게 줄였다.
그러나 경기 침체와 신규 PC 수요 부진이 맞물리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되자 PC업체가 다시 홈쇼핑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리점 반발도 우려되지만 오프라인망에만 의존해서는 지난해와 비슷한 실적조차 거두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홈쇼핑 판매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홈쇼핑에서 AMD 마이크로프로세서기반 PC만을 판매하던 관례를 깨고 인텔 2.6GHz 셀러론 프로세서를 탑재한 저가 제품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삼보·LGIBM·한국HP·현주컴퓨터·주연테크 등도 잇따라 저가 기획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TV홈쇼핑 시장에서는 인텔 셀러론 2.6GHz프로세서, 256MB급 DDR SD램, 80GB급 하드디스크, 콤보드라이브 등이 장착됐고 17인치 모니터가 포함된 129만원 대의 기획 상품이 주력 PC상품으로 떠올랐다. PC업체들은 올 상반기까지만해도 홈쇼핑 시장의 주력 제품 단가를 149만원으로 정했으나 최근에는 다시 20만원 가량 낮춰 비수기 수요 자극에 나섰다. 이 때문에 최근 일부 PC업체는 일반 소비자 판매량 중 홈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으로 치솟는 등 홈쇼핑 의존도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기대만큼 홈쇼핑이 PC 판매 실적의 첨병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무엇보다 홈쇼핑업체가 PC 판매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큰 걸림돌이다. PC의 마진율이 다른 상품에 비해 박할 뿐만 아니라 인기 상품으로 부상한 이민상품·패션·레저용품 등에 비해서 매출 수율도 떨어져 홈쇼핑업체가 PC판매에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TV홈쇼핑업체의 한 PC 담당 MD는 “3분기 판매실적이 크게 부진한 데다 겨울 성수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맞물려 PC업체가 잇따라 기획상품을 제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홈쇼핑 내부 사정상 평균 주3회 수준의 방송 횟수를 늘리기는 어려워 지난해처럼 높은 판매고를 올릴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