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ㆍ후발업체간 가격ㆍ서비스 신경전 첨예
대만산 주변기기를 유통하는 국내 업체 사이의 판매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만업체가 지난해부터 대리점을 2곳 이상 두는 복수 벤더체제로 변경하면서 주기판·광저장장치(ODD)·그래픽카드 등 각 분야에서 같은 상품을 유통하는 ‘한 지붕 두 가족’이 속속 출연해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만 에즈락 주기판을 유통하는 에즈윈과 디앤디컴은 시장 주도권을 놓고 일전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에즈윈 독점 체제에서 지난 7월부터 디앤디컴이 후발주자로 뛰어들면서 판매 경쟁이 불붙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서로 다른 상품을 취급해온 관행과 달리 두 회사의 제품 라인업이 서로 충돌하면서 경쟁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에즈윈은 용산 등 집단 상가를 돌며 ‘에즈락 정품은 에즈윈’이라는 콘셉트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상황이다. 또 경쟁사에 비해 한층 다양한 제품 라인업과 사후 서비스를 적극 알려 시장 주도권을 잡아 나가기로 했다. 이에 맞서 디앤디컴도 주연테크 등을 대상으로 기업용 시장 공략에 나선 데 이어 강점을 보이고 있는 지방 유통 시장에서 우위를 점해 연말까지 확고한 1위 체제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또 에즈락 주기판 라인업을 적극 확대해 선발업체인 에즈윈과 정면 대결도 불사하고 있다.
대만 라이트온의 광저장장치를 유통하는 월드와이즈와 성주아이앤티앨도 주도권 확보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기업 시장에 주력해온 성주가 유통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면서 경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성주아이앤티앨은 기존 32·48배속 CDRW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이를 52배속 신제품으로 무상 교환하는 이벤트를 실시하며 후발 주자의 약점인 인지도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CJ몰 등 종합 쇼핑몰 입점을 늘리며 판매망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맞서 선발업체격인 월드와이즈는 외주로 대행했던 AS 체계를 개편해 지난 달 용산 전자단지 내에 직영 AS센터를 개설하고 서비스 인력을 보강했다. 또 태풍 ‘매미’로 피해를 입은 라이트온 광저장장치 사용자를 위해 무상 서비스를 제공키로 하는 등 고객 지원 강화를 통해 안정적인 유통사의 이미지를 쌓아간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대만 MSI 제품을 유통하는 유니텍전자·스팍일렉트로닉스, 대만 리드텍 주기판 대리점인 케이아이에스티·앱솔루트코리아 등도 시장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만업체가 판매를 높이기 위해 국내 업체 사이의 경쟁을 유도하면서 가격과 서비스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누적 적자를 불러 오는 가격 경쟁으로 일관한다면 대만업체만 유리한 만큼 대리점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선의의 경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