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념 특별 위성대담]세계은행 GDLN 모니카 워버파 소장

 전세계적으로 지식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산업시대의 핵심 자원이 자본과 기술이었다면 미래사회는 탐구력, 창의성, 혁신성 등이 강조되는 지식기반사회다. 하지만 지식기반사회가 다가오면서 인류는 예기치 않은 부작용, 선진국과 후진국간 정보격차 같은 문제 등에 당면하고 있다. 그 대안으로 세계은행은 지난 2000년 6월부터 GDLN(세계개발교육네트워크:Global Development Learning Network)이라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선진국의 개발 경험과 지식을 개도국에 전수,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경제·문화·정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이 프로젝트에는 인터넷교육·영상회의시스템 등 각종 정부기술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5일 GDLN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모니카 워버파 세계은행 GDLN센터 소장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박진 교수(40)가 ‘IT가 미치는 인류의 변화상’을 주제로 가진 실시간 위성 영상대담을 정리했다.

 

 ―박진 교수:전자신문 창간 21주년을 맞아 워버파 소장과 대담을 갖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우선 GDLN에 대해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워버파 소장:저도 전자신문 창간 21주년을 축하하며 이 자리를 빌어 GDLN 사업을 소개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GDLN은 개발도상국의 개발을 위한 지식협력 및 지식 교류를 목적으로 지난 2000년부터 세계은행이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저는 GDLN 사업을 추진하면서 개도국에 대한 지원이 선진국 주도의 단순한 개발원조보다도 영상시스템 등을 통한 지식 전수가 더 효과적이라는 걸 깨닳았습니다. 즉 얼굴을 맞대고 무언가를 배울 때, 또는 실체적 목표가 있으며 실제 삶과 직접 연관됐을 때 지식 전수는 더 효과가 있습니다.

 저개발 국가 및 사회의 경우 사회·문화·정치·경제 발전에 있어 별도의 교과서가 없기 때문에 비슷한 경우를 겪은 타국의 경험과 정책결정 과정이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GDLN 프로젝트는 개발 국가와 저개발 국가의 경제, 문화적 차이를 좁혀 줄 수 있는 매우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각처의 GDLN 센터들이 개발 정보를 공유하거나 상호간에 연결해 저개발 국가의 발전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진:현재 많은 국가들이 GDLN 사업에 동참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GDLN의 국제적 네트워크는 어떻게 구성돼 있습니까.

 ▲워버파:현재 세계 80여개의 세계은행 지역사무소와 60개의 국가가 GDLN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GDLN의 지식협력 및 교류 능력은 실제 이보다 훨씬 크고 넓습니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경우 GDLN 공식센터 외에 실제 GDLN 활동에 참여중인 기관수가 훨씬 많습니다. 또 중국은 현재 활동중인 2개의 GDLN 센터 외에 앞으로 10여개의 센터가 추가로 더 설치될 예정입니다. 이는 전세계 국가간 지식교류의 한 예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은행이 평가한 GDLN 사업은 착수 이후 현재까지 성공적입니다. 하지만 과제도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전세계 개발주도 기관인 개발청(development agency)을 GDLN 네트워크와 연계하는 것입니다.

 ―박진:한국의 GDLN센터도 비교적 순항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1년 1월 KDI 국제정책대학원은 GDLN 한국센터 및 아시아지역 핵심센터로 지정됐는데, 같은해 9월에는 KDI 대학원내에 정식으로 GDLN 센터가 발족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1월에는 한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 의장국으로 선출되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한국 정보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세계 최고 수준의 영상회의실을 구축하면서 본격적으로 GDLN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영상회의 시설은 최대 16개 국가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으며, 82인치 크기의 스크린으로 참석자들이 서로의 얼굴과 강의 자료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세미나 및 회의를 할 수 있습니다. 영상과 음성, 네트워크가 융합한 막강한 IT 인프라 구축을 바탕으로 올 3월에는 한국 GDLN 주축으로 한국·일본·미국 3개국이 공동으로 ‘국제무역과 WTO협정’ 세미나 과정을 만들어 아시아 5개국에 공급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4월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EAPA)미팅을 여섯번째로 주최하는 등 온라인 시스템을 활용한 개도국의 지식 보급에 한국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일의 근간에는 세계 최고의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갖춘 한국의 ‘정보기술 능력’이 한몫 톡톡히 했음은 물론입니다.

 ▲워버파:한국의 IT인프라가 훌륭하다는 것은 저도 들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이 개도국의 지식기반경제로의 이행에 큰 공을 하고 있다는 것은 세계은행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이같은 지식경제발전에 대한 노하우는 아시아를 포함한 여러 개도국에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의장국으로서 한국이 가능한 많은 개발도상국에 한국의 선진 노하우를 제공해 결과적으로 국제적 지식격차 해소와 국가간 정보 공유 확산에 선도적 역할을 해주길 기대합니다.

 ―박진:지식은 기존의 경쟁원천과 달리 네트워크 효과가 강력해 공유하고 협력할수록 그 파워가 커집니다. 이 때문에 GDLN 같은 지식격차 및 협력 사업은 전세계를 하나로 뭉치는 소리없는 제 4의 물결을 만들고 있습니다. 세계은행의 GDLN 성공은 세계적 붐이 일고 있는 온라인교육(e러닝)에 대한 전망도 밝게 하고 있습니다. e러닝 같은 정보기술들이 향후 인류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보십니까.

 ▲워버파:지금 우리는 원거리 지식을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매개체인 기술인 위성, 영상회의, 인터넷 등에 항상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들은 더 많은 지식을 한번에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는데 있어 매우 유용한 방법이 돼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지식 및 아이디어가 국경과 시간차를 극복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정보 및 통신의 발달은 지식혁명이라는 새로운 발전 양상을 낳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식혁명은 기회이면서 동시에 위험을 안고도 있습니다. 특히 지식혁명에 참가하지 못하는 개도국에게는 큰 위험 요인입니다. 하지만 원격기술 교육과 지식을 개도국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땐 선진국과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저비용·고효율’의 좋은 해결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 GDLN을 통한 지식공유는 지역 계층간 지식습득의 차이를 해소하는 순기능 역할 뿐만 아니라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을 기반으로 새로운 지식 창조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박진:정보기술이 국민경제 발전의 전략적 수단이 됨에 따라 세계 정보격차가 주요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세계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개별 국가나 국제기구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워버파:지적하신 대로 세계 각국간 그 폭이 커지는 정보격차 문제는 우리가 꼭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특별히 저는 2가지를 들고 싶습니다. 즉, 무선 및 위성기반의 통신인프라 및 정보시스템의 전세계적 구축과 인터넷 기반 원격교육의 확대가 그것입니다. 특히 이러한 일은 UN같은 국제기구들이 더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정리=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 GDLN은

 GDLN(Global Development Learning Network)은 세계은행이 전세계 인적자원개발 및 지식격차 해소를 통해 인류공동번영 구현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지난 2000년 6월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세계은행은 GDLN을 통해 선진국의 개발 지식을 온라인 교육과 대담 등을 통해 개도국에 전수, 공유하고 있다. 세계최대 규모의 지식교육정보네트워크 사업이라 할 수 있는 GDLN은 지난 97년의 WBLN(World Bank Learning Network)이 그 기원이다.

 보다 효율적으로 개도국의 많은 사람에게 지식을 제공하기 위해 GDLN은 인터넷과 영상시스템 등 첨단 정보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가간 이동 시 발생하는 비용이나 시간이 대폭 절감됨은 물론 보다 빠른 시간에 선진국의 개발 경험이 개도국으로 전수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개도국의 학습자는 본업을 하면서도 선진국의 개발 노하우를 습득, 현업에 접목하는 등 개도국의 선진화에도 일조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GDLN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5대양 6대주를 7개 협회(association)로 분할, 운영하고 있으며 80여국의 세계은행 지역 사무소에서 영상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싱가포르·태국·호주·베트남 등 등 14개국으로 이루어진 아시아 태평양지역에 속해 있으며 또한 의장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 모니카 워버파 소장(세계은행 GDLN센터)

-영국 워릭대학(Warwick) 석사

-독일 트리어(Trier) 대학 박사(경제학)

-독일 보스턴 컨설팅 컨설턴트

-워릭경영대학 교수

-세계은행 개발프로젝트 경제학자

-세계은행 GDLN프로젝트 소장(현)

 * 박진(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서울대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박사(경제학)

-한국개발연구원, 기획예산처 근무

-KDI 국제정책대학원 경제학교수(2001∼현재)

-KDI 지식협력처장(2003.1.)

 <윤성혁 기자 sh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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