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전망대]그리드 컴퓨팅

 데이터베이스 분야의 세계 최강자인 오라클이 최근 개최한 고객 초청행사 ‘오라클월드 2003’의 최대 이슈는 단연 그리드(Grid)였다. 분산돼있는 컴퓨터나 대용량 저장장치, 그리고 첨단 장비 등의 컴퓨터 자원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상호 공유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그리드 컴퓨팅은 적은 비용으로 보다 많은 용량의 컴퓨팅 파워를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각광받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 10년동안 개인과 기업의 업무 환경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온 것이 웹이었다면 향후 10년은 그리드가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올초 세상을 바꿀 9가지 신기술중 하나로 그리드컴퓨팅을 지목하기도 했다.

◇세계적 IT기업들 그리드에 사운걸어=오라클을 비롯해 IBM·선마이크로시스템스·휴렛패커드(HP)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향후 황금광맥이 될 그리드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벌써부터 총성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운용체계(OS)는 물론 애플리케이션, 스토리지, 서버 등 컴퓨터 관련 모든 제품을 판매하는 ‘컴퓨터 백화점’ IBM은 이 분야에서도 이미 일찍부터 두팔을 걷고 역량을 집중해 왔다. 2001년 그리드 전담 사업부서를 창설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영국 정부·옥스퍼드대 등과 공동으로 유방암 진단을 위한 그리드 슈퍼컴퓨터를 구축키로 합의한 바 있다.

 올 1월에도 IBM은 10여종이나 되는 그리드 관련 컴퓨터 제품을 선보였다. IBM 대변인 제임스 라르킨은 “그리드 컴퓨팅은 아직 연구실 차원에서 머무르고 있지만 IBM은 워크숍 개최, 기업에 대한 홍보 강화 등을 통해 그리드컴퓨팅 시장 활성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IBM과 경쟁하고 있는 유닉스 서버 강자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역시 그리드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선은 지난해 12월 오픈소스 진영인 ‘그리드엔진프로젝트’에 자사의 그리드 관련 소프트웨어 ‘그리드 엔진 포털’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발걸음을 빨리 하고 있다.

 선은 지난 2001년 7월 창설된 그리드엔진프로젝트를 적극 후원하고 있는데 마이클 파킨슨 이 회사 대변인은 “그리드 시스템이 데이터센터·연구소·캠퍼스 등에 설치된 많은 컴퓨터를 서로 연계시키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밝혔다. 지난 수년간 그리드 사업에 공을 들여온 HP도 향후 2∼3년안에 프린터부터 시작해 서버에 이르기까지 자사의 모든 제품에 그리드 기술을 구현할 계획이다.

 ◇글로벌 컨소시엄 등장 등 대중화 진전=이제 막 학계의 울타리를 넘어 기업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그리드는 조만간 글로벌 IT기업들이 참여하는 세계적 컨소시엄이 발족하는 등 상용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외계인 탐지 프로젝트인 세티앳홈을 비롯해 그동안 우주·의학 등에서 주로 사용돼 왔던 그리드가 오라클·IBM 등 대형 IT기업들의 상용화 움직임 박차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며 개화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리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단체인 미국 글로버스가 최근 유럽의 전문가 집단을 회원으로 영입, 조직을 확대한 것도 ‘그리드의 힘’ 때문이다. 새 그리드 컨소시엄과 관련해 오라클의 한 경영자는 “차세대 컴퓨팅 환경의 총아로 부상하고 있는 그리드 확산을 위해 표준 제정 같은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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