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심의를 앞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두고 주무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와 업계의 막판 줄다리기가 다시 오리무중에 휩싸였다.
공정위가 당초 안에서 한 발 후퇴하여 ‘규제대상을 5만원 이상 거래에 한한다’라는 ‘2차 개정안’을 제시한 데 대해 TV홈쇼핑 및 인터넷쇼핑몰 등 전자상거래 업계가 여전히 ‘수용 불가’ 방침을 외치며 실력 행사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힝 이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오후 이미 확정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일부 수정한 내용을 최근 산업계에 통보했다.
수정안의 골자는 공정위가 그동안 주장해왔던 소비자피해 보상 보험, 제3자 매매보호장치(에스크로), 공제조합 가입 가운데 한가지만을 의무화하는 대신, 이를 5만원 이상 결제 시에만 적용하겠다는 것.
공정위의 ‘5만원 이상 규제 방침’은 당초 업체와 금액에 제안을 두지 않고 예외 없이 의무화하겠다는 강경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난 것이다. 공정위의 이같은 입장 변화는 이미 공청회와 세미나를 통해 산업계와 소비자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을 확정하고 막판 국회 통과를 앞둔 시점에 이뤄져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자상거래업계는 공정위의 수정안을 통보받은 다음날인 18일 LG홈쇼핑·CJ홈쇼핑·현대홈쇼핑 등 5대 TV홈쇼핑 사업자와 롯데닷컴·삼성몰 등 인터넷쇼핑몰 업체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고 갑론을박 끝에 당초 입장인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을 다시 밀어부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는 최영재 LG홈쇼핑 사장, 조영철 CJ홈쇼핑 사장, 강태인 현대홈쇼핑 사장, 정대종 우리홈쇼핑 사장, 롯데닷컴 강현구 상무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하프플라자 등 쇼핑몰 사기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은 극히 일부 쇼핑몰에 불과하다”며 “이미 대부분의 쇼핑몰은 안전 장치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비용 부담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회의도중 강태인 현대홈쇼핑 사장은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워 기업 하기 힘든 마당에 법이나 제도를 통한 시장 규제는 이제 막 꽃 피는 성장 산업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잘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닷컴 강현구 상무는 “공정위를 제외한 산자부, 정통부, 재경부 등 유관 부처가 모두 법 개정에 회의적”이라며 “시장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시점에서 규제부터 하겠다는 공정위의 의도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업계는 이날 결의한 입장을 정리해 공정위는 물론 개정 법안 심의 위원회인 국회 정무위원회와 소속 국회의원 등을 대상으로 업계 입장을 알리고 본격적인 실력 행사에 나서기로 했다.
공정위 측은 이에 대해 “산업계의 반발이 워낙 커 일부 안을 검토하고 있을 뿐이지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소비자보호가 필요하다는 당초 입장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수정 제안에도 업계가 강경한 입장을 보임에 따라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 법 개정 논란은 본격적인 ‘2라운드’에 접어들게 됐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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