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번호이동성제 시행 3개월 앞으로
휴대전화 번호이동성 시행을 석달여 앞두고 이동통신사업자간 마케팅 전쟁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번호이동성이 순차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가입자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SK텔레콤과 이번 기회에 도약해버겠다는 후발사업자간 머리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서로 뺏고 뺏기는 치열한 영업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동통신사업자들은 물밑에서 나름대로의 전략을 짜기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각자 현재 상황과 정책 변수를 계산하면서 3사3색의 전략을 구상중이다.
◇번호정책 대폭 변경=내년 1월1일부터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로 통신회사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번호이동성제도가 실시된다. 국내 통신시장의 포화 상태로 인해 신규가입자가 정체 상태인 상황이다. 번호이동성제가 시작되면 통신회사간 타사 가입자 유치전이 전개될 전망이다. 특히 후발사업자 지원방안으로 번호이동성이 LG텔레콤, KTF, SK텔레콤 등 순으로 6개월씩 순차적으로 실시됨에 따라 치열한 영업전이 예상된다.
게다가 기존 번호 체제 대신 ‘010’이라는 새로운 번호 체제가 등장, 사업자들은 번호이동성과 더불어 새로운 번호전략을 짜야만 한다.
◇LG텔레콤, 마지막 기회=새로운 번호정책의 최대 수혜자인 LG텔레콤(대표 남용)은 내년 한해에 회사의 장래가 달렸다고 보고, 이 기회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고 한다. LG텔레콤 관계자는 “번호이동성 순차제가 사실상 마지막 비대칭 규제의 기회로 보고 있으며 이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LG텔레콤은 우선 자사와 제휴를 맺고 있는 곳들을 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최근 모바일 금융 서비스 ‘뱅크온’을 위해 국민은행과 제휴했다. LG텔레콤 관계자는 “기존 영업망에 국민은행의 전국 지점망 등이 사실 추가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신규가입자는 물론 타사 고객을 유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LG텔레콤은 이를 위해 타사의 가입자 정보를 열심히 모으고 있다. LG 계열사 직원 등을 통해 주로 SK텔레콤의 011 가입자 이름과 전화번호를 확보했으며 이를 번호이동성 전략에 활동한다는 계획이다.
통신업계에서는 LG텔레콤이 과거와 유사하게 전 계열사를 동원해 판매전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긴장하고 있다.
◇KTF, ‘010’ 마케팅 주력=KTF(대표 남중수)는 번호이동성 전략보다는 내년부터 새로 도입되는 ‘010’번호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내년 7월1일부터 번호이동성 전략을 쓸 수 있는 KTF로서는 번호이동성 순차제가 가져오는 손익이 비슷할 것으로 보고, 새로운 번호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KTF는 010 번호통합에 대부분의 역량을 집중하고 12월 시범 서비스 기간중에 대대적인 홍보 행사 등을 기획중이다.
KTF 관계자는 “새 번호전략 수립을 위해 총괄부문, 마케팅부문, 네트워크부문, 정책협력부문 등 4개분과로 전사적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중”이며 “조만간 010 골드번호제, 예약 가입제 등을 실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 ‘수성’ 전략=SK텔레콤(대표 표문수)은 번호이동성 브랜드 마케팅 전략으로 검토했던 ‘SKO11’을 철회한뒤 새로운 대안을 찾지 못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세부적인 마케팅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전체적인 그림을 제대로 그리고 있지 못한 게 내부의 분위기다.
다만 ’SK텔레콤은 고객이 가장 만족할 수 있는 이동통신회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총력을 기울이자는 공감대가 굳어지는 정도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번호 자체로는 SK텔레콤 고객임을 식별할 수 없는 환경에서 SK텔레콤의 가입자로서 여전히 최고의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런 의도에서 SK텔레콤은 수신자가 SK텔레콤 고객임을 인지할 수 있도록 SK텔레콤만의 통화연결음을 부여, 번호로는 구분할 수 없는 자사 브랜드의 고급이미지를 통화중에 알 수 있도록 하는 ‘인트로 서비스’ 등을 실험중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