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비즈니스 중심 국가 실현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우리 경제의 생존 전략으로 떠오르면서 산업계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전자·철강·자동차 등 우리 경제를 대표하는 주요 기업은 경제 단체를 중심으로 정부의 동북아 비전 발표가 있기 훨씬 전부터 발빠르게 준비해 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 산업계를 대표하는 이들 단체는 중국의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앞으로 5∼10년 안에 한국이 동북아 중심 국가의 위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비전 실현을 위한 산업계 차원의 ‘마스터플랜’을 잇따라 확정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제도적·인적 인프라 등 한국의 기업 경영 환경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때 비로소 동북아 중심 국가의 위상을 확립할 수 있다" 며 "우선적으로 경쟁 지향적 교육 제도로 전환, 글로벌 기준에 맞는 노동 제도 개선, 경쟁력 있는 금융과 물류 산업을 선결 요건"으로 꼽았다. 또 우리 경제는 중국의 추격, 한정된 자원 등 현실적 여건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인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며 중점 육성 산업을 선정하고 여기에 지식 산업을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외국 기업 유치가 동북아 비전의 관건이라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서 외국 기업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 뿐 아니라 문화와 교육 시설 등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역협회도 "기존의 상품 무역만으로는 선진국으로 도약이 어렵다고 판단해 그 대안으로 신무역· 복합 무역 전략을 추진해 왔다" 며 "우리의 지경학적 이점을 살려 기존의 상품 무역에 더해 물류· 관광· 금융 등 서비스 분야의 잠재적 강점을 활용해 동북아 경제 중심 국가를 건설하자"고 설명했다.
이 밖에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의 핵심은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통한 경쟁력 제고와 함께 지역 혁신을 통한 지역 균형 발전이 전제되어야 한다" 며 "산·학·연 협력 강화로 중소기업의 기술 혁신과 경쟁력을 제고하고 아울러 지방 기업의 경쟁력도 제고해 지역 균형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병준 기자 bjkang@etnews.co.kr>
◆ 외국 기업 허브 건설 ‘발등의 불’
우리 만의 중심 국가가 아닌 세계 속의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 국가로 서기 위해서는 외국 기업의 역할이 무엇보다 절대적이다. 외국 기업의 비즈니스 허브로 자리잡을 때 동북아 경제의 허브 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단체 등 산업계에서도 동북아 중심 국가 실현을 위한 필요 충분 조건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과 ‘외국 투자 유치’을 꼽고 있다.
특히 우리의 경제 성장 유형은 일본과 같은 ‘국내 투자 위주형’으로 외국 자본에 불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인력·법과 제도·기간 시설과 물류 인프라 등 경제 환경 면에서 아시아 지역 다른 나라에 비해 메리트도 점점 사라지는 상황이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화물연대 파업, 경직된 노동 시장, 아슬아슬한 남북 관계는 외국 기업의 투자 발길을 다른 지역으로 돌리는 주요 요인이다.
정부와 산업계는 이를 인지하고 외국 기업을 위한 투자 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가시적인 결과가 쉽게 나오지 않고 있다. 투자 유치를 위한 정부 발표가 잇따르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밀고 나갈 수 있는 ‘뒷힘’이 달리는 형국이다. 한 마디로 정부와 산업계가 따로 놀기 때문이다. 정부의 거창하고 발빠른 발표와 달리 산업계가 움직임은 경직돼고 무겁기만 하다. ‘한 몸’이 돼 움직여야 할 정부와 산업계가 제대로 손 발을 맞추지 못하면 동북아 비전 실현은 갈수록 요원해 질 수 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세계 속의 코리아의 위상은 동북아 지역 어떤 국가 보다도 높다. 동북아 비전 수립 이 후 올해 하반기에 집중된 다국적 기업의 잇딴 방한은 이를 현실적으로 보여 준다. 이번 달 미국 다우 코닝·이베이, 일본 스미토모 상사 최고경영자(CEO)가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또 다음 달에는 BMW·HP·3M 등이 우리나라를 찾아 전략적 제휴, 영종도 지역 투자를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불합리한 제도와 법을 개선하고 산업계가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선다면 외국 기업의 비즈니스 허브도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 기고 - 손길승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한국 경제는 중국의 맹렬한 추격으로 성장 주도 산업에서 경쟁력 비교 우위를 위협 받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수출 시장에서 이미 중국에 뒤지고 철도·에너지, 공작기계·전자부품, 조선·휴대폰, 반도체·자동차 등 2∼7년의 기술 우위를 갖는 주력 산업에서의 격차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중국 경제의 성장은 동북아 경제권의 비중 확대로 이어져 한국 경제에게는 위협인 동시에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한·중·일 동북아 3국은 세계 경제의 5분의 1, 동아시아 경제의 90%를 차지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그 결과 중국이 창출하는 막대한 부가가치를 흡수할 산업 부문을 전략적으로 채택해 이를 발전시킬 여지가 충분한 상황이다. 즉 한국 경제는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선점 사이에서 산업 공동화를 겪으며 고사당하느냐, 아니면 기회 요인을 최대한 살려 동북아 경제 중심으로 거듭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이런 여건 변화 하에서, ‘21세기 신국가전략’으로 ‘동북아 경제 중심’이 필요하다.
동북아 경제 중심 구상의 목적은 우리 국민에게 동북아지역 일류 수준의 ‘삶의 질’을 확보해 주는 것이다. 일류 되는 삶의 질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실질적 수단은 결국 ‘일류되는 경제적 토대를 확보해 지속적 성장을 영위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국내외 기업을 불문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한국이 보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인적·인프라 등 한국의 기업 경영 환경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평준화 지향에서 경쟁 지향적인 교육 제도로의 전환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노동 제도 마련 △국토의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입지정책 등 관련 산업 정책의 재검토 △적정 임금을 주면 기술력뿐 아니라 건전한 가치관과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양질의 노동력을 고용할 수 있는 환경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시스템적 효율성이 제고된 금융과 물류산업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여건(열악한 교육제도, 강성노조, 기업규제, 자본·외환시장 폐쇄성 등)상 모든 부분에서 일시에 경쟁력을 갖추기는 불가능하다.
우리 경제는 중국의 추격, 한정된 자원 등 현실적 여건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인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모든 산업을 일류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의해 ‘적은 인풋(Input)’으로 ‘많은 아웃풋(Output)’을 얻을 수 있는 산업,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산업(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유망한 산업(6T 등) 등 집중 육성 산업 선정이 필요하다. 또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해 동종 업종의 집적 효과를 도모해야 한다. 물론 중점 육성산업을 중심으로 조성하되 지식 산업을 접목하고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기존의 산업 클러스터와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노동, 인프라 등 필요한 요소가 모두 완비된 경제 자유 구역도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e트레이딩시스템 구축, 자동차산업 혁신클러스터 조성, 인천·부산·광양 특화전략 등 전략에 따른 개별 사업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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