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미래 전략
‘2005년까지 고부가 합성수지와 디지털TV 세계 1위를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
지난 8월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열린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서 제시된 LG그룹의 비전이다. 구본무 회장을 비롯해 LG 계열사의 CEO 등 최고경영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ABSㆍ디지털TVㆍ홈쇼핑 등 3개 사업의 글로벌 일등달성 전략’을 주제로 20시간 정도에 걸친 마라톤 회의가 이어졌다. 이날 본격 논의에 앞서 구본무 회장은 “이제는 그동안 쌓은 이론과 세계적 기업의 사례를 우리의 실제 사업에 접목시킬 필요가 있다”며 “잠재력 있는 몇 개의 사업을 선정해 어떻게 일등으로 만들 것인지 청사진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두마차는 ABSㆍ디지털TVㆍ홈쇼핑 = 이 자리에서는 LG그룹의 여러 사업부문 중 이미 ‘일등’을 달성한 사업 외에 세계 1위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ABS 사업’, 미래대표사업으로 세계시장이 급속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TV사업’, 현재 일등이지만 국내시장의 일등경쟁이 치열하고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홈쇼핑 사업’ 등 특성별 3개 사업의 일등전략이 집중 논의됐다.
현재 LG그룹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고부가 합성수지인 ABS 사업은 세계시장 가운데 세계시장의 50%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최대 승부처 중국에서 생산거점을 확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범용ABS로는 성장 확대를 이루고 투명ㆍ난연제품 등 특수ABS로는 수익성 극대화를 꾀하는 전략을 동시에 추진, 2005년에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PDP TV로 대표되는 디지털 TV 사업은 세계최고 수준의 칩세트 및 솔루션 기술력에 기반한 브랜드 파워 및 수익성 극대화 전략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시장에서 사업을 본격화해 ABS와 마찬가지로 2005년에 PDP TV 분야 세계 1위를 비롯해 전체 디지털TV에서 글로벌 톱3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홈쇼핑 사업은 철저한 고객관리 전략과 쌍방향 데이터방송 등 신규사업 추진을 통해 부동의 국내 1위를 확보하고 중국 내 전략지역 진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기반을 확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불황은 오히려 투자의 기회 = LG그룹은 올해 글로벌 경쟁시장에서의 우위를 확보하고 ‘1등 LG’ 달성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연구개발 부문 2조6000억원, 시설부문 4조8000억원 등 총 7조 4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집행하고 있다. 이는 미래승부사업과 주력사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행투자를 과감히 추진해 ‘1등 LG’ 달성의 기반을 확고히 한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우선 미래승부사업과 주력사업 분야에서 사업경쟁력의 원천이자 미래성장의 엔진인 연구개발 투자는 올해 지난해보다 24% 증가한 2조6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전체 투자 중 80%에 달하는 2조1000억원을 ‘디지털 디스플레이’, ‘차세대 이동통신’, ‘정보전자소재’, ‘생명과학’등 미래 승부사업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화학부문과 전자ㆍ통신부문을 중심으로 초일류 상품의 수를 대폭 확대하고 글로벌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 가운데 IT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분야의 투자 계획을 살펴보면 전자ㆍ통신부문에 총 1조8500억원을 투자키로 하고 이 가운데 75%인 1조4000억원을 디지털TV 및 PDP/LCD/유기EL 등 디지털 디스플레이 분야와 차세대이동통신 단말기 등 이른바 승부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전자ㆍ통신부문에는 기존 주력 사업인 디지털 가전과 광저장장치도 포함된다.
이 분야는 시설투자도 집중된다. PDP TV 2라인 생산라인 건설과 휴대폰 생산 확충 등을 위해 77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5세대 TFT-LCD 2라인 건설에 1조4000억원, 3세대 통신망 구축에 4000억원 2차전지 등 정보전자 소재 증설에 4000억원이 잡혀 있다.
화학부문 연구개발은 2002년보다 23%증가한 2700억원을 투자키로 했는데 이 가운데 2400억원을 2차 전지, 편광판 등 정보전자 소재 분야와 항암제ㆍ항감염제 개발 등 생명과학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내실경영에서 일등LG로 = LG그룹은 올해 국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프리미엄 가전과 휴대폰, 2차 전지 및 편광판 등 고부가 가치 제품들의 국내 및 해외시장에서의 매출호조 등으로 작년보다 7% 증가한 120조원의 매출액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해외시장 개척 및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함께 불요불급한 비용절감과 원화 강세에 대비한 글로벌 아웃소싱을 포함한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 작년보다 6% 증가한 5조3000억원의 경상이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그룹은 PDP TV, TFT-LCD 등 디스플레이 제품과 고부가가치 가전, 차세대 이동통신 단말기, 고부가 석유화학 제품 및 정보 전자소재 부문의 매출 확대를 통해 120조원의 매출목표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해외에서는 고부가가치의 프리미엄 제품 및 휴대폰 수출 극대화를 추진해 디지털 시장에서의 브랜드 리더십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화학부문은 상하이 판매법인인 LG화학무역 유한공사를 중심으로, 전자ㆍ통신 부문은 베이징R&D센터를 중심으로 현지화 체제를 구축하며, CDMA 단말기 및 에어컨, 냉장고 생산라인 확충에는 2억 달러를 투자해 중국 내 시장점유율 톱3 체제를 굳힐 계획이다.
LG의 한관계자는 “그동안 내실경영으로 다져온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올해부터는 글로벌 경쟁시장에서 보다 확고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경영전략을 전개해 ‘일등LG’의 기반을 견고히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또 하나의 경쟁력 ‘정도경영’과 ‘환경경영’
LG그룹의 상징은 황소다. LG그룹은 긴 호흡 강한 걸음으로 정도를 걷고 친 환경 농업의 유일한 도구인 황소의 이미지처럼 ‘정도 경영’과 ‘환경 경영’을 미래 경쟁력 확보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
정도경영은 지난 95년 구본무 회장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전략이다. 공정ㆍ정직ㆍ성실을 바탕으로 하는 정도경영을 통해 고객을 만족시키고 고객은 물론 사원·협력업체·주주·사회에 대해서 엄정히 책임을 다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품질ㆍ서비스 등은 기업이 당연히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소이며 이와 함께 정직한 기업,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윤리적 요소를 갖추어야 진정한 우량기업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사고에서 기인한다.
구본무 회장은 올초 새해인사모임에서도 “1등 LG를 향한 모든 노력은 정도경영의 기반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이는 단순히 단기적인 성과가 아닌 50년, 100년 지속하는 일등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정도경영의 의지는 지금도 계속된다. 예를 들어 LG화학은 각 사업장별 공정문화추진위원을 두고 금품수수 신고제를 운영해 어떠한 경우에도 금전, 금품 및 향응의 접대를 받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다. 또 LG전자는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준법경영을 실천하겠다는 서약서를 의무화하고, 하도급 계약을 할 때도 계약서상에 부정한 행위가 발생할 경우 계약을 무효화할 수 있는 규정을 두는 등 불공정거래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LG건설은 공사 하도급 대금, 자재납품 대금 등 전 분야에 걸쳐 어음제도를 폐지하고 현금결제를 도입하는 기업구매 전용 카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LG유통은 다수의 공급업자가 동시에 참여해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인터넷 입찰 시스템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환경경영도 정도경영 못지않게 강조되는 전략이다. LG그룹은 현재 경영활동 전반에 걸쳐 환경문제를 담당하는 ‘LG환경안전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LG화학, LG전자, LG칼텍스정유 등 LG그룹의 주요 13개 계열사의 대표이사가 직접 참여해 환경정책 및 실행방안을 마련한다.
지난 97년에는 국내 최초이자 국내 유일의 환경전문 공익재단인 ‘LG상록재단’을 설립해 기업경영은 물론 환경공익사업에도 앞장서고 있다. LG상록재단은 그동안 자연 생태관찰로 조성사업, 산림 산성화 방지사업, 겨울 철새 보호사업 등 체계적인 환경관련 기획사업을 전개해왔다.
이에 따라 각 계열사도 특성에 맞는 환경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효율적 환경관리체제를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 LG화학은 폐수와 폐기물 배출 제로화 추진, 공해방지 투자확대, 청정기술 개발 등을 통해 국내 화학업체로는 최다인 전국 6개 주요 사업장이 환경부로부터 환경친화 사업장으로 지정됐다. LG전자는 폐가전제품의 재활용을 위해 경남 칠서지역에 가전제품 재활용 센터를 설립, 연간 25만 대의 폐가전 제품을 재활용하고 있다. 또 IBM, 소니 등 해외 선진업체만이 갖추고 있던 친환경 부품 공급 시스템을 국내기업으로서는 최초로 도입해 협력업체가 공급하는 부품에 대해 환경관련 법규 준수, 에너지 및 자원절약, 재활용 여부 등을 평가하고 있다. <장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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