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이라크 시장서 한국 IT·가전제품 열풍

 전후 이라크 시장에서 한국 정보기술(IT)·가전제품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유엔 제재기간 동안 한국 업체들의 효과적인 마케팅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이 기간 중국은 저가·재고 상품 밀어내기에 치중했고 일본은 소극적인 마케팅으로 일관했다. KOTRA 바그다드무역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상품은 중국 제품과의 평가에서는 고급(프레미엄)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일본 제품과의 비교에서는 가격대비 성능우위를 점하면서 전쟁 이전의 ‘넛 크래커’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분석했다.

 ◇전후 현황=바그다드 수입상품 판매상가인 카라다 거리에서 판매되는 한국 제품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전자제품은 50% 이상에 달하고 있다. ‘메이드인코리아’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라크 바이어들의 한국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KOTRA 바그다드관장은 “크고 작은 계열사를 40개나 거느린 이라크 최대의 알부니아 그룹 사장이 국내기업을 거명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들 기업의 딜러십을 딸 수 있겠냐고 사정할 만큼 한국 상품에 대한 이미지는 최상”이라며 “전쟁전 내노라 하는 유럽 기업이 아니면 외면하다시피 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메이드인코리아’ 부상 배경=‘메이드인코리아’ 제품이 부상한 것은 “일본 제품에 버금가는 프리미엄급 품질인데다가 가격이 저렴하다”는 소비자들의 입소문이 급속히 전파된 때문이라고 KOTRA는 분석했다. 이라크인들은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고급 브랜드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값이 비교적 싼 제품에 눈을 돌리고 있고, 그 틈새를 한국산 제품이 파고 든 것이다. 이같은 추세를 잘 유지하면 70년대 유럽 제품의 홍수 속에서 믿을 수 있는 품질, 저렴한 가격으로 단번에 입지를 확보했던 일본의 선례를 우리도 반복할 수 있다고 KOTRA 바그다드 무역관은 분석했다.

 ◇중국제품은 불량품 이미지로 소비자들 외면=가격만 비교하면 중국산이 훨씬 저렴하다. 중국산 제품의 경우 유엔 제재기간 중 경쟁국 업체들이 잔뜩 움츠려 있을 때 시장을 휘젓다시피했으나 당시 싸구려 제품, 재고품을 너무 많이 공급한 결과 수입이 개방된 요즘에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또 불안한 치안사정으로 유럽·일본 업체들은 이라크 진출을 꺼려, 이런 틈새를 활용해 한국산은 공격적 마케팅으로 ‘가격대비 고품질’ 이미지를 확보했다.

 ◇향후 과제=아직은 두바이나 요르단의 딜러들로부터 물건을 받아오는게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덤핑·딜러 몫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서 최근 이라크 바이어들은 한국 업체와 직거래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같은 상황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하자품이나 싸구려 제품으로 경쟁사를 제치려는 시도를 자제해야 한다”고 KOTRA 해외조사팀 홍희 차장은 강조했다. 이는 어렵게 형성되고 있는 ‘품질 한국’의 이미지를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위성 수신기 시장이 일시적인 포화상태에 도달하면서 국내 위성 수신기 업체들간에 가격 인하경쟁 조짐이 엿보이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메이드인코리아’ 제품을 인정하고 동아시아 경쟁국에 비해 프리미엄 제품으로 여기는 이라크 소비자들의 이미지를 지켜나가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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