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산업지대인 부산을 중심으로 울산, 경남지역이 하나의 초광역 크러스터를 형성하는 동남권이 첨단 산업현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부산과 울산, 경남은 우리 나라 동남권의 핵심지역으로 다른 권역에 비해 제조업이 활발한 편이다. 특히 양호한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국내 운송장비의 52.3%,기계 및 조립금속 분야의 32.5%를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국내 제조업의 중심지 역할을 해 왔다.
동남 경제권의 인구를 모두 합치면 770만명으로 전국의 17%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면적으로만도 1233만1700㎡로 전국의 12.4%에 달한다.또 지역 총생산액 89조7000억원가운데 정보통신산업이 10조7800억원에 이른다.
이 권역의 국가 산업단지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37개중 11개, 지방산업단지는 전국 160개 가운데 15개를 보유하고 있다. 산업단지 가동률만으로는 경남 국가단지가 83.5%, 부산지방단지가 99.6% 이상을 기록할 만큼 활동이 왕성하다.
산자부는 동남권 클러스터를 주도할 새로운 구심체로 ‘동남권 클러스터 기획단’을 설립할 방침이며 현재 산업연구원이 개발 공동 용역을 수행중이다.
부산시청 지방분권팀장은 “부산시가 전국 처음으로 지방분권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참여정부의 2대축이 동북아 물류중심국가 실현과 지방분권이다”며 “수도권의 반대와 중앙관료들의 기득권 보호가 걸림돌이긴 하지만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눠받기식 보다는 하나하나 뺏어와야 한다는 시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시와 시의회,지방분권 운동단체 등이 나서는 3자 협의체를 구성해 가동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동남권은 생산기능 위주로 형성된 기존 산업 집적지여서 혁신을 효과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고 전문가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R&D투입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절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전국을 100으로 볼 때 서울이 32.7%, 경기 24.6%,대전 14.9%인데 반해 경남은 5.4%, 경북은 4.5%,부산은 1.7%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책연구소도 2개 뿐으로 산업체 시험지원기관 등 기술 인프라가 아주취약하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 해소와 권역별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낙후지역의 개발과 함께 광역권 중심의 과감한 거점 투자가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부산
부산시는 부품소재산업(기계,자동차,조선)과 신발,해양·바이오, 항만·물류, 문화·관광, 영화·영상,금융,전시·컨벤션산업을 지역전략산업으로 정해 추진중이다.
부산시는 특히 우리 나라 동남 경제권의 중심인 서부산권을 고기술·고부가가치 생산체계를 갖춘 첨단 부품·소재 집적지로 조성할 방침이다. 부산시는 이곳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분원 유치를 추진중이다. 또 동부산권은 해양생명공학과 관련한 클러스터로 육성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2000년부터 6년간 3389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디지털 첨단도시 구현을 위한 정보화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주요사업은 정보통신산업기반구축 및 육성지원, 중소기업정보화사업, 신발정보화산업, 도시정보시스템구축 등이다. 또 정보화마인드 확산과 정보격차해소를 위해 공무원과 시민을 대상으로 한 정보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중고 PC를 활용한 ‘사랑의 PC 나누기 운동’ 등도 전개하고 있다.
◇경남
경남도는 기계공업을 중심으로 한 ‘메카노 21’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일반기계 및 자동차,조선으로 대별되는 전통기계산업과 메카트로닉스나 정밀기기,항공우주의 지식기반기계산업에 초점을 맞춰 분야별 산학연계 강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도는 경남지역 전략산업인 기계산업이 세계 일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마산·창원을 메카트로닉스 클러스터로, 김해·양산은 정밀기기 클러스터, 진주·사천은 항공우주 클러스터로 조성키로 하고 클러스터별로 400억∼500억원을 투입하며 외국인 전용단지 3개소를 조성키로 했다.
또 3개 클러스터에 2550억원을 투입해 지능형생산시스템(IMS) 지원센터를 조성하고 거제·진해 등 해안지역에 선박용 부품개발센터를 건립하며 제품디자인 기술개발을 위해 산업디자인센터를 개설한다. 아울러 메카노21 사업의 기술혁신거점 조성을 위해 500억원을 투입해 연구개발·기술이전·인력양성·창업보육·정보화 등을 통합관리하고 비즈니스 종합서비스센터 역할을 담당할 경남테크노파크를 조성할 방침이다.
◇울산
울산시는 다른 지역에 비해 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한 ‘오토 밸리’를 통해 지역진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리나 최대의 자동차공업단지를 기반으로 오는 2010년까지 포항의 철강산업과 구미의 전자산업, 창원의 기계산업을 엮어 세계 최대의 자동차 산업 벨트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울산 오토밸리는 자동차부품과 소재 전용 단지인 매곡단지를 중심으로 모듈화단지, 자동차부품산업혁신지원센터, 울산오토플라자, 자동 차테마파크, 자동차산업전문대학원 등을 가동 중이다.
울산시 역시 동북아 경제 거점도시로 울산을 육성한다는 비전을 내놓고 있다. 이를 위해 시는 ‘전략산업의 발전기반 구축’ ‘신산업 육성 인프라 구축’ ‘지역 혁신역량 강화’ 등을 중점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또 울산지역 특성에 맞는 고부가가치 지식집약형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벤처빌딩과 테크노빌딩 건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울산 IT벤처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 IT업체와 제조업체간 협업 및 파트너십 체결을 지원함으로써 지역 IT시장수요를 확대하고 있다.
<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 인터뷰 - 안상영 부산광역시장
“부산은 ‘시민중심의 디지털 첨단도시 구현(Digiport21)’ 사업을 통해 정보화·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울·수도권과는 그 수준이나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겠지만, 지역특성에 맞는 체계적인 성장전략을 바탕으로 부산·경남권이 지방분권화시대의 대표적인 성공지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미력이나 일조할 것입니다”
안상영 부산시장은 민선 2기(98년-2002년)를 거쳐 민선 3기시장 1주년을 맞는 올해까지 5년동안 ‘한국의 제2도시라는 위상이 아니라, 해양수도로서 서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일류도시 부산’을 꿈꿔왔다.
“시민중심의 디지털첨단도시구현사업은 지난 2000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부산의 대표적인 정보화프로젝트로 이를 통해 부산이라는 브랜드의 한단계 업그레이드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부산은 어느도시보다도 능동적으로 21세기 지식정보화사회를 수용하고 있다. 전통산업의 디지털화·오프라인기업의 온라인 접목 등 시대적 추세에 맞춰 기업정보화를 추진함으로써, 부산지역 산업계의 부가가치제고와 시민생활 만족도 향상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셈이다.
“참여정부가 제시한 국가균형발전·지방분권의 체계적인 추진을 위해 시·의회·지방분권운동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부산지방분권협의회를 만들었습니다. 지방분권 관련 법안 및 정책과제 연구팀을 운영하면서 우리 지역에 맞는 지방분권이 무엇인지, 국가차원의 효과적인 추진방안이 무엇인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안시장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특성에 따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분야를 선정해 IT와도 접목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성과위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지역별로 강점있는 전략산업이 육성돼야 기업·자본·인재의 수도권 유출현상도 막을 수 있고,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국가균형발전이 제대로 정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중인 첨단도시구현사업이 마무리되면서 동북아 물류중심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의 목표는 실현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IT를 접목한 금융·항만도시 부산은 이제 뉴욕·홍콩·싱가포르에 버금가는 정보도시로 탈바꿈할 찰라에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지방 전자정부사업을 추진하면서 그동안의 IT시스템과 역량을 결집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방 전자정부사업은 중앙정부의 전자정부 구축사업과 함께 추진되는 것으로 최고수준의 e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공공인프라구축사업이다.
부산은 아시안게임, 아·태장애인경기대회 등 국제행사를 적극 유치해 ‘부산’이라는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는데 성공했다. 이제는 이 브랜드를 활용해 부산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작업에 착수할 시점이다.
“높아진 부산의 브랜드파워를 적극 활용해 IT분야의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는 ‘ITU 텔레콤아시아 2004’를 부산에 유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제 디지털부산의 이미지를 살려 동북아 물류·비즈니스 중심도시 개발, 동남경제권 중추관리도시 육성, 동북아 해양문화·관광거점도시 조성 등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부산은 이런 안시장의 포부에 따라 3개전략으로 구성된 발전전략을 수립해 놓고 있다. 첫째는 서부산권은 생산물류거점, 도심권은 무역·금융거점, 동부산권은 정보·관광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부산시 내부전략이다. 두번째는 부산을 중심으로 해서 경남·울산 등 3대 광역권을 연계 개발해 상생 협력을 강화한다는 것. 마지막은 한일해협권, 환황해권, 환태평양권을 네트워크화하는 3대 해역 환상결연 전략이다.
안시장은 부산이 비전을 한마디로 “IT를 접목하는 전자무역·전자물류 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21세기 신해양시대를 열어가는 전진기지”라고 표현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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