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성장동력을 찾아서]지식기반산업-생체인식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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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체인식기술은 미래 공상과학영화의 단골 손님이다. 영화 ‘에어리언4’에서는 인간의 체취로 신원을 확인하는 보안시스템이 등장했는가 하면 실버스타 스탤론 주연의 ‘저지드 레드’에서는 DNA 감식기능을 가진 권총도 나온다. ‘데몰리션맨’에서 주인공 웨슬리 스나입스가 감시자 눈동자를 빼내 스캐너에 갖다 대고 감옥을 빠져 나오는 충격적인 장면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하지만 이젠 더이상 영화속 이야기만 아니다. 열쇠가 아닌 엄지 손가락 지문으로 출입문을 여는 것은 이미 보편화됐고, 최근엔 지문으로 인터넷뱅킹이나 신용카드결제를 대신할 정도다.여권이나 신분증에도 생체인식기술이 도입돼 위·변조가 불가능해질 날도 얼마남지 않았다.

 

 ◇기술현황=생체인식(Biometrics)이란 사람의 생체·행동적인 특성을 이용해 개인을 식별하는 기술을 말한다. 사람들마다 각각 다른 지문·얼굴·홍채·망막·정맥 등을 인식하거나 서명·음성 등 행동 특징을 인식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여러기술을 복합적으로 적용하는 ‘다중생체인식(Multi-Modal)’도 각광받고 있다.

 생체인식기술은 크게 센서와 알고리듬 기술을 얼마나 잘 구현하는가가 관건이다. 각기 다른 생체를 인식할 수 있는 정교한 센서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암호화해 전송하고 해독하는 알고리듬 기술이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 업체들은 이 두 가지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체인식기술을 활용한 인터넷뱅킹이나 카드결제와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낸 곳도 우리나라다. 

 ◇시장 현황=생체인식은 최첨단 보안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전세계적으로 시장규모는 미미한 실정이다. 각종 조사기관의 보고서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지난 2000년 3억9000달러였던 것이 2001년에는 5억2300만달러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내셔널 생체인식그룹(IBG)은 올해 생체인식 시장규모를 10억4900만달러로 내다봤다.

 하지만 아직 시장규모는 작아도 성장률은 매년 80∼90%의 고도 성장을 기록, 미국 MIT대학과 가트너그룹이 생체인식을 21세기의 유망한 20대 기술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국내시장의 경우 한국정보보호진흥원 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0년 210억원에 지나지 않던 생체인식시장 규모가 매년 50∼100% 성장, 올해에는 처음으로 3000억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올해부터 굵직굵직한 프로젝트가 잇따라 국내 생체인식산업은 내년을 기점으로 그야말로 ‘빅뱅’이 예상된다.

 LG카드가 이달부터 지문인식 신용결제서비스를 상용화한데 이어 삼성카드·BC카드·국민은행 등 금융권에서 앞다퉈 지문인식과 결합한 서비스를 준비중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규모가 3000억∼1조원대까지 예상되는 생체인식 여권 및 비자가 내년 말 도입될 예정이어서 생체인식업체들의 특수가 예상된다.

 ◇과제=생체인식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속출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국내 업체의 경우 대부분 애플리케이션에는 강하지만 독자적인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곳이 태반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원천기술이 없다는 것은 그 만큼 막대한 로열티를 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생체인식기술은 보안·관리뿐 아니라 편리성의 측면에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개인 생체정보가 누출될 가능성 때문에 많은 논란의 여지를 갖고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마그네틱 카드나 열쇠, 패스워드의 경우 분실해도 재발급할 수 있지만 지문이나 얼굴에서 추출한 생체정보의 경우 네트워크상에서 유출되면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센서의 개발이나 인식 알고리듬의 성능향상을 통한 인식 오류 비율을 낮추는 것과 별도로 다중생체인식 등으로 통해 보다 정교한 암호화 기술로 생체정보를 안전하게 다루려는 움직임도 이같은 문제점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생체인식기술이 대중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지 못한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근 생체인식기술을 접목한 금융서비스의 성공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차원에서 추진중인 생체인식 여권 및 비자 프로젝트 등도 기술적 완성도나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생아’로 전락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기고]생체인식 산업의 성장 전략

-김재희 연세대 생체인식연구센터 소장

 생체인식은 본인의 실존에 의한 높은 신뢰성과 소지하거나 암기할 필요가 없는 편리성 때문에 새로운 보안 기술로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때문에 외국의 주요 기관들이 보는 생체인식 산업의 미래는 매년 1.5 배 이상의 성장을 예측하는 등 대단히 밝다. 특히 9·11테러 이후에는 다방면에 잠재적인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2∼3 년 이내에는 국내외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 할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생체인식 산업 규모는 지난해 지문인식업체 패스21 파동 이후 오히려 침체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곧 이어 도래할 큰 규모의 생체인식 수요를 감당할 준비를 시급히 해야 한다.

 첫째, 기업은 현재 보유한 생체인식기술의 한계를 올바르게 알리고 이에 따라 필요한 사용자의 협조를 적절히 감안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생체인식 기술은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어느 것도 정확성에서 완전하지는 못하다. 그러나 정확성이 부족할 때는 사용자의 편리성을 부분적으로 낮춤으로써 이를 보완할 수 있다. 지금 생체인식 산업의 어려움은 과거에 기술의 한계를 감안하지 못한 제품과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수요자의 높은 기대에 기술이 충분히 부응하지 못함에 기인한 바 크다.

 둘째, 기업, 대학, 연구소 등에서 각자 역할에 맞는 지속적인 기술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의 국내 생체인식 산업은 주로 중소 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주변 기술의 개발과 제품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연구 인력은 반드시 확보하고, 관련 연구를 수행하여야 한다. 또, 국내 생체인식 산업의 원천 기술은 대부분 대학으로부터 이전 혹은 파급돼 왔다. 따라서 대학은 현존하는 기술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는 물론, 새로운 미래형 신기술에 관한 선행 연구를 수행하고 이를 통한 전문인력도 육성하여야 한다. 이러한 대학의 기초, 원천적인 연구는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현 생체인식 산업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셋째, 국가적 필요에 따른 선도적 시장의 창출이다. 외국의 경우 생체인식은 여권 업무, 교도소, 면허 업무 등 국가기관의 보안 및 신원 파악 업무를 위주로 초기 시장이 형성되어 금융, 방범 등 민수로 파급되고 있다. 국가는 생체인식 산업의 가장 큰 선도시장이다.

 넷째, 생체인식 기업은 단일 생체인식 기술에만 의존하는 나홀로 기업이 되어서는 생존이 어렵다. 향후 전개될 시장은 생체인식 기술이 한 부분에 해당되는 큰 규모의 시스템이 위주가 될 것이다. 생체인식 기술은 단독적으로 쓰이기 보다는 인증, 스마트 카드, 혹은 큰 규모의 SI 업무들과 연결돼 새로운 솔루션과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체인식 기업이 살아 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올들어 비중 있는 여러 기업들이 문을 닫았고, 지금도 수 많은 업체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기업이 사라지면, 기술도 함께 사라진다. 생체인식은 보안 산업이고 따라서 외국기술에 의존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다. 곧 열릴 큰 시장을 생각할 때, 생체인식 산업에 관한 한 지금은 국가적 위기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