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같은 방식의 과학 교육은 과학을 더욱 외면하게 할 것입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아우토반을 3시간 여 달려 도착한 지방 도시 뉘른베르크. 이곳엔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컴퓨터 화학 연구센터(CCC)가 위치해 있다. 이 곳에서 만난 엘란겐 대학의 화학과 팀 클락 교수는 이공계 기피현상은 이곳에도 나타나고 있으며 새로운 과학 교육의 변화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주저없이 말했다.
한때 엘란겐 대학 화학과도 지원하는 학생이 없어 학과를 폐쇄해야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99년 이 대학 화학과 학생은 고작 25명이었다. 심각한 학생 부족현상을 겪던 화학과가 내놓은 결론은 더 이상 과거에 머무르는 과목만으로 학생들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때부터 엘란겐 대학 화학과는 처음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 과목을 도입했다. 그리고 2년 전 CCC라는 연구소를 설립해 학생들이 더욱더 많은 연구를 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했다. 5년 간의 노력으로 이제 화학과 학생은 130여 명. 무려 5배나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뿐만 아니다. 전세계 학생들이 컴퓨터로 화학을 공부하는 켐인포매틱스(Cheminformatics)를 배우기 위해 독일의 한 지방 대학에 불과한 이곳에 원서를 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폐쇄 위기에 놓였던 지방 대학의 화학과가 새로운 변신으로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컴퓨터 화학의 명가로 자리잡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대학이 높은 벽에 둘러싸여 있다. 변화를 주도해야 할 교수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올린 탑 속에 갇혀 바깥을 보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심지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교수가 나타나면 ‘이단아’란 표현을 하며 매도하는 현실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독일 엘란겐 대학은 변화를 통해 과학을 발전시키고 이공계 기피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변하지 않고 현실만 탓하는 우리의 교육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뉘렌베르크(독일)=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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