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용산 전자상가’다. 이처럼 용산전자상가가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중국과 동남아에서 온 여행객들도 한번쯤 용산에 들른다. 전자 전문매장 6000여개를 포함해 식당 등 주변상가까지 총 1만여개에 달하는 매장이 한강로 2가를 사이에 두고 빼곡이 들어차 있다. 최근 경기불황에 따른 매출 부진으로 혹독한 시련기를 겪고 있지만 관련 상인수가 2만여명에, 하루 유동인구만도 10만명을 자랑하는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전문상가임에 틀림없다. 용산전자상가에는 전자상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자상가를 유지하고 떠받쳐주는 각종 생활문화도 함께 존재한다. 용산을 찾는 사람들은 흔히 “상가와 상품은 많은데 쉬고 놀 곳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꼼꼼하게 살펴보면 드러나지 않은 의외의 명소가 꽤 많다.
#용산 훑어보기 코스와 쉼터
용산전자상가를 한바뀌 쭉 둘러 보려면 선인상가에서 출발해 나진과 원효상가에 이어 전자랜드를 거쳐 터미널상가에서 마무리하는 코스가 제격이다.
4호선 신용산역에서 지하보도를 지나 용산상가내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곳이 PC와 주변기기 전문 선인상가다. 이곳은 공시디(CD)와 각종 전산소모품을 헐값에 살 수 있는 도깨비 시장과 주말 벼룩시장이 유명하다.
선인상가 건물 내에는 상인들이 흔히 ‘삼각공원’이라고 부르는 만남의 장소가 있다. 글자 그대로 건물간 틈새에 생긴 삼각형 공간을 휴게실로 만들었다. 밖에서는 눈에 띄지 않고 출입구도 몇 개 안돼 처음 용산을 방문한 사람들은 찾기 어렵다. 10개 가량의 원탁 테이블과 자판기를 갖추고 있어 상인들간에 간단히 담소를 나누거나 휴식장소로 이용된다.
선인상가를 끼고 우측으로 돌면 가전과 PC 종합상가인 나진전자월드 19, 20동을 만나게 된다. 동 사이에는 ‘벼룩시장 쉼터’가 있고 이곳에서 주말에 물건을 사고파는 장터가 열린다.
나진상가의 대표적인 휴게소는 한강로 2가를 가로 질러 18동과 19동을 연결한 3층 높이의 스카이 통로에 있다. ‘나진 만남의 장소’로 명명된 이곳에는 대형 파브TV와 3대의 현금 지급기, 2대의 자판기, 테이블 10개에 50석 가량의 좌석이 갖춰져 있다. TV밑에 ‘이 TV는 흡연 벌칙금으로 마련한 것’이라는 문구가 고객의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나진상가 18, 19동과 이어진 10, 11동을 거쳐 서쪽 끝 통로로 나오면 전자타운이 있고 곧바로 컴퓨터 도매상가인 원효상가를 만날 수 있다. 원효상가 5동 지하에는 상가 내에서 보기드문 전통찻집이 있다.
원효상가 6, 7동 중앙 계단 부근 공간에 마련된 인터넷정보센터는 원효상가만의 대고객 서비스 장소. 원효상가 고객은 20분당 100원에 정보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3000원에 식사 한끼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지하 구내식당도 상인 이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원효전자상가를 끝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별천지를 만난다. 용산상가내에서 최첨단을 추구하는 전자랜드 본점이다. 분위기가 싹 달라진다. 지금까지가 재래시장 구경이었다면 전자랜드부터는 깔끔하고 세련된 백화점이다. 4, 5층에 전자랜드가 자랑하는 영화관 랜드시네마와 게임존, PS2실, 삼성디지털체험관 등 영화와 게임 등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체험 공간이 즐비하다. 늦은 오후시간대에도 청소년들로 만원을 이룬다.
5층 건담 로봇전시장에는 소형 애니메이션 관람실과 시원한 맥주까지 마실 수 있는 바도 있다. 전자랜드 옥상에서는 북쪽으로 용산전자상가 전경이, 남쪽으로는 용산민자역사 건설현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지막 코스는 터미널전자쇼핑. 1층과 지하에 용산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정원 형태의 쉼터가 있다. 대나무와 소나무가 심어져 있어 작은 공원을 연상케 한다. 이곳에서 지친 다리를 쉬며 용산 구경을 마무리짓고 3층에서 연결된 1호선 용산역으로 바로 빠질 수 있다.
#먹거리 명소
용산상가 골목에는 음료와 잡화를 파는 구멍가게가 있고 거리마다 핫도그와 햄버거 등을 판매하는 노점상이 요소요소에 있어 간단한 먹거리 해결은 충분하다.
관심사는 발품들여 가볼 만한 소문난 먹거리.
나진상가 17, 18동 뒤편의 먹자골목은 지난 15년 동안 용산전자상가와 삶을 같이한 전문식당가다. 상인들의 까다로운 입맛에 못 이겨 평균 2∼3년 꼴로 식당 주인들이 바뀐다고 한다. 하지만 15년 가까이 한가지 메뉴로 상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먹자골목의 대표적인 음식 명소가 된 곳이 있다. 먹자골목 첫 번째 사거리 왼편에 자리잡은 ‘소문난칼국수’가 그 주인공.
이곳의 주 메뉴는 닭칼국수·소칼국수·멸치칼국수 등 칼국수 3총사다. 용산상가와 용산구 내 주민은 물론 타 지역에서도 명성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이 꽤 있어 점심 시간대 이후에도 칼국수는 계속 만들어진다.
올해 전자랜드 5층 식당가에 들어선 ‘상하이베이(상해변)’는 용산전자상가에서 새로 각광받는 음식점. 전자랜드 직원 뿐 아니라 주변 현대홈쇼핑과 휴렛팩커드 등 대기업 직원들도 깔끔한 맛에 자주 찾는다. 리츠칼튼 호텔에서 다년간 근무한 일급 요리사가 만드는 삼선짬뽕과 짜장, 그리고 각종 요리는 전자랜드 뿐 아니라 용산 전체의 먹거리 문화를 풍요롭게 해준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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