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경(44).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프리마돈나라지만 조금은 낯설다. 그도 그럴 것이 1984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무대에 데뷔한 이후 주로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혜경에 대한 찬사는 끊이질 않는다. 어떤 배역이 주어지건 그녀만의 독특한 해석과 집중력으로 세계 유수 언론으로부터 ‘완벽한 캐스팅’이라는 찬사를 얻는가 하면, 뉴욕타임스도 이 시대 가장 촉망받는 성악가로 홍혜경을 지목했을 정도다. 특히 ‘청아하면서도 중량감있는 음색과 풍부한 성량은 듣는 이를 황홀경에 빠뜨리게 하는 마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그녀에 대한 공통된 평이다.
그녀가 지금까지 출연한 공연만 보면 무려 170여회. 오페라 ‘티토왕의 자비’에서 세르빌리아역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것을 시작으로 ‘이도메네오’에서는 플라시도 도밍고의 상대역인 일리아역을 맡았고 푸치니의 ‘투란도트’에서는 ‘류’역을 맡아 호평을 받기도 했다.
특히 ‘라보엠’의 미미역을 맡은 뉴욕 메트 오페라 공연에서는 다른 성악가들이 반드시 모방해야 할 모델이었다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이밖에도 그녀가 그동안 소화한 역은 숱하다. ‘피가로의 결혼’에서 수잔나역을,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줄리엣역을, ‘코지 판 투테’에서는 데스피나역을 소화해 메스콤들로부터 엄청난 반향을 이끌어 냈다.그녀는 그때문인지 20년 가까이 한 시즌을 한번도 거르지 않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공연의 주역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왕성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고국을 자주 방문하지 못한 배경은 한마디로 가족 때문. 그녀는 ‘아이들이 어려서 떨어져 지내기 힘들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삶을 늘 가족과 함께 해 왔다. 홍혜경에게 손짓하는 세계 무대가 많았지만 그녀는 가족과 오래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판단되면 출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녀가 세계적인 소프라노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것도 가족에 대한 사랑과 애정, 그리고 그녀를 든든히 지키고 있는 가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그녀가 모처럼 모국을 방문한다. 2년 6개월만이다. 더구나 한국 가곡이 담긴 앨범을 직접 들고 왔다는 점에서 반가움을 금할 수 없다.
바로 ‘Korean Songs’ 앨범이다. ‘나의 백두산아’ ‘보리밭’ ‘그리워’ 등 16개 가곡을 홍혜경의 목소리에 실은 것으로 서울대 김덕기 교수가 지휘를 맡았다. 특히 이 앨범은 전세계 동시 발매될 예정이어서 한국 가곡을 세계에 알리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한국 아티스트로서 가곡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그녀.
“가곡처럼 아름다운 노래는 없어요. 한국으로, 나의 어린 시절로, 나의 가족으로, 그리고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삶의 초기로 인도하는 게 가곡이에요. 가곡을 부를 때 저는 수많은 한국인이 느끼는 것과 같은 감정과 열정을 느낍니다.”
오는 1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공연에서 그녀는 한국 가곡뿐 아니라 자신이 출연했던 오페라 여주인공의 아리아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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