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김기덕 감독

 한국 영화계의 문제아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 만으로도 제작과정에서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 19일 개봉된다. 작품마다 강렬하면서 극단적인 이미지를 표현해 거센 반발과 함께 열렬한 지지를 동시에 받아왔던 김감독이 ‘휴식처럼’ ‘쉬어가는 의미’로 만들어냈다는 바로 그 영화다.

 김 감독에게 휴식의 의미는 박장대소하는 코미디물도 아니요, 애틋한 사랑을 그린 멜로물도 아니다. 그저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며 고개 끄덕이는 나, 우리, 또는 그들의 인생을 그려보는 것이다.

‘봄여름…’은 일반적인 김 감독의 영화와 정확히 일치하지만 또 여러 면에서 비껴서 있다. 극단적인 소재와 이미지, 저예산 등이 김 감독 영화의 공식이었다면 이번 영화는 그 부분에서 만큼은 비공식이다.

 ‘섬’이나 ‘수취인불명’ ‘파란대문’ ‘나쁜남자’ 등 사회와 세상에 대한 분노를 극단적인 이미지로 표현했던 김 감독이고 보면 이 영화에서의 ‘휴식’이라는 그의 찰라적 의미가 이해된다.

 그는 “인생을 너무 급하고 격정적으로 살아온 것같아 되돌아보면서 정말 쉬는 느낌으로 찍었다”며 ‘봄여름…’의 제작소감을 밝혔다.

 한 남자의 인생을 아이, 소년, 청년, 장년으로 나누고 이를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비유한 것이 이 영화의 기둥이다. 그리고 또 다시 봄이 돌아옴으로써 인생의 반복과 모순을 보여준다.

 김 감독의 영화는 저예산으로 유명하다. 이번 작품 역시 10억원의 순제작비에 그친 저예산 영화임에는 동일하지만 이례적으로 3억5000만원이라는 거액을 투입해 세트를 제작했다. 영화의 절대적인 공간인 물에 떠있는 사찰이 바로 그 세트다. 경북 청송군 주왕산 국립공원의 연못 주산지에 3개월에 걸쳐 무게 30톤의 목조건물을 세워 ‘물위에 부유하는 사찰’을 만들었다. 호수위를 지키고 있는 사찰은 주위의 비경과 맞물려 환상적이고도 묘한 신비감을 안겨준다.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던 사찰은 지난 6월 철거에 들어가 지금은 영화속에서만 만날 수 있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직접 연기에 나선 김 감독을 보는 일이다. 청년시절 사랑에 대한 배신에 치를 떨며 아내를 살해한 뒤 다시 돌아온 ‘장년의 스님’이 바로 그다. 영하 30도의 혹한 속에서 멧돌을 메고 반가사유상을 산 위에 옮겨놓는 고행 장면을 구슬픈 정선아리랑과 함께 만들어냈다. 인생의 고단함, 그리고 초탈에 대한 의지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김 감독이 영화에 직접 출연한 이유는 간단하다. 안성기씨나 도올 김용옥을 장년스님으로 생각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촬영을 해야 할 겨울은 왔고 시간은 촉박하고, 어쩔 수 없었다는 것.

 김 감독 영화답게 스타 배우들이 없다는 점도 눈에 띤다. 노승 역을 맡은 35년 경력의 베테랑 연극배우 오영수와 아역배우 출신 서재경, 사랑의 배신으로 상처입은 청년 역의 김영민 등이 그들이다. 특히 아역을 맡은 김종호는 천진난만함과 함께 능청스런 연기로 스탭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기도 했다. 김종호는 70∼80년대 활동했던 변장호 감독의 외손자다.

 사계절 가운데 여름이나 가을, 또는 겨울 어디에 있든 인생을 되돌아 보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영화가 바로 ‘봄 여름…’이다.

영화의 이미지 만큼이나 홈페이지(http://www.springagain.co.kr)도 신비롭고 아름답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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