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핀-패드

 제주에는 도적·거지·대문이 없다. 이른바 삼무(三無)다. 잘 알다시피 제주인들은 예로부터 거칠고 척박한 자연환경을 개척하기 위해 근면·절약·상부상조를 미덕으로 삼았다.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나쁜 짓이나 수치스러운 짓을 하지 않았다. 집주인이 일터로 나갈 때 사람이 없다는 표시로 집 입구에 긴 나무를 걸쳐 둘 정도였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물론 여타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서로가 서로를 믿고 의지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어느때부터인가 우리 조상들이 가꾸어 온 살맛나는 세상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눈감으면 코 베어가는 세상으로 바뀌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요즘 우리 국민들은 카드는 물론 인터넷조차 마음 편히 사용할 수 없다. 사생활 침해는 물론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 주민등록번호나 주소 등 개인정보를 허술하게 관리하는 사이트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첨단기기 사용에 따른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것이 패스워드다.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컴퓨터 통신망에서 허가된 사용자임을 확인하는 데 이용되는 보안수단으로 허가되지 않은 사용자의 접근을 막는다. 암호(비밀번호)를 물어 이에 대답하면 접근을 허가하고, 대답하지 못하면 불허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잘 관리해도 전문적인 해커에게 해킹될 수 있고, 은행이나 백화점 등에서 카드를 사용할 때 종업원에게 자신의 비밀번호를 알려줘야 하는 등 비밀번호가 노출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장치가 자신이 직접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핀-패드(Pin-Pad:Personal Identification Number-Pad) 시스템이다. 비밀번호가 필요한 예금거래를 할 때 고객이 전자기기를 이용해 비밀번호를 입력토록 함으로써 창구직원이나 제 3자의 비밀번호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다. 조만간 금융기관이 전면 도입하게 될 핀-패드 시스템이 금융거래의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광선 논설위원 k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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