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아마추어 과학자

 ◇아마추어 과학자 존 말로 지음 홍수연 옮김 생각의나무 펴냄 

 유전학의 법칙을 발견한 그레고르 요한 멘델이나 슈메이커-레비9 혜성을 발견한 데이비드 H. 레비 등 과학사를 새롭게 쓴 저명한 인물들과 헨리에타 스완 리비트나 그로트 레버 등과 같이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버린 인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그들이 모두 아마추어였다는 사실이다.

 ‘아마추어 과학자’는 이른바 비주류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다. 왜냐하면 이 책에 등장하는 10명의 과학자들은 모두 학위가 없는 아마추어들이기 때문이다.

 과학분야에서 아마추어란 정규 교육기관에서 특정 학문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을 지칭한다. 학위가 없으니 기성 과학자들로부터 아마추어 취급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타성에 빠지지 않고 참신한 구상과 남다른 통찰력으로 마침내 학위를 가진 기성 과학자들도 해내지 못한 위대한 업적을 이뤄냈다.

 미국의 3대 대통령인 토마스 제퍼슨(1743∼1826)은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정치가이자 건축가로만 흔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놀랍게도 오늘날 고고학계의 규범이 된 방법들을 이용, 최초로 과학적인 고고학 발굴을 시도했다. 또한 식물학과 동물학 분야에서도 전문가로 통한다.

 마이클 패러데이(1791∼1867)는 전기화학의 기초를 만든 전기분해 법칙을 발견하고 방전현상 연구 등의 성과를 통해 여러가지 전기의 동일성을 간파, 보편성을 가진 통일개념으로서의 전기를 주창했다. 거의 무학이었던 그는 제본 견습공으로 일하며 독학으로 화학을 공부하고 직접 장비를 설계·제작해 수백가지의 실험에 몰두했다.

 유전학의 법칙을 발견한 그레고로 요한 멘델(1822∼1884)은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았던 수도사였다. 또 세계에서 가장 큰 티라노 사우루스의 화석을 발견한 수전 헨드릭슨(1949∼)은 가출소녀 출신이었으며, 데이비드 H. 레비(1948∼)는 천문학이라고는 배워본 적도 없는데 망원경을 들고 산으로 들로 떠돌며 최대의 혜성을 찾아냈다.

 또 지우개와 사이다를 발명하고 산소의 존재를 발견한 조지프 프리스틀리(1733∼1804)는 비국교도 운동의 종교 지도자였으며 젊은 시절 유명한 공상과학 소설가였던 아서 C. 클라크(1917∼)은 훗날 통신 혁명을 가져오는 중요한 개념을 담은 과학기사를 썼다.

 이 밖에도 세계 최초의 전파 망원경을 자기 집 뒤뜰에 설치했던 그로트 레버(1911∼),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우주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소우주가 있음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헨리에타 스완 리비트(1868∼1921), 독학으로 DNA 발견의 기초를 마련한 세균학자 펠릭스 데렐(1873∼1949) 등도 전문적으로 과학을 배운 학자가 아닌 아마추어 과학자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마추어 과학자들은 하나같이 지적 호기심이 대단한 사람들이다. 호기심이야말로 아마추어 과학자들이 갖는 공통된 특징인 셈이다.

 저자는 “전문 과학자들 역시 호기심을 갖고 있지만 그들은 호기심을 특정 방식으로 유도하도록 교육받았다”며 “이에 반해 아마추어들의 호기심은 산만하게 흩어져버리거나 방향이 제멋대로인 경우가 보통이지만 때로는 전혀 새로운 과학 분야의 기초를 마련해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 책은 아마추어 과학자나 과학에 특별한 흥미를 가진 사람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남다른 통찰력을 가졌던 아마추어 과학자들이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기까지의 숨겨진 이야기는 읽는 사람 누구에게나 특별한 재미와 놀라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과학 분야에 현대의 아마추어들이 활약할 여지가 남아 있는가를 읽을 때 쯤이면 이미 독자 자신도 위대한 발견의 주인공이 될 채비를 갖추고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전문화된 첨단 과학의 세계에서도 아마추어들이 특별한 일을 해낼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아마추어 과학자들의 잠재적인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352쪽. 1만3000원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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