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투데이]"엔젤투자는 시점이 성패 좌우"

 벤처투자가(VC) 디오스다도 바나타오(Diosdado Banatao· 57)는 포르쉐 컨버터블을 타고 실리콘 밸리 벤처금융 중심가인 샌드 힐 로드를 달리거나 전용 제트기를 타고 휴가에 나선다.

  하지만 바나타오는 어린 시절 필리핀 북부의 루손 섬 이구이그 (Iguig)라는 도시에서 가죽끈 슬리퍼를 신고 물려받은 옷을 입고 진흙길을 달려 학교에 다닐 정도로 가난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바나타오는 현재 필리핀 대통령과 다른 고위 관계자들에게 하이테크와 과학 문제에 대해 정기적으로 조언을 하는 위치에 있다. 한마디로 ‘개천에서 용난’ 경우다.

 바나타오는 투자회사인 캘리포니아 소재 톨우드벤처캐피탈의 창업자 겸 경영 파트너로 일한다. 그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소수민족을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2000년 6월 벤처캐피털 업체를 창업한 바나타오는 “소수민족 기업인들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서 “처음 회사를 시작할 때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기억이 있어 언제라도 이들을 도와주고 충고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바나타오는 친근하고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조용하고 편안한 청바지와 폴로 셔츠, 흰색의 운동화를 즐긴다. 그러나 바나타오는 진정한 기술자이기도 하다. 그의 성공 비결은 가장 잘 아는 분야인 반도체에 역점을 둔 데 있다. 펀드 규모가 1억 8000만 달러인 톨우드는 반도체업체에만 투자를 한다.

 바나타오는 “소프트웨어가 일부 들어가는 반도체는 모든 시스템 및 제품의 중심에 서 있다”면서 “자동차에는 20여개의 마이크로 프로세서가, 전기밥솥에는 많은 퍼지 로직 칩이 들어간다”고 말한다.

 그가 톨우드를 창업하기 전 일했던 벤처캐피털업체 메이필드의 빌 웅거 파트너는 “바나타오가 84년 PC 보드 및 칩세트를 만드는 신생사 모스트론을 창업할 때부터 기술적 우위로 명성을 얻었다”고 회상했다.

 그후 바나타오는 85년에 론 야라와 함께 칩스앤테크놀로지를 공동 창업한다. 이 회사는 22개월 뒤 상장됐다가 결국 인텔에 팔렸다. 그들은 89년 지금의 소닉블루로 알려진 S3를 공동 창업했다.

 바나타오는 S3에서 큰 돈을 벌었는데 10여개 업체에 대한 엔젤 투자로 부를 불리기도 했다. 그는 95년 S3 주식의 절반인 1000만 달러로 엔젤 투자를 시작했다.

 바나타오는 성공의 비결을 신생사에 대한 투자 시점이라고 말한다. 현재 7개 신생사의 회장인 그는 여러 업체의 주간 회의에 참석한다. 바나타오는 기술적인 배경 때문에 신생사의 기술진과도 긴밀한 관계다.

 이와 함께 하이테크가 가는 방향에 대한 뚜렷한 로드맵을 갖고 있는 회사에 투자하라는 것이 이 동양계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조언이다.

 <코니 박 기자 cony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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