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보다 `힘의 논리` 우선땐 파국 우려
통신시장 구조조정이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혼미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LG그룹이 하나로통신 이사회를 통과한 외자유치안에 대해 주총에서 부결 의사를 밝힌데 이어 두루넷 입찰도 유찰돼 통신시장 구조조정 논의가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통신시장 구조조정은 타협보다는 힘의 논리가 우선할 것으로 보여 파국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1일 LG그룹은 지난 29일 하나로통신 이사회 결정에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LG그룹 관계자는 “이사회 결정은 단기차익을 노린 외국자본에 하나로통신을 헐값 매각하는 것으로 어떤 압력에도 불구하고 주총에서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15.9%를 보유중인 LG 그룹이 반대할 경우 하나로통신 외자유치안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외자유치안은 주총 특별결의 사안으로 전체 지분의 3분의 1, 참석 지분의 3분의 2가 찬성해야해 LG측과 그 우호 지분이 참석 지분의 3분의 1 이상만 되면 부결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주총일 전까지 주요주주간 대타협없이 표대결로 갈 경우 하나로통신은 중장기 자금 문제로 또다시 어려움을 겪게 될 뿐아니라 통신시장 전체가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정보통신부는 하나로통신 이사회 전일인 지난 28일 LG, 삼성, SK, 하나로통신측과 회의를 갖고 원만한 문제 해결과 함께 이사회의 결의를 주총에서 반대하지 말라는 의미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LG가 실력 행사에 나올 경우 정통부와의 갈등이 불거질 수 밖에 없어 문제가 더욱 꼬일 전망이다.
통신업계가 하나로통신 사태로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0일 두루넷 매각 입찰도 유찰됐다. 두루넷 관계자는 “하나로통신, 데이콤 등 참가업체의 인수역량이 적정수준에 미달해 입찰이 유찰됐으며 조만간 회사 정리계획안을 수립해 법원에 제출하고 그 이후 매각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로통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두루넷의 매각 입찰이 다시 실시된다 해도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힘들다. 법정관리중인 온세통신 매각도 쉽지 않게 된다. 이럴 경우 KT 등의 입찰 참여 여론 등도 생길 수 있다. KT가 두루넷을 인수할 경우 통신시장은 사실상 2강으로 굳어지게돼 경쟁정책 실패 등의 논란도 예상된다.
통신업계에서는 최근 수개월간 진행된 일련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통신업계, 정부 등 관련자들의 갈등만 증폭돼 사태 수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해당사자들이 국내 통신 시장 경쟁력 차원에서 큰 그림을 보고 문제를 풀어가 줄 것을 요구했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