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배럿의 경영철학과 인텔의 미래

 크레이그 배럿 인텔 사장(CEO)은 한국을 방문한 지난 29일 64번째 생일을 맞았다. 내년 8월이면 인텔이 규정한 65세 정년이 된다.

 배럿은 “퇴임후 인텔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될 지는 아직 모른다”면서 “연초에 열리는 이사회 연례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인텔의 연례이사회에서는 퇴임 경영자들을 고문이나 회장 등으로 선임하는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인텔에는 창업자인 앤디 그로브가 회장으로 남아있다.

 그는 또 받고 싶은 생일 선물이 뭐냐는 질문에 “한국고객들이 인텔의 제품을 보다 많이 사갔으면 좋겠다”고 수줍게 웃으면서 말했다. 경영자로서 당연하겠지만 평소 소탈하면서도 온화한 그의 성격이 잘 나타난 대답이었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그가 평생을 인텔의 성장을 위해 일해온 만큼 쉽사리 인텔과의 연을 끊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마 인텔의 고문 역할을 맡으며 실리콘밸리의 주요 IT업체 사외이사로 활동하거나 부인 바바라 배럿 여사와 함께 몬테나주 목장에서 지역봉사활동을 하며 여생을 보내는 게 유력할 것이라고 한 인텔 직원이 귀뜸했다.

 그는 98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이후 경영자로서 가장 잘못한 점과 잘한 점을 한가지씩 들었다. 잘못한 점은 “닷컴 버블에 너무 집착해 인터넷 서비스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려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컴퓨팅과 커뮤니케이션이 융합되는 시장을 겨냥해 네트워크와 커뮤니케이션 등에 투자한 것은 아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잘한 것은 “빨리 본연의 업무인 반도체 집적회로와 아키텍처 개발에 집중하는 것으로 선회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인텔 내부에서 ‘인텔인사이드’ 전략을 가장 잘 확대한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단지 PC시장이 아니라 무선통신·네트워크·디지털홈 등으로 인텔의 영역을 확대하는 데 최선봉에 섰기 때문. 아직까지 최종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그의 이같은 시도는 주효했다는 게 인텔 내부의 평가다.

 “앞으로 10년은 인텔이 현재의 집적회로 기술과 반도체 제조를 중심으로 무선통신·BT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게 될 것”이라는 배럿 사장. 앞으로 35년뒤 인텔의 모습은 어떻게 될 지 사뭇 궁금해진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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