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이더넷, 그 상생의 기술

기술이 가져다 주는 혜택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그 가치를 공유할 수 있을 때 커진다. 특히 어떤 통신기술이 보편적 서비스로 자리잡았을 경우 기술 발달에 따른 가치 상승효과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1765년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개발로 사람들은 보다 빨리 장거리 대량수송을 할 수 있게 됐고 1876년 그레이엄 벨이 전화기를 개발하면서 지구 반대편에서도 상대편과 통화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난 1973년 탄생한 이더넷 네트워킹 기술이다. 음성과 영상, 데이터를 손쉽게 주고받게 해주는 이더넷 기술은 앞서 언급한 기술과 더불어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다수간의 통신을 가능케했다는 점에서 기술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다.

 사무실과 가정에서 편리하게 사용되고 있는 이더넷 기술은 30년 전 스리콤의 창설자인 로버트 매트칼프가 발명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속도는 1000배이상 빨라졌고 허브, 스위치, 라우터 등 대용량 디지털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는 장비들도 만들어졌다.

 이더넷은 안정적일 뿐만 아니라 가정, 사무실, 학교 등 어느곳에서나 컴퓨터에 연결해 사용할 만큼 비용 부담이 적으며 인터넷 및 다른 네트워크와의 상호 연결성이 높다.

 물론 이더넷은 유일한 네트워크 프로토콜은 아니며 그동안 이보다 더 나은 기술도 분명 선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토록 경쟁이 치열한 기술시장에서 이더넷이 3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발전해 올 수 있었고, 또 앞으로도 그 발전을 이어갈 수 있을까.

 잠시 네트워크 통신의 또 하나의 프로토콜인 토큰링에 대해 말해보자. 1970년대초 PC를 사용하게 되면서 통신방식에 있어서는 IBM의 독자적인 네트워킹 도구인 토큰링 방식이 많이 사용됐다.

 토큰링은 1981년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에서 표준으로 제정되긴 했으나 수많은 다른 의사소통 방식을 갖는 PC나 메인프레임, 프린터 등 정보기기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결국 모든 통신기기가 제각기 다른 언어로 말하는 ‘바벨탑’의 환경이 만들어지게 됐고 이 바벨탑은 독자적인 토큰링 방식을 사용하던 IBM이 회사내부 네트워크를 이더넷 방식으로 교체한다고 발표하면서 무너져버렸다.

 그러나 이더넷은 어떤가. 이더넷은 초기 단계부터 개방형 기술로 고안됐다. 이더넷 기술을 이용한 최초의 네트워크 카드가 나온 후 제조사와 관계없이 PC, 메인프레임, 터미널기기 등 다양한 전산 장비들이 서로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이더넷은 처음부터 경쟁업체들도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기술이었고 커뮤니케이션을 단순화하고 확대할 수 있도록 고안됐기 때문에 서로 다른 기계들의 언어가 소통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이더넷은 경쟁을 넘어 상호 생존의 방식을 채택해 보편성을 얻었기에 네트워킹 기술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더넷의 발명에 따라 수직으로 흐르던 정보는 수평적인 관계를 형성했고 커뮤니케이션도 활성화됐다. 이더넷은 오늘날 유비쿼터스 통신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은행과 학교, 백화점, 공공기관, 그리고 가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고 쉽게 정보를 나눌 수 있는 기반으로 자리잡았다.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인 이더넷은 새로운 차원의 서비스로 거듭나는 기초로서 아직 구현되지 않은 비전과 다음 세대를 위한 발명자의 꿈을 구체화시킬 메커니즘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다.

 이더넷이 19세기 과학자들이 태양에서 지구까지 빛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던 가상의 물질 ‘에테르(ether)’의 이름을 땄듯이 이 지구상 어디서든 통신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세상을 펼치는 기술로 거듭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스리콤인터내셔널 부사장, 팍스 앤더슨 pax_andersson@3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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