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술분야 산·학·관·연 전문가 모임인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한상기)’ 8월 조찬 토론회가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학계 및 산업계의 전문가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모임에서는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초청연사로 참석해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한 브로드밴드 IT코리아 추진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모임은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차세대 성장동력 추진 보고회’에 이어 오후에 열리기로 돼 있는 브로드밴드 IT코리아 공청회 직전 열려 참석자들과 주위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진 장관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된 10대 품목 육성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제조업 안정화와 IT벤처 기업에 대한 측면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반적 경기불황과 물류대란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개최된 이날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고 IT벤처기업이 겪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쏟아냈다. 이날 모임의 주제발표 및 토론내용을 요약한다.
◇소득수준 2만달러 시대로 가는 정통부의 전략
노 대통령은 지난 2월 취임사에서 이미 소득수준 향상을 위해 차세대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정통부도 지난 3월부터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프로젝트 매니저(PM)를 선정하고 세미나 공청회를 잇따라 개최하는 등 부처의 입장을 정리해 왔으며 지난번 열린 대통령 보고대회에 이어 오늘 공청회에서 보다 구체적 형태를 띠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소득이 1500달러에 불과했던 지난 80년대 전자교환기 개발을 통해 독자적인 통신기술 자립화를 이뤘던 정부는 이를 D램에 투자, 다시 100조원이 넘는 이윤을 창출했다. 이 자금은 다시 CDMA시장에 투자해 상당한 산업효과와 이윤을 남길 수 있었다.
그렇다면 1만달러를 훌쩍 뛰어넘기 위한 다음 성장동력, CDMA의 신화를 다시 이어받을 차세대 기술은 무엇일까. 우리가 이미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초고속 인터넷망, 즉 ‘광대역망(브로드밴드)’에서 찾을 수 있다.
미래는 통신방송 네트워크가 융합된 광대역 망통합 시대가 될 것이다. 지상파 위성케이블 방송과 유무선 통신이 한데 묶이는 융합이 대세를 이룰 것은 분명하다. 50∼100Mbps 속도를 내는 네트워크 구축은 이미 그동안 분리돼온 통신과 방송 영역의 붕괴를 예고한다.
이에 따라 양방향 원격교육 민원서비스를 비롯한 티거버먼트, 유비쿼터스 시대도 더욱 앞당겨질 것이다.
정부는 광대역 통합망 조기 구축을 통한 IT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원천기술 확보에 앞장서겠다. 이미 발표된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지능형 로봇, 디지털TV, IP시스템온칩(SOC), 민생용 정밀기기, 입는(웨어러블) 컴퓨터 등은 바로 차세대 성장동력의 밑그림이 될 것이다.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정부 과제, 600조 생산유발효과를 달성하라
이러한 차세대 성장동력이 국민소득 수준과 경제에 기여하기까지 유무선망과 플랫폼의 규격화, 서비스 확대 및 실시일정 결정, 공공 서비스화, 규제 마련 등 어쩔 수 없이 정부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초창기 불과 3조∼4조원 규모에 불과한 CDMA산업이 현수준까지 성장하는 데는 주파수 할당 내수 기반 확대, 통신정책 등 정부의 역할은 매우 컸다. 또 행정망 구축, 인터넷 확산을 위한 대국민 홍보를 통해 초고속인터넷 산업의 조기 안정화에 기여했다.
외국기업들도 이러한 한국 정부의 역할에 대해 매우 놀라고 있으며 신산업 육성이란 측면에서 긍정적인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나라의 정보통신을 관장하는 정부 부처가 없었던 다른 나라들도 한국의 모델을 따라 관계 부처를 속속 설립하고 있는 것만 봐도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짐작케 한다.
이번에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된 WCDMA나 2.3㎓ 휴대인터넷,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육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도 다르지 않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디지털TV나 탤레매틱스, 로보틱스 분야도 정부의 강도높은 정책 드라이브하에 빠른 속도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이들 신성장동력을 통합하는 광대역 통합망 조기 구축을 통해 모두 600조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국민소득의 15%에 불과한 IT산업의 기여도가, 소득 2만달러 시대에는 4분의 1 수준인 5000달러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2만달러 시대, 제조업 육성이 우선과제
국제 표준화 선도기술 기반마련 등 신성장 동력 육성에 필요한 여러 조치들이 마련돼야 하겠지만 이보다 선행될 과제는 전통산업의 IT화, 선진화다. IT산업 성장이 안정화되려면 전통 제조업의 IT화가 우선돼야 한다.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해 제조업이 안정된 기반 아래 꾸준히 성장세를 이룰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노 대통령도 국민적 의견통합을 통해 이같은 사업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기술 연구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처로 기초연구인력 육성,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도입,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와 같은 기반기술 등에 주력할 것이다. 이같은 정부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지금까지 겪었던 일부 정책적 오류를 수정하고, 정부와 기업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 IT전문투자조합 결성, M&A펀드 확대를 통해 경쟁력 있는 IT벤처기업을 육성하는 한편, 현재 진행되고 있는 통신방송 표준화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산업화 시기를 앞당기겠다.
한편 정부 차원의 중장기 전략 수립을 강화해 2∼3년 후 필요한 기술에 대한 예측기능을 마련, 총체적이고 짜임새 있는 계획 수립에 나설 것이다.
이를 위해 정통부는 앞으로 모두 2조5000억원을 지출할 예정이며 오는 2007년 IT산업의 연 총생산액 400조, 수출 1000억달러를 달성해 GDP 증가 기여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진장관과 미래포럼 참석자간 질의응답 요약>
◇서진구 코인텍 사장=국내 전체 IT수출에서 벤처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이들 가운데 특히 소프트웨어 해외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벤처의 상당수가 수출과 현지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대제 장관=이제 벤처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자금지원은 불가능하다. 대신 수출보증보험과 같은 정책적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등 측면지원만이 가능하다. 최근 해외판매를 위한 공동인프라, 즉 콜센터나 현지화센터 같은 인프라 구축이 IT벤처 수출 지원에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예전처럼 벤처에 대한 직접 자금지원은 이제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안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장인경 마리텔레콤 사장=해외에서 한국 IT벤처들은 기술력에서 최고 수준에 올라있다고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첨단기술의 판매방법은 못찾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디지털콘텐츠만 해도 해외진출에 따른 위기관리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아 해외시장에서 고전하기 일쑤다.
◇진 장관=정부도 인정한다. 정부는 업계 의견수렴을 거쳐 조만간 첨단제품의 판매방법에 대한 체계적 연구에 들어갈 계획이다. 특히 스타트업(초기단계)기업들이 가장 기본적인 마케팅 방법조차 알지 못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매우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
종합상사를 이용하는 방안이나 현지 설립기관, 민간분야 등 다양한 연계지원 방안이 이번 기회에 연구될 것이다. 현재 국내 벤처업계가 처한 어려움이 마케팅 장벽에 있다는 점을 앞으로 정책수립 과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사장=지금의 IT벤처 육성을 통해 2만달러 시대를 달성하려면 외국사례처럼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 국내 우량 벤처기업을 세계적 기업으로 육성하려면 이들에 대한 집중적 지원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모든 업체에 공평히 지급되는 자금지원 방식은 자칫 국내 벤처산업의 부실화를 초래하게 될 소지가 있다. 또 중복투자에 따른 비효율성 증가가 결과적으로 국민 경제를 주름지게 할 것이다.
◇진 장관=현재 정보통신부를 비롯해 재경부, 산자부 등 관계 부처 전문가들이 모여 스타벤처 육성의 한 방안으로 M&A시장 활성화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현 정부의 벤처지원 방안도 스타벤처 만들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초기 기업육성도 중요하지만 대표벤처기업 육성을 통해 고부가가치형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려고 한다. 물론 벤처기업인도 기술과 사업성에 대한 충분한 사전조사를 통해 어떤 형태의 벤처를 육성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가령 기술과 제품 개발을 끝낸 뒤 비싼 값에 매각할 것인지 코스닥에 진출해 계속 성장시킬 것인지를 말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최근 창업투자회사와 코스닥 건전화 계획을 수립, 구체적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해외 우량 투자자를 찾아 국내 유치하려는 것도 이와 뜻을 같이 한다.
<정리=박근태기자@runr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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