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크레디트 뷰로의 활성화

 신용불량자가 300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신용카드 빚에 따른 각종 사건·사고 등 씁쓸한 기사가 연일 신문의 경제와 사회면을 차지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행해진 유례없는 신용카드 길거리 모집 행위, 무분별한 대출경쟁 등은 부실을 예고한 이행과정이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것은 무엇보다 부실을 예측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구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오랫동안 쌓아온 개인의 신용정보를 기반으로 부실을 예방하는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지속적인 경제활동 모니터링 및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감독 등을 실시하고 있다.

 나아가 정부 차원이 아닌 개인 또한 자신의 신용도에 맞게 건전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이것은 바로 ‘크레디트 뷰로(Credit Bureau)’라는 선진 신용정보관리기구에 의해 가능하다.

 크레디트 뷰로는 말 그대로 개인의 신용정보를 수집해 대출 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관 또는 제도를 말한다. 크레디트 뷰로는 금융소비자의 연체, 신용불량 같은 불량금융정보뿐만 아니라 수입·대출금 상환내역 등과 같은 우량금융정보까지 금융기관들끼리 공유할 수 있다. 금융기관으로서는 고객의 신용도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해 차별화된 대출금리를 적용할 수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신용도가 좋은 개인은 낮은 대출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고 금융사들은 정확한 대출심사를 통해 연체를 줄일 수 있게 된다. 크레디트 뷰로의 조기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크레디트 뷰로는 세 가지 점에서 현행 신용정보제도와 다르다.

 첫째, 현행 신용정보제도는 신용불량자를 등록하고 일시에 모든 거래를 중단시키는 네거티브적 의사결정체계를 갖고 있다. 쉽게 말해 상환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량자로 등록되는 순간 일시에 채무이행 요구를 받게 돼 상환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 반면 크레디트 뷰로는 ‘신용도(CB스코어)’ 등을 통해 대출을 심사하기 때문에 합리적 신용 판단이 가능하다.

 둘째, 지금의 신용정보제도는 ‘현재’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과거 우량한 거래 ‘경험’이 반영될 여지가 없다. 반면 크레디트 뷰로가 활성화되면 일시적인 연체 등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상환 패턴이 우량했다면 그만큼 유예되거나 혜택을 받는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셋째, 정보에 대한 ‘인식’이다. 크레디트 뷰로가 활성화된 경우 개인의 금융거래시 우대를 받기 위해 스스로 정보를 등록한다. 정보가 많아야 대출 결정의 신뢰성이 높아지고 대출한도나 금리 면에서 우대받기 때문이다. 반면 현재의 제도 아래서는 많이 등록될수록 불리하다는 인식으로 인해 신용공여자나 채무자 모두 불합리한 의사결정 상태에 머물러 있다.

 크레디트 뷰로는 담보나 보증을 요구하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금융환경에서는 보기 힘든 제도일 수 있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일상화돼 있다.

 금융대출이나 신용카드 거래뿐만 아니라 물품 구매, 휴대폰 개설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신용과 관련된 많은 거래에서 CB스코어에 따라 차별화된 대우를 받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개인은 CB스코어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긍정적·부정적 요소를 감안해 신용거래 및 경제활동을 조절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각종 문제가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크레디트 뷰로는 매우 실질적인 사회적 인프라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를 목표로 하는 우리 경제가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은 임시방편의 조치가 아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기초체력 강화’라는 매우 기본적인 사실을 정책당국이나 금융기관 종사자 나아가 개인까지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석인 한국신용정보 대표이사 sikang@nice.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