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패러다임을 바꾸자](4)정부 브레인에 이공계 앉히자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경제발전의 정도에 따라 더욱 커지면서 전문적 과학기술지식의 활용도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첨단기술과 신기술의 발전이 급속하게 진전되면서 미래성장동력의 창출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함에 따라 국가의 산업정책과 과학기술정책의 중요성도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추세에 따라 정부의 과학기술적 정책수요가 늘어나면서 과학기술 관련 행정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인간은 모두 과학기술의 소비자로 간주될 정도로 생활속 깊숙이 과학기술이 침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와 과학기술과의 갈등은 매우 깊은 편이다. 특히 과학기술의 전문지식과 과학기술자들이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함으로써 새만금 간척사업과 핵폐기물 처리장 선정 등 과학기술 관련 사안에서 전문지식을 살려 냉철한 논의를 통해 시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구조가 존재하지 않아,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면 엄청난 비용을 소모하게 되지만 이를 민주적으로 해소하기가 무척 어렵다.

 이처럼 과학기술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에도 불구, 과학기술 관련 정책결정에 과학기술 전문성이 배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 이유는 정책결정권을 갖고 있는 고위직에 과학기술공무원 비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특히 고위직에 있는 기술-행정 복수직에는 행정직이 임명되는 비율이 훨씬 높다.

 대형 국책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일반 행정관료가 기술행정을 담당함으로써 간혹 막대한 국가예산과 인력의 낭비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며,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연속성을 상실하여 당초의 추진목표를 벗어나게 되어 결국 도중하차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정부조직의 정책결정 효율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유능한 전문 과학기술 및 정책 인력을 행정조직의 중간 및 고위층에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정부내 많은 부처의 업무가 사실상 과학기술과 관련된 기술정책업무로 변모하고 있으므로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성과 정책에 대한 분석통합능력을 겸비한 기술정책 전문가의 공직 임용도 확대되어야 한다.

 특히 과학기술의 진화에 따라 변화된 흐름이 공직에 반영되도록 정기적으로 직무분석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반영하여 기술직 임용 가능 직위와 복수직위수를 확대하는 것과 함께, 행정-기술 복수직의 기술직 임용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성과분석을 수행하는 효율적인 공직임용 관리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복수직 임용 확대를 넘어 공직분류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 정책결정권을 갖는 3급 이상 고위직은 행정직과 기술직을 통합하여 이공계의 구별이 없이 단수직으로 임용해야 할 것이다. 이공계 공직 진출 확대방안은 단순히 이공계 기피를 해소하는 유인책이라기보다는 과학기술의 전문성이라는 장점을 국정운영에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정책이다. 과학기술적 사고와 지식을 바탕으로 이룩되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사회체제의 구축이 참여민주주의의 완성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

 ◆박기영 순천대 교수(국가과학기술위원회 수석간사) plpm@sun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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