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과 차세대 성장산업
참여정부는 ‘자율·참여·분권’의 국정수행원리와 ‘정부혁신·지방분권·국가균형발전’을 핵심 국정과제로 선포하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조직과 제도, 실행계획들을 진행시키고 있다. 이는 분명 과거 정부와 구별되는 원칙과 철학을 내포하고 있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사정을 고려할 때 과감한 개혁적 조치와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국가 비전이 모호하다는 일부 비판이 있지만 대통령은 국민소득 2만달러라는 청사진을 제시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반도체·자동차·조선·정보통신의 산업경쟁력이 날로 떨어지고 있으며, 특히 중국의 급속한 발전속도를 감안하면 신성장산업을 발굴하는 것이 발등의 불이 됐다.
정부는 서둘러 새로운 성장엔진 발굴에 나서 지난 7월 텔레메틱스·디지털콘텐츠·바이오신약·디지털홈 등 10대 업종을 선정했다. 또 산업자원부에서는 차세대 성장산업 육성을 위해 2012년까지 총 11조원의 사업비를 책정했다. 그러나 차세대 성장산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심도있게 지역 현실을 직시한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검토하지 않은 것은 매우 안타깝다.
참여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경제발전의 전제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수도권으로의 인구와 부의 집중은 사회적인 비용을 급격히 증가시켜 국제경쟁력을 지탱하는 데 결정적인 흠이 됐고 더이상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차세대 성장산업의 발굴과 육성은 반드시 국가균형발전이란 과제와 함께 해결해야 하는 것이 당위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산자부와 과기부가 마련한 ‘차세대성장산업 국제회의’의 기조연설에서 “기존 주력산업의 하드웨어 위에 신기술·지식산업의 소프트웨어를 얹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기에 시대나 기술의 변화에 따라 반드시 새로운 산업이 출현하고 이에 대한 적기 진입이 매우 중요한 성공요소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회의에 참석한 미국 디지털도메인의 스콧 로스 회장이 밝힌 ‘차세대 물결’로서의 콘텐츠산업이 그 예다. 차세대 성장산업과 국가균형발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산업이 바로 디지털콘텐츠산업인 것이다.
그중에서도 미국·캐나다·호주 등 선진국에서 독점하고 있는 컴퓨터합성영상(CGI:Computer Generated Image) 분야는 세계적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우리의 발전가능성이 매우 크다. 선진국의 경우 시장은 급팽창하고 있으나 고비용 때문에 우리의 예술적인 자질과 탄탄한 IT 기반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 분야야말로 지방의 취약한 산업구조가 약점이 되지 않고 오히려 수도권에 비해 무려 40%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아직 국내에서도 사업 여건이 갖춰진 곳이 없고 국제적으로도 철저한 역할분담을 통한 세계시장 진출 가능성이 열려 있으며 중국·인도 등의 후발개도국에 비해서도 2, 3년의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분야다.
이 분야가 전통적 산업의 인프라와 경쟁력이 열악한 광주·전남의 특화산업으로 안성맞춤이라고 확신하고 세계시장을 바라보며 열심히 뛰고 있다. 기초인력 양성을 통해 기술과 일감을 가진 해외업체를 유치할 수 있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넘쳐나는 대졸 실업자를 구제할 수 있다. 자연스레 관련 학과의 차별화가 이뤄지고 대학을 비롯한 지방교육기관의 성공모델이 탄생할 것이다. 지방에서 일자리와 연결된 교육과 훈련을 받은 인력들은 그들의 실력에 따라 세계로, 서울로, 다른 지방의 각 도시로 파급될 것이다.
광주와 전남은 뛰어난 문화예술 잠재력과 풍성한 생태·관광 유산, 여기에 인권평화의 메시지 등 다양한 강점을 갖고 있다. 이를 인터넷 고속도로에 오롯이 담아 산업으로, 경제력으로 키울 수 있는 디지털콘텐츠산업의 최적지인 것이다. 문화수도의 한 축을 문화산업으로 설정해야 한다면 더욱 그렇다. 지방분권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을 이룩해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를 견인하고 차세대 성장산업의 국제적 모델이 되는 ‘디지털 세계도시 빛고을 광주’를 그려본다.
◆ 김영주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yjkim@gitc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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