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전자유통 지도 바뀐다]대전ㆍ충청권(1)-대형 유통업체 출점 `너도나도`

 대전·충청권의 유통업계는 충청지역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호재와 수도권에 인접해 있다는 지리적 이점을 기반으로 ‘너도나도 일단 개점하고 보자’는 식의 시장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그만큼 지방중심의 유통상권 마련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다.

 반면 시장수요에 비해 유통 공급물량이 초과한 과포화 상태이기에 자칫 제살깎기식의 출혈경쟁마저 예상되고 있으며 특히 전국망을 가진 유통업체의 과다한 진출이 토종업체의 위축을 초래할지 모른다는 우려감도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장기적인 시장성을 높이 평가하며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개점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으며 양판점들도 차별화 전략으로 경쟁의 불을 댕기고 있다. 보다 부가성 높은 유통, 보다 좋은 고객 확보를 내걸고 있는 유통업계는 고객의 마인드를 사로잡아 매출확대와 고부가창출로 이어가기 위한 치별화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 지역 유통전문가들은 올해같이 어려운 때에 이 지역상권에서 유통터주의 자리를 잡는 업체가 향후 지역 유통권의 장악을 보장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이 지역을 전국에서 가장 치열한 유통전쟁터 중 하나로 몰아가고 있다.

 

 ◇대전권=대전시는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유통업계의 불모지로 불렸으나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계획으로 수도권에 이은 전국 제2의 유통상권으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인구가 143만여명에 달하는 대전 지역으로서는 이미 유통 상권이 과열 경쟁에 접어든 상태다.

 대전 일대에만 백화점과 할인점, 전자양판점 등 주요 유통업계들이 대형 점포를 속속 개설, 현재 30개 이상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대전지역의 핵심 상권으로 불리는 둔산동 일대에는 올해 들어 전자랜드21(양판점)과 삼성홈플러스·한국까르푸(대형 할인점) 등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치열한 고객유치전에 뛰어들었다.

 3년 전 대전에 상륙한 하이마트(양판점)도 대전지역에 중리점 및 탄방점 등 6개 점을 출점, 전자랜드21과 상권 수성을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대형 할인점의 경우도 지난해 문을 연 이마트·삼성홈플러스·월마트·한국까르푸 등이 최저가제를 내세우며 고객유치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반면 대전지역의 대표적 집단 전자상가로 이름을 날렸던 둔산전자타운과 중부권 최대 규모의 전자상가로 첫 발을 내디뎠던 테크노월드는 양판점과 대형 할인점 등에 밀려 빛을 잃어가고 있다.

 개인별 매장으로 전체적인 판매 구심점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전문성과 가격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을 상실, 점차 설 곳이 좁아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홈플러스·이마트·전자랜드21 등이 대전 유성과 중구, 서구 등 지역에 출점을 계획중이어서 대전 상권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자랜드 둔산점 김민호 점장은 “대전은 전국 중심이어서 경쟁관계도 치열하고 상가 또한 상당히 활성화돼 있는 편”이라며 “전문화·차별화 전략으로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충북권=유력한 행정수도 이전지의 한 곳으로 꼽히고 있는 충남 천안, 아산권은 그야말로 과포화 상태의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전국 최대 유통망 격전지로 꼽힌다.

 인구 38만명에 불과한 충남지역에만 현재 6개의 할인점과 2개의 백화점, 1개의 양판점이 가동중인 상황이다. 인구 15만명당 1개꼴, 최대 30만명당 1개꼴의 할인점이 적정규모라는 통설에 비춰볼 때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천안 유통시장의 대략 30%대를 장악하고 있는 이마트 천안점 남명희 점장은 “천안지역의 치열한 유통전쟁은 더이상 달라질 것이 없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으로 볼 수 있다”며 “행정수도의 이전 기대감 등 장래성이 좋기 때문에 진출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 지역에는 현재 연간 1300억원대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이마트 외에도 동방마트·메가마켓·까르푸·롯데마트 등이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으며 특히 롯데의 경우는 연말께 천안 2호점 개점을 준비하는 등 세력확장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천안지역 상권을 핵심·전략·광역 등 3개 상권으로 분류해 분석할 경우 30∼40대 도시 근로자 및 서비스업 종사자 중심의 전형적인 시도시 주거지역인 핵심상권은 동방마트·까르푸·롯데마트 등이 밀집돼 있어 할인점 과열양상을 보이는 곳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동방마트의 경우는 가장 먼저 천안지역을 선점했지만 천안과 아산의 길목에 위치한 장점이 있으나 경영수지가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략상권이라 할 수 있는 천안구도시 및 산업·농공단지로 조성돼 있는 인근 지역은 메가마켓과 이마트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만 천안시 신청사 및 10만가구 규모의 아파트 개발 예정지여서 향후 시장성이 기대되는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아산·연기 등 천안에서 40∼60분 거리의 광역상권 내에는 아직까지 경쟁이 없는 상황이다.

 또 천안지역 최초의 전자전문 할인양판점인 전자랜드21 천안점은 지난 97년 300여평의 매장을 운영하며 월평균 10억원 이상의 매출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 천안시 두정동에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로 오픈 예정인 디지털월드가 390여 점포를 보유하고 있으나 업체 모집이 늦어지면서 정식 오픈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인구 60만명인 충북 청주지역의 경우는 대형 할인점으로 이마트·LG마트 2곳, 까르푸·한화마트·농협물류센터 등 5개가 운영중이나 내년 오픈이 예정돼 있는 홈플러스까지 가세한다면 치열한 경쟁관계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마트 천안점 이용욱 파트장은 “청주지역 역시 포화상태이긴 하지만 대형 유통업체의 출점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과포화가 불리한 것만은 아닌 것이 새로운 시장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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