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NANO KOREA 2003]`10억분의 1` 나노기술이 세상을 바꾼다

NANO KOREA 2003 오늘 코엑스서 개막

 독일 연구진이 혈관 속에서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성냥개비 절반 크기의 초소형 로봇을 개발한 바 있으며 스웨덴에서는 이보다 더 작은 로봇도 개발됐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나노기술이다. 나노란 난쟁이를 뜻하는 희랍어 ‘나노스’에서 파생된 말로 10억분의 1을 의미하는 접두어다. 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이며 머리카락 굵기의 8만분의 1 수준이다.

 실로 엄청난 미세수준을 자랑하는 단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현대인들에겐 나노란 말이 생경하게 느껴지지 않게 됐다.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나노투성이다.

 대표적인 것이 은입자 코팅기술의 활용이다. 일상생활에서는 항균, 살균기능이 뛰어난 은을 나노수준으로 입자화해 제품표면에 코팅하거나 재료에 섞어 세균이나 곰팡이의 서식을 막는 사례로 다가와 있다.

 올해 초부터 나노기술을 적용한 냉장고와 에어컨·공기청정기·청소기 등의 가전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물론 제품 명칭이나 광고문구엔 어김없이 나노라는 문구가 선명히 박혀있다. 일부 평면TV나 모니터, 노트북PC 등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미터 수준의 전자파 차단용 금속막이 씌워져 있다.

 또 유아용품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기능성 젖병·장난감·마스크·기저귀·양말 등에도 항균을 위한 보조수식어로 나노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나노 화장품이다. 생리활성 물질을 함유한 나노구조체의 크기는 피부세포의 간격보다 작기 때문에 피부에 쉽게 흡수되는 원리를 사용한 화장품이다. 색조 및 기초화장품·자외선 차단제에 이어 얼마 전에는 나노테라피의 용어를 사용한 기능성 헤어샴푸까지 출시돼 있어 나노는 현대인에게 준생활용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생활가전제품이나 생필품에 사용된 나노기술은 항균·살균·흡수를 돕는 단편적인 초미세 기술을 일컫지만 실제 나노기술이 구현된 미래모습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의 것임에 틀림없다.

 단 한번의 충전으로 수년간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합금보다 가볍지만 100배가 단단한 자동차 범퍼, 일반 티셔츠 두께의 방탄조끼, 가벼운 상처는 순식간에 원상복구되는 금속, 상처가 나면 출혈을 즉각 멎게 하고 상처가 아물면 자연히 피부에 흡수되는 첨단 조직붕대, 지포 라이터 크기의 슈퍼컴퓨터 등등 나노기술이 가져올 미래의 변화상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나노에 조예가 깊은 서울대 물리학과 임지순 교수는 한 기고문에서 1912년 4월 14일 밤 20만톤 이상으로 추정되는 빙산과 충돌, 승객 1500명이 죽고 700명만이 살아남은 불운의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를 두고 당시 나노기술이 있었다면 침몰되지 않았을 거라는 가정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빙산충돌로 배에 생겨난 1.2㎡의 구멍으로 4만6000톤의 유람선이 침몰했지만 만일 당시에 강철보다 강도가 뛰어나면서 알루미늄보다 가벼운 재질의 나노소재 제조기술이 있었더라면 침몰의 위기는 맞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의 댈러스비즈니스저널은 나노기술의 발달로 앞으로 5년 후면 나노캡슐을 이용, 특정 세포에 직접 약물을 전달할 수 있으며 20년 안에는 환경에 따라 변하는 지능형 페인트, 50년 내에는 혈관을 돌아다니며 병든 부위를 치료하는 나노로봇이 현실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에 적용돼 발전하고 있는 나노기술을 보면 이들 전망의 실현시기는 상당히 앞당겨질 수도 있다. 1991년 발견된 탄소나노튜브는 실리콘을 대신할 차세대 반도체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종이에 벌집무늬를 그린 뒤 둥글게 말아 만든 형태로 서울대 임지순 교수가 탄소나노튜브의 여러 가닥이 별도의 공정없이 곧바로 반도체가 된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 탄소나노튜브가 대량생산되면 지금보다 기억용량이 1만배 큰 반도체칩을 만들 수 있다.

 전자가 잘 튀어나오는 탄소나노튜브를 전자총으로 이용하면 평면 모니터가 된다. 탄소나노튜브 디스플레이(FED:Field Emission Display)는 전력소모도 적고 아주 납작하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군은 2년 전부터 이 기술을 적용한 5∼7인치 소형 디스플레이를 만들어 사막·정글의 군용차량에 달았다.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38인치 평면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고 있어 일반인들도 머지않아 전력도 적게 들고 두께도 얇을 뿐만 아니라 악조건의 환경에서도 강한 탄소나노튜브 디스플레이를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처럼 나노기술은 의약·생명과학·IT분야·우주분야·군사 등 광범위하면서도 다양한 분야에 접목돼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첨단 만능기술로 손꼽히고 있다.

 이런 나노기술의 현수준과 다가올 미래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나노관련 전시회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마련된다.

 차세대 성장산업의 미래전략 기술로 선정되기도 한 나노기술의 발전과 산업화를 지원하는 ‘제1회 국제나노산업전시회 및 기술심포지엄’이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전자신문사와 나노코리아조직위원회, 나노산업기술연구조합, 나노기술연구협의회, YTN 등의 공동주관으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올해 처음 실시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우리나라 나노기술의 현황과 국제동향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나노소자·나노소재·나노바이오·나노분석 측정기술 및 기기연구·대학관 등 총 5개 분야로 정리된 종합전시회와 세계 석학 및 국내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여해 최신 기술논문을 소개하는 기술심포지엄 등이 함께 마련된다.

 이번 행사에서는 테라급나노소자기술개발사업단·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단·나노메카트로닉스기술개발사업단 등을 비롯해 서울대학교·순천대학교·포항공대·한양대학교 등의 연구단과 산업화지원센터가 그동안의 연구결과 및 계획을 직접 소개한다.

 이밖에도 주성엔지니어링·한국알박 등과 같은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나노기술과 태평양·삼야둔치요·에스코·나눅스·일진나노텍·나노맥스·테크월드·엔아이테크·석경에이티·제오택·에코프로 등이 나노와 관련된 소재 등을 전시한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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