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공계 출신들의 공직진출 확대 추진과 관련해 언론지상, 온라인 공간 등 여러곳에서 많은 논의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동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홀대를 받아온 이공인들이 공직사회에 보다 많이 진출,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데에는 대부분 찬성하는 듯하다. 그러나 원칙적으로는 공감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이유와 우려들을 거론하면서 사실상으로 반대하는 주장들을 늘어놓는 경우도 자주 눈에 띈다. 물론 모든 사안에 이견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반론이나 우려가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주장이라기보다는 상당수 오해에서 비롯되었거나 사실을 교묘히 왜곡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은 분명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중의 하나가 “이공계 공직진출 확대는 청소년 이공계 기피현상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공인들의 공직진출 확대는 최근의 심각한 이공계 기피현상을 단기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만 논의, 추진된 것은 결코 아니다. 더구나 ‘당근’을 제시하여 청소년들을 이공계로 유인하겠다는 예전의 미봉책과 같은 차원에서 바라볼 일은 더욱 아니다. 결국 이공계 공직진출 확대가 청소년 이공계 기피현상을 치유하는 해결책이 될 수 없으니 반대한다는 사람들은 스스로 잘못된 전제를 바탕으로 오도된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과학기술인들은 연구개발과 생산 현장에서 능력을 발휘해야지 공직으로 출세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라는 얘기도 상당히 자주 들린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왜곡한 주장이자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연구개발의 현장과 과학기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전문성이 부족한 행정관료들에 의해 과학기술 행정과 산업정책이 좌우되어 왔으니 연구개발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뛰어난 과학기술자들조차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오늘날과 같은 총체적인 이공계 위기가 온 것이 아닌가.
정작 대다수 과학기술인들은 공직을 맡는 것을 그다지 ‘출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주장이야말로 공직을 출세의 길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저의를 드러낸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마치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노동자들은 제품이나 잘 만들고 학생들은 공부나 하고 주부들은 집안살림이나 잘 하라”라는 식의 훈시만큼이나 시대착오적으로 들린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그리고 이 건에 찬성하는 사람이든 반대하는 사람이든 국가지도층이 이공계 일색인 중국의 경우를 자주 인용하고 있으며 노무현 대통령의 관련 발언 역시 중국 방문중에 이루어졌다는 데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어떤 이들은 “중국은 우리와는 체제가 다른 사회주의 국가의 특수성으로부터 비롯된 것일 뿐 우리가 참고하거나 본받아야할 모델이 전혀 아니다”라고 강변하기도 한다. 물론 중국의 경우가 우리의 처지와 똑같지는 않겠지만 만약 그저 사회주의 나라였던 점에서만 그 원인을 찾는다면 과거 마오쩌둥의 좌파적 노선, 즉 훨씬 더 ‘사회주의적이었던’ 시절에 수많은 과학기술자, 테크노크라트들이 쫓겨나거나 핍박을 받고, 도리어 덩샤오핑 등의 거의 자본주의에 가까운 실용주의적 노선이 득세한 때에 과학기술자, 테크노크라트들이 크게 우대받고 중용되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중국의 지도부가 이공계 일색인 것은 단순히 사회주의 나라였기 때문인 것만은 결코 아니다. 도리어 거대한 인구를 거느린 후발산업국으로서 그들 나름대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살길을 찾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공계 공직진출 확대에 대해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중국이 이공계 출신들을 중용할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상황에 대해서는 크게 이견이 없는 듯하다.
이공계 공직진출 확대는 지금 서둘러도 이미 많이 늦었다. 현정권의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있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추진해 주기 바란다. 이공계 공직진출 확대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이자, 참여정부가 국정과제로 내건 과학기술 중심사회와 제2과학기술입국 구현의 실천의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최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공동대표 hermes21@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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