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는 중요한 국정과제로 과학기술중심사회의 구축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소득수준을 2만달러대로 도약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 하겠다.
2만달러 달성은 한두 가지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고 해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성장동력의 재확보, 지역혁신과 지방분권의 촉진, 국제경쟁력 향상에 따른 원화 절상, 과학적 합리주의 풍토 조성, 이공계 대학교육의 개편 등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을 위한 세부정책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제시되고 있는 정책들이 서로 분리되어 있다기보다는 밀접한 관련성으로 상호 연계되어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보면 대학교육의 개편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대학의 개편은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는 대학교수, 학생, 대학시스템 등이 획기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특히 경쟁과 자율, 분권화에 의한 정부의 지원시스템, 수요지향적 대학 운영체제 등이 절실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교수는 연구실적과 평가결과가 연봉에 미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승진 요건으로만 적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봉의 75%는 대학본부에서 지원하지만 나머지는 연구비중 30% 내외로 흡수되는 간접비에서 지급하게 되므로 연구수행고가 많은 교수의 연봉은 계속 올라가게 된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들이 이공계 연구비를 많이 지원하게 되면 학생들의 장학금도 점차 커지게 된다.
선진국에서는 입학 때부터 인문사회 전공자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이공계 우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공계 분야에 연구비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재학시에는 장학금 지원, 졸업 후에는 고소득을 보장하는 직장에 취업할 수 있게 절대적 우위를 제공하고 있다.
대학의 자율은 연구비에서 흡수된 재원을 대학본부, 해당학과, 교수가 각각 3분의 1씩 배분하고 각자가 연구비를 확대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여 사용하도록 자율권을 부여하고 있다. 또 분권화에 의한 정부의 재학지원시스템 개선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대학을 지원하게 하여 지방특화산업과 연계된 학과와 전공으로 연구개발자원이 집중되게 유도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우리 경우도 정부의 지원금과 연구비 지원이 대학 운영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0∼40%가 되므로 연구비를 지역 혁신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지원한다면 지역 혁신 주체로서 대학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수요지향적 대학 운영체제는 대학이 자율과 책임경영체제를 갖추는데 기초가 되는 운영철학이기에 국가사회의 수요에 부응하면서 학생들의 지원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할 것이다. 대학교수도 대학원생도 한평생 자기 전공만 고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신기술 출현에 따른 연구에도 적극 참여하고 순수 기초이론연구보다는 활용 가능한 학문을 연구하면서 타 대학에서 이미 착수한 분야보다는 창의적이며 비교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분야에 특화한다면 우수 연구집단 또는 전공집단을 많이 만들어낼 것이다.
연구중심대학으로의 이공계 개편을 위해서는 똑같이 대우받고 모든 학문분야가 골고루 나누어 갖는 풍토를 개선하고 백화점식 학과와 전공을 가져야 한다는 고정된 관념도 바꿔야 할 것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병민 박사(한국기술혁신학회장) leebm@kriss.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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