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악의 정전사태로 기록될 미 동북부 및 중서부 지역 정전으로 인한 경제피해 규모가 최대 수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8개주, 5000만명에 피해를 끼친 이번 사태의 피해액은 수 억달러에서 수백억달러에 이르기까지 다양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정전사태가 미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컨설팅업체 앤더슨경제그룹(AEG)은 이번 정전이 지역에 따라 1∼3일간 지속된다고 가정할 경우 근로자와 소비자, 기업이 입게 될 직접피해만 5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AEG의 추정 피해액 가운데 대부분인 40억달러는 기업들의 매출손실이며 나머지는 손상된 음식 등 기업과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상품 손실액이다.
이 정도는 국내총생산(GDP)이 10조달러가 넘는 미국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국가경제 전체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는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산업 전반이나 주요 개별 기업들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사건이라기보다는 일회성 사고에 가까운 만큼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정전지역의 자동차·정유·화학업체 등이 일부 가동을 중단했다거나 조업에 차질을 빚었고 항공·통신업체 등의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보도가 잇따랐지만 심각한 타격을 입은 기업의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정전 발생시기가 하루 일과가 거의 마무리되는 때지만 다행이 대낮이어서 피해가 최소화됐다는 분석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일이 테러와 관계없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심리가 위축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강보합세를 기록했고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에서도 경제에 대한 우려는 반영되지 않아 금융시장이 정전사태를 심각하게 보지 않고 있음을 방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업계에서는 일부 제조업체들의 피해사례가 보고 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컴퓨터업체인 IBM은 이번 사태로 뉴욕주 이스트 피시킬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의 생산을 중단했다. 회사측은 “이 공장의 조업중단으로 근로자 5200명은 하루동안 집으로 돌아가 쉬었지만 공장은 16일 재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사태로 지난 2001년 9·11 때에 이어 데이터 백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한번 고조됐다. 미국 내 7000개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는 선가드를 비롯해 HP·IBM에는 14일 이후 데이터 훼손을 우려한 고객들의 전화가 줄을 이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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